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선거, 대한민국 선거

뉴질랜드 지방선거를 보며 대한민국 지방선거를 생각하다

by 오클랜드방랑자
뉴질랜드 대로변에 설치된 2025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목간판.


요즘 뉴질랜드는 지방선거(Local election 2025) 시즌이다. 3년마다 치러지는 뉴질랜드 지방선거에서는 지역을 대표할 시장과 시의원, 지역위원회 위원 등을 뽑는다. 광역 단위의 행정 기능을 담당하는 지역의회(Regional Councils)와 기초지자체 역할의 기초의회(City Council, District Council) 구성원을 선출하게 된다. 선거는 지난 7월 초 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9월 9일~10월11일 우편투표를 거쳐 10월 중순께 당선인을 확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투표가 본격화하면서 한창 선거 유세 중이지만 한국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우선 현수막 및 유세차량 소음 '공해'가 없다는 점부터 확연히 다르다. 너무 조용해서 거리 곳곳에 붙은 선거용 광고판을 제외하고는 지금이 선거철인지 아닌지도 구별하기 힘들 정도다.

가로수 사이를 점령하는 현수막 공해가 뉴질랜드에는 없다. 선거 후 쏟아져 나올 현수막 쓰레기 걱정을 지레 하지 않아도 된다. 현수막 대신 뉴질랜드에는 목간판이 세워진다. 후보들은 차도 옆 곳곳에 자신을 홍보하는 목간판을 세워 유권자의 눈길 잡기에 나선다. 목간판은 선거 후에 분리해 재사용할 수 있으므로 친환경적이다.

유세차량 소음이 없는 점은 가장 마음에 드는 대목이다. 우리나라는 유세 차량이 선거철만 되면 대로변 곳곳에 불법 주차를 해놓고 귀가 떠나가도록 소리를 지르고 개사 노래를 틀어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인데 여기는 정말로 조용하다! 물론 너무 조용해서 선거철인지도 모른다는 단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쓰레기 공해, 소음 공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나친' 우리나라는 배울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편투표를 한다는 점도 기표소에 찾아가 투표하는 우리나라와는 다르다(같은 오프라인 방식이긴 하지만). 비용면에서는 유리할지 몰라도 투표율면에서는 의문이 든다. 2022년 지방선거 투표율이 42%에 그쳤다니 이 같은 투표 방식 문제도 한 원인인 듯 보인다. 오프라인 우체통을 일일 찾아가야 해 불편하다는 여론이 높아서 온라인 투표 방식으로 전환하거나 총선 등 중앙정부 투표와 동시에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이다.


정당 공천제로 인해 기초의회까지 정당색이 강하게 미치는 우리나라와 달리 뉴질랜드의 지방선거 후보자는 특정 정당 대신 개별로 선거에 나서는 무소속 후보가 대부분이다. 정당 소속을 밝히는 후보도 있다지만 대부분은 개별로 출마한다. 후보 목간판을 보고 소속 정당을 찾으려 했다가는 당황하기 일쑤다. 국민당과 노동당 간 싸움이 아니라 누가 우리 지역의 실생활 문제(도서관, 놀이터, 쓰레기 처리 문제 등)를 더 잘 돌볼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진 분위기여서, 지역민의 삶에 천착하는 '지방선거 본질'에는 뉴질랜드가 더 다가간 게 아닌가 하는, 우리가 본받아야 할 지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오리(뉴질랜드 원주민) 명부가 따로 있는 점 역시 특이하다. 일반 명부냐 마오리 명부냐 본인이 선택할 수 있으며, 마오리 명부에 오르면 마오리 구역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후보 면면을 보면 대부분 키위이지만 이민자도 간간이 보이는데, 대부분은 중국인이다. 확실히 중국인은 이주민 사회 내에서 정치세력화를 통해 자기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에 관심이 많은 듯 보인다. 지방선거뿐만 아니라 학교 이사회 선거에도 중국인 학부모가 많이 출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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