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혐오가 강한 한국, 그렇지 않은 뉴질랜드
최근 '비행기 노키즈 논란'이 SNS를 뜨겁게 달군다. 비행기 장거리 노선을 탔는데 좌석 근처의 아기가 계속 울어대 한잠도 못 자고 목적지까지 가서 힘들었다는 내용이었다. 아기가 울어대는데 부모는 제대로 케어하지 않아 더 분노했다는 글에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 글에 찬성하는 이들은 어린 아기는 비행기에 태우지 말아야 한다든가, 아기를 달래지 않는 부모가 더 문제라든가, 여행 욕심부리는 부모(생후 24개월까지는 무료라)가 문제라든가, 조용히 비행기를 타고 갈 수 있게 키즈 전용 비행기 노선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반대하는 이들은 이런 글이 아이 등 약자에 대한 혐오를 조장한다며, 혐오 발언을 부끄럼 없이 쏟아내는 것 자체가 사회 문제라고 지적한다.
원글 쓴 이의 고통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나(우리 모두가 한 번씩은 겪어봤을 테니, 그런데 우는 아이는 있으나 달래지 않은 부모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이 부분은 이해하기는 힘들다), 한국에서 잠시 벗어나 살다 보니, 이런 글이 논란이 될 수 있다는 게 더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은 아이 노인 장애인 등 약자, 그중에서도 특히 아이 혐오가 많은 곳이라는 점을 뉴질랜드에 와서 확실히 느낀다. '키즈 프렌들리'의 나라인 뉴질랜드와 한국은 정말 극명히 대비된다. 아마 뉴질랜드뿐만 아니라 다른 선진국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들 나라에는 아이, 아이와 함께하는 부모를 먼저 배려하는 사회문화가 자연스레 배어 있다.
뉴질랜드에 와서 제일 처음 놀란 건 레스토랑에 키즈 메뉴판(코스)이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규모가 큰 유명 고급 레스토랑부터 동네 작은 식당까지 키즈 전용 메뉴를 대부분 둔다. 아이들이 많이 찾는 식당 정도만 아이를 위한 메뉴를 따로 두는 한국과는 다른 분위기다. 아이들이 당당한 손님의 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느낌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외식을 할 때면 주위 사람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눈치 보고,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는데 부모가 정신을 쏙 빼는 한국과 분위기가 정반대다. 아이를 받지 않는 노키즈존 식당 역시 이곳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심지어 펍에도 아이들을 데려간다.
아이가 어렸을 때 제주의 한 유명 카페를 갔는데 노키즈존이라며, 아이가 뭘 하지도 않았는데, 심지어 (통제가 확실한) 아기띠를 메고 갔는데도, 쫓겨나 서러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노키즈존이라고 써붙인 거 못 봤냐, 나가라고 해서 당황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지, 아이를 데리고 카페에 가서 우아하게 커피나 마시고 싶어 한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 한국이 비정상적인 거였어! 수년 전 노키즈존이 한참 유행했을 때 가장 공감하기 힘들었던 댓글이 '나도 아이 키우지만 노키즈존을 찬성한다'는 말이었다. 정말 아이를 키우는 게 맞을까? 또한 무개념 부모가 문제라면 'NO 무개념 부모 존'이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 아닌가? 하고. 왜 아이를 경계와 제한의 대상으로 삼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번 비행기 논란도 연장선상이라고 본다.
뉴질랜드 레스토랑의 키즈 메뉴는 메인 요리(주로 파스타나 피자, 피시 앤 칩스, 버거 등)와 음료(주스나 탄산 등), 아이스크림 또는 케이크 등 후식 코스를 18~25NZD 정도에 제공한다. 성인의 반값 수준이다. 크기도 성인 메뉴의 3분의 2 이상은 돼 배를 든든히 채우기 좋다. 일부 레스토랑에서는 음식이 나오는 동안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색칠놀이나 단어 맞히기 퀴즈 키트 같은 것도 제공한다. 한국에서는 음식이 나오기까지 또는 다 먹은 뒤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기 위해 휴대폰으로 영상물을 보여주기에 바쁜데, 여기서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없다.
뉴질랜드의 미술관 박물관 수영장 등 문화체험시설도 대부분 12세 미만 어린이는 무료다. 돈이 꽤 많이 들어갔을 법한 유명 작가 전시나 아트페어 같은 사설 전시도 마찬가지다. 지난 8월 뱅크시의 전 세계 순회 전시 때도 아이들은 입장료를 받지 않았다. 공공 수영장 내 워터파크 역시 16세 미만은 무료다. 식당에서건 미술관에서건 수영장에서건 아이가 떠드는 건 전혀 눈치 주지 않지만 아이의 안전이 부모로부터 철저히 관리되고 있는지는 엄격하게 본다.
불편해도 문제 삼지 않고, 배려하고, 약자를 우선하는 사회 분위기가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임을 이곳 뉴질랜드에서 새삼 느낀다. 우리도 이런 여유가 필요하지 않을까 감히 조언해 본다. 특히 저출생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한국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