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필하모니아 지휘 공연 감상기
한국의 지휘자 성시연이 이곳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왔다. 그는 지난 10월 2일 오클랜드타운홀에서 열린 오클랜드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Mozart&Mischief(모차르트와 장난)’ 공연을 이끌었다. 지난 5월에 이어 다시 오클랜드 무대에 오른 것으로, 이번 봄 공연은 지난주(9월 25일)와 이번 주(10월 2일)에 걸쳐 두 번 진행했다. 5월과 9월 공연은 둘 다 매진이어서 표를 구할 수 없어서 놓쳤고, 10월 무대는 다행히 표가 남아 감상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이번 공연은 뉴질랜드 헤럴드 신문사가 주최하는 ‘프리미어 시리즈’ 중 하나다.
성시연은 오클랜드필하모니아의 수석 객원 지휘자(Principal Guest Conductor)여서 자주 오클랜드를 찾는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올해도 벌써 세 번째다.
성시연은 2006년 게오르그 솔티 국제 지휘콩쿠르 우승, 2007년 구스타프 말러 국제 지휘콩쿠르 1위 없는 2위를 발판으로 국제무대를 누비는,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지휘자 중 한 명이다. 드문 여성 지휘자(Maestra)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이날도 성시연이 무대로 나오자 객석에서는 “Oh, lady!”라는 작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옆자리에 중국인 여자아이가 앉았는데, 여성 지휘자가 등장하자 놀란 듯 입을 틀어막으며 더 신나 했다. 공연이 끝나자 옆의 키위 할머니가 내가 아시안인 걸 보고 "지휘자 어느 나라 사람이냐? 참 잘한다"고 하시길래 "She is Korean, I'm Korean, too"라고 답변 드렸더니 엄지척을 해주셔서 매우 뿌듯했다.
이날 연주곡은 레스피기의 ‘La Boutique Fantasque(환상의 장난감 가게)’,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21번,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9번 등 총 3곡이었다.
첫곡인 레스피기의 ‘환상의 장난감 가게’는 로시니의 피아노 소품곡을 편곡해 만든 발레 음악이다. 그래서 작곡가 설명에 레스피기(After 로시니)라고 기재됐다. 밤이 되어 장난감 가게의 문이 닫히자 잠자던 인형들이 일어나(마치 토이스토리처럼) 춤을 춘다는 내용으로, 마주르카 캉캉 등 8개의 주제로 나눠 환상의 무곡이 펼쳐진다. 차이코프스키 ‘호두까기인형’ 같으면서도 더 발랄하고 밝은 느낌이다. 인형들의 잔망스러운 춤곡은 공연의 문을 여는 서곡으로 충분했다.
이어진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21번. ‘엘비라 마디간’ 삽입곡으로 유명한 2악장이 하이라이트인 곡이다. 내겐 추억 한가득인 곡이다. 중학생 때 이 영화를 보고 모차르트 피협 21번에 꽂혀(영화 내용은 기억도 안 난다) 한동안 주야장천 들었던 기억이 난다. 추억 방울방울 곡을 오클랜드에 들을 수 있다니, 향수가 몰려왔다.
이날 협연은 영국 출신의 유명 피아니스트 벤자민 그로스베노가 담당했다. 굉장히 섬세해 낭만의 감정을 극대화하는 연주가 인상적이었다. 2악장의 차분함은 종악장의 비약적 유쾌함으로 마무리됐다.
인터미션을 지나 2부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9번이 이어졌다. 쇼스타코비치는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을 상징하는 작곡가로, 어둡고 장엄하고 전진하는, ‘혁명적인’ 음악의 대명사다. 그래서 항상 그의 음악(특히 교향곡)을 들을 땐 ‘매운맛’을 즐긴다 생각하면서 긴장하고 듣는데, 이번 9번은 의외로 장난기가 가득했다. 다른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들에 비해서는 훨씬 ‘순한맛’이고, 마치 장난감 병정들이 놀이하는 듯 밝고 귀여운 장면이 연출됐다. 물론 종악장은 군대의 힘찬 행진곡(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소련의 전승을 기념하기 위해 작곡한 곡) 같은 선율로 마무리하지만, 곡을 지배하는 분위기는 경쾌하고 유머러스했다. 애초 쇼스타코비치가 웅장한 전승곡을 기대한 스탈린의 기대에 반하게 작곡했다는 해석이 나온 곡이라, 지휘자가 여기에 좀 더 강조점을 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곡이 킅나자 객석에서는 "Awesome"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비로소 이번 공연 타이틀 ‘Mozart&Mischief’가 이해됐다. 모차르트는 두 번째 곡인 모차르트 피협 21번을, Mischief(장난)는 첫곡(레스피기의 '환상의 장난감 가게')과 마지막(쇼스타코비치 교향곡 9번)을 의미했다. 멋진 수미상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