뉴질랜드에서 뭐 하며 놀까(3)오클랜드미술관

오클랜드에서 가장 큰 공공미술관 관람

by 오클랜드방랑자


오클랜드미술관(Auckland art gallery)은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가장 큰(1만7000점 작품 소장) 공공미술관답게 방대하고도 유명한 작품 컬렉션으로 관람객에게 ‘눈호강’ 기회를 제공한다.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아트클래스를 즐기며, 인근 알버트 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하루가 금세 지나가 특히 주말 가족 단위 방문객에겐 최고의 놀이터다.


지난 주말 오클랜드미술관은 찾은 건 이곳에서 열리는 특별전 ‘A Century of Modern Art-A Modern Treasure(근현대미술 100년-근현대의 보물)’를 보기 위해서다. 미국 톨레도 미술관의 컬렉션 57점을 오클랜드에서 선보이는 미술관 간 협업전으로, 187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의 급진적이고 혁신적이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19세기 인상파부터 20세기 추상화까지, 모네 마네 피카소 고흐 고갱 마티스 시냑 라우센버그 등 당대의 쟁쟁했던 작가들의 작품을 영접할 수 있다. 파격 그 자체로 엄청난 논쟁을 일으키며 주류 미술계에서 심지어 작품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당시 작품들이 이제는 ‘클래식’이 됐다는 점이 한편으로는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종교/귀족/국가가 생산/수용하는 그저 대상 및 수단에 불과했던 미술은, 미술가 자신이 구심점이 되어 미술가의 주체적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독립적인 예술로 부상한다. 그 자체가 혁명이던 순간이 바로 모던의 시대였다. 그 모던 시대의 대표작을 만나는 자리가 이번 전시다. 오클랜드미술관 특별전은 유료다. 이번 전시의 입장료는 뉴질랜드 거주자 성인 기준 29.5NZD. 12세 이하 동반 어린이는 무료다.


굽이치는 산길의 모습이 흐릿한데도 역설적으로 선명한 르누아르의 풍경화 ‘Road at Wargemont’으로 포문을 여는 전시는 돌을 깨는 채석공의 역동성이 돋보이는 밀레의 ‘The Quarriers’, 고더의 ‘Flower market Paris’ 등 아틀리에를 벗어나 자연을 벗 삼고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는 여러 작품들로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


‘세상을 새롭게 그린다’ 세션에서는 미술가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더 중요해진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고흐의 ‘Wheat Fields with Reaper, Auvers’은 프랑스의 한 시골 마을 수확기 밀밭의 풍경을 고흐풍으로 그려내고, 모네의 ‘수련’은 모네의 정원 연못에 핀 수련을 그만의 독특한 필체로 표현한다.

시냑의 베니스 풍경은 아이들이 꼽은 이번 전시 최고작이었다. 책에서 본 그림이라는 이유로! 짧은 붓 터치의 연속, 점묘법으로 이탈리아 베니스 운하의 해 질 녘 풍경을 파스텔톤으로 기가 막히게 표현한 신인상주의 대표작이다.

상단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브라케, 모네, 라우센버그, 시냑, 고흐의 작품.

타히티 거리 풍경을 그린 고갱, 구릿빛 여인을 묘사한 마티스의 작품에서는 익숙함과 편안함이 느껴진다. 입체적 자화상의 피카소를 비롯해 자신의 모습과 자신을 노려보는 마네킨을 동시에 배치해 ‘서늘한’ 자화상을 연출한 치리코 등 인간의 모습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 작품이 흥미롭게 이어진다. 이조백자(?) 느낌의 정물화(모란디), 브라케의 입체적 정물화도 익숙하지만 새롭다.


몬드리안 등 작가 작품을 통해 순수 추상화에서 좀 더 급진적인 대안적 추상화로 발전해 나가는 예술의 ‘전진의 역사’도 지켜볼 수 있다. 특히 루이스의 색면 추상화 ‘Dalet Tet’는 빨강 노랑 파랑 등 갖가지 색을 겹치고 그 위를 검정 색으로 뒤덮어 얼핏 보면 캔버스 전체가 까맣지만, 그 아래 빨강 녹색 주황 파랑 등 원색의 빛감이 역설적으로 돋보이는, 색이 주는 다채로운 시각적 경험을 맛보게 해 인상적이었다.

전시 끄트머리 ‘미래를 형상화하기(Figuring the Future)’ 세션에서 만난 라우센버그의 ‘Round Sum’은 이번 특별전의 화룡점정처럼 느껴졌다. 자유의 여신상, 미군 헬리콥터, 건설 현장 등을 묘사한 각각의 회화 조각 사진 등 이미지를 콜라주해 반전 운동(베트남전), 환경 파괴 등 당시를 달궜던 정치사회적 문제를 끄집어낸다. 여러 문제가 소용돌이치듯 돌고 돌아(round) 갈등 상황이 증폭(round sum)되는 현실을 이미지화해 아찔함을 준다.


오클랜드미술관 로비 메인을 장식한 서도호 작가의 설치작 '북벽'.


특별전을 다 보고 로비로 나오면 천장에 매달린 초록색 한옥 전시물이 시선을 끈다. 오클랜드에 한옥이? 미국에서 활동 중인 서도호 작가의 2005년 섬유 설치작 ‘North Wall(북벽)’의 레플리카라고 한다. 아버지인 서세옥 작가의 서울 작업실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집, 고향에 관한 기억을 통해 이주민의 정체성 고민, 향수, 그리움 등을 담아낸다.


특별전 외 일반 전시도 볼 수 있다, 일반 전시는 무료다. 내년 2월까지 전시되는 일반 전시 ‘THE ROBERTSON GIFT-paths through modernity(로버트슨의 선물-근현대를 통과하는 길)’는 근현대미술부터 마오리족 전통미술, 피카소 로댕 등 서양 유명 작가의 작품까지 두루 섭렵할 수 있다.


오클랜드미술관 건축물 자체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곳은 오클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 중 하나로, 1887년에 처음 문을 연 카테고리1 사적지 건물에 자리한다. 2011년 수백만 달러가 투입된 복원 및 확장 프로젝트가 완료됐고, 2013년 오클랜드 아트 갤러리는 세계 건축 페스티벌에서 '올해의 세계 건물'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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