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최고 놀이터 '도서관'

볼거리 즐길거리 가득한 지역 커뮤니티 허브

by 오클랜드방랑자
오클랜드 웨스트게이트 도서관의 키즈 코너와 한국어 책 코너, 크라이스트처치 중앙도서관인 투랑아.


도서관은 뉴질랜드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놀이터 중 하나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영화를 보거나 각종 수업을 하며, 심지어 공연과 파티 등 이벤트도 진행된다. 아시안의 추석을 기념해 10월 11일엔 일부 도서관에서 Moon Festival이 열리고, 지방선거가 한창인 요즘은 투표 우편함이 설치돼 투표도 진행된다.(뉴질랜드는 우편 투표를 실시한다)


웨스트게이트도서관에 설치된 2025 지방선거 투표함.


본적으로는 조용하지만 정적이 흐르지만은 않고 때론 시끌벅적한, 활기 가득 찬 공간이다. 뉴질랜드에서 도서관은 단지 장서를 보관하고 책을 접하는 공간이 아닌, 지역 커뮤니티의 허브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매일 개관한다는 점이다. 한국이 매주 월요일 대부분 휴관하는 것과 대비된다. 문을 일찍 닫기는 하지만(오후 5시30분 전후. 웨스트게이트나 센트럴시티 도서관 등 요일에 따라 늦게까지 문을 여는 곳도 있다) 매일 열기에 별다른 일정이 없는 날엔 언제든지 도서관에 들러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특히 키즈 코너는 큰소리를 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덕분에 어린 아기부터 초등 저학년을 둔 부모는 주위 눈치를 보지 않고 안심하고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지역 커뮤니티 허브로서 뉴질랜드 도서관은 ▷시니어 디지털 교육 ▷Justice of the Peace(문서 공증 등 업무 진행하는 자원봉사 성격의 사법관) 서비스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등 커뮤니티 언어 교육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코딩 및 STEM, 3D 프린팅, 천문 교육 ▷방학 프로그램 등 넓은 범위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양성의 나라’ 답게 마오리어 코너가 방대한 것은 물론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등 각 외국어 서적 코너를 어느 도서관이든 갖춰 외국인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어 코너를 자주 이용하는데 생각보다 읽을 만한 책이 많지 않아(중국어 일본어 코너에 비하면 장서 양이 적음) 한국에서 가져온 한글책을 다 읽고 나서 기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역별로 도서관이 많으니 비교 분석하는 재미도 있다. 우선 오클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을 꼽자면 단연 데본포트 도서관이다. 데본포트 비치에 위치한 이 도서관은 아름다운 건축물 자체로 유명한 곳이다. 외부는 물론 도서관 창 너머 바다가 펼쳐지고 수풀이 풍성해 자연 속에서 힐링하며 독서할 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내부 인테리어도 으뜸이다. 이곳은 도서관 바로 앞 비치와 놀이터를 함께 즐길 수 있어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

오클랜드 도심의 센트럴시티 도서관은 오클랜드에서 가장 큰 공공 도서관이라는 점에서 꼭 들러봐야 한다. 오클랜드에서 최대 장서를 보유하고, 무엇보다 넓은 열람실이 있어 조용히 공부하기에 좋다.

가본 곳 중 가장 인상 깊은 도서관을 꼽자면 남섬 크라이스트처치의 중앙도서관인 투랑아(Tūranga)였다. 2011년 대지진 때 무너진 도서관을 대체해 2018년 새로 건립된 곳으로, 도시 재건 프로젝트의 대표 건축물로 꼽힌다. 압도적인 규모, 놀거리 볼거리가 가득한 풍성한 콘텐츠(심지어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코너도 있다), 아름다운 내외부 건축물이 압도적이다. 특히 2층 큰 유리창 너머로 아직 복구 중인 크라이스트처치 대성당의 모습, 광장을 오가는 트램 등 전통과 모던함이 공존하는 크라이스트처치 시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도서 대출을 하려면 도서관 회원 카드가 필요하다. 오클랜드의 경우 현장에서 신청 후 바로 발급받을 수도 있고 오클랜드 공공 도서관 포털(www.aucklandlibraries.govt.nz) 온라인 가입 후 실물카드를 신청해도 된다.

한국과 달리 도서 대출 기간이 28일로 길고, 1인당 30권씩 다량으로 빌릴 수 있다. 회원 카드를 받으면 시내 50여 개 공공 도서관의 자료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한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한 뒤 다른 도서관에 반납해도 된다.


읽고 싶은 책이 있으나 대출 등 상태로 당장 구할 수 없다면 희망도서를 신청할 수 있다. 공공 도서관 포털에서 ‘어느 도서관에서 어느 책을 대출하고 싶다’고 ‘Hold’ 신청을 하고, 책이 도착하면 해당 도서관에서 찾을 수 있도록 한다. 도서관에 ‘Hold Area’ 코너가 있는데, 희망도서를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이 코너는 신청자만 이용할 수 있다. 잘 모르고 처음에 Hold Area를 발견하고 “오! 여기 읽을 책이 많다”며 책을 이것저것 꺼내보다가 직원한테 제지당해 얼굴이 화끈거린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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