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운전 TMI
뉴질랜드에서의 운전은 한국과 정반대다. 운전대가 오른쪽에 위치, 도로 진행 방향이 왼쪽이어서 이 점이 뉴질랜드에서의 운전을 가장 어렵게 만드는 ‘진입장벽’이다. 그래도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중앙선은 항상 내 오른쪽'이라고 생각하고, 몇 가지 원칙만 지키면 왼쪽 운전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왼쪽 운전'에 익숙하지 않다면 초보운전을 뜻하는 노란 'L(Learner)' 마크를 다는 것도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는 한 방법이다.
1. 우회전은 크게, 좌회전은 작게 돌기
한국과 정반대라고 이해하면 쉽다. 한국에서 우회전은 끼어들기 개념이지만 뉴질랜드에서 우회전은, 한국에서의 좌회전처럼 반드시 신호를 받아 진입해야 한다. 그래서 우회전을 할 때는 한국 좌회전처럼 크게 돈다고 생각하면 된다. 반대로 좌회전은 오른쪽에서 오는 차량이 있는지만 확인하고 작게 턴하면 된다.
좌회전 차선에는 ‘give way’라고 적힌 표지판이 종종 보인다. 이 표지판이 있는 도로에서는 멈추거나 속도를 줄인 뒤 오른쪽에서 오는 차량이 있는지 확인하고 좌회전을 해야 한다. 오른쪽 진입차량에 우선권이 있기 때문이다. 교통량이 많거나 사고가 많은 지역은 좌회전 신호등(화살표)도 있다. 그런 곳에서는 반드시 초록등이 켜질 때 좌회전 하도록 한다.
2. 중앙선 이해하기
도로 중앙선은 흰색 점선 또는 실선, 노란색 실선 등으로 표시된다. 흰색 점선 구간은 필요할 경우 주의해서 추월이 가능한데, 흰색 실선이나 노란색이 있는 구간에서는 선을 넘어 앞지르기하면 안 된다.
3. 회전교차로(roundabout)에선 오른쪽에서 오는 차량에 우선권
뉴질랜드 시내 도로의 특징 중 하나가 회전교차로가 매우 많다는 점이다. 신호등을 대신하는 회전교차로를 통해 사고는 막고 통행은 신속하게 한다는 취지로 곳곳에 설치, 운영된다.
회전교차로가 나오면 일단 멈춤 후 내 차량 기준 오른쪽에서 진입하려는 차량이 있는지 봐야 한다. 회전교차로에서는 오른쪽에서 오는 차량에 우선권이 있어 무조건 양보해야 한다. 회전교차로에 올랐을 때는 왼쪽에서 진입하려는 차량이 있어도 내 차량(오른쪽 차량이므로)에 우선권이 있으므로 멈추지 않고 계속 가면 된다. 회전교차로 이용이 처음에는 헷갈렸는데, 익숙해지니 편하다.
4. T2 T3 등 다인용 전용차로(녹색차로)
뉴질랜드 도로를 달리다 보면 T2 T3 트럭 등이 바닥에 새겨진 그린레인이 종종 보인다. 이는 특정 시간대(표지판에서 확인 가능), 특정차량만 이용할 수 있는 도로라는 뜻이다. T2는 차량 탑승인원이 2명 이상, T3는 3명 이상일 때만 탈 수 있다. 가령 ‘Truck T2’라고 적힌 경우 트럭 또는 2명 이상 탑승한 승용차가 이 차로를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인 탑승 차량에 우선권을 줘, 홀로 탑승 대신 여러 명이 타고 가기를 권장한다.
5. 혼잡시간 고속도로 진입 시 녹색등
러시아워 때는 고속도로 진입차로에 신호등이 켜진다. 빨간불이 켜질 때는 멈추고, 초록등이 켜졌을 때 이동할 수 있는데, 초록등 하나당 차량 1대만 갈 수 있다. 가령 고속도로 진입도로가 2차로일 경우 초록등이 켜지면 레인당 하나씩 총 2대만 갈 수 있다. 무조건 진입해 길게 꼬리물기를 하거나 끼어들기를 해 발생할 수 있는 교통혼잡을 방지하기 위한 조처다. 이 교통 시스템은 우리나라에 도입이 시급해 보인다.
6. 신호등 없는 구간에서 좌회전, 우회전하기
하얀색 실색 사선이 그어진 두툼한 중앙선 구간이 곳곳에 보이는데 좌회전과 우회전이 신호 없이 허용되는 구간이다. 바닥에 좌회전 및 우회전 표시가 있는 중앙 레인에 대기 후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이 없으면 좌회전 또는 우회전을 할 수 있다.
7. 'CLEAR KEEP' 구간 비워두기
도로를 달리다 보면 바닥에 하얀색 점선으로 ‘CLEAR KEEP’라고 적힌 구간을 종종 보게 된다. 이 구간은 비상시 소방차량 구급차량 등이 이동할 수 있게 비워도라는 의미다. 정차 시 앞차에 붙으려 이 구간을 침범해서는 안 된다.
8. 속도 줄이기의 일상화
시내 도로 주행속도는 대략 50km/h, 고속도로(motorway)는 80~100km/h다. 시내에서는 차량통행이 많은 큰 도로를 제외하고 신호등이 없는 구간이 많고 횡단보도(특히 스쿨존) 턱이 많아 속도 줄이기가 필수다. 도로 공사 구간도 자주 보이는데, 이곳에서는 시속 30km로 속도를 확 줄여야 한다.
9. 끼워주기에 관대
뉴질랜드에 와서 가장 놀랐던 건 끼워주기 인심이 후하다는 점이었다. 한국은 ‘절대 못 비켜줘’ 심리가 강한데 이곳은 끼어들기 깜빡이를 켜면 뒤차는 어김없이 속도를 줄이고, 끼어들 공간을 마련해 준다. 이처럼 도로 에티켓이 좋은 편이다.(물론 험하게 운전하는 사람도 많아서 항상 조심해야 한다)
10. 7세 미만 어린이는 반드시 카시트 사용
7세 미만 어린이를 태울 때는 반드시 승인된 카시트를 사용해야 하며, 7세 이상~8세 미만은 카시트 또는 안전벨트 착용, 8세 이상부터는 안전벨트 착용을 하도록 규정한다. 어린이 안전을 매우 엄격하게 본다.
11. 고속도로에도 왕복 2차로가 있다
도심 외곽으로 나가면 고속도로에도 왕복 2차로 도로가 꽤 많은데, 이런 곳은 중앙선이 흰색 점선이어서 반대쪽에서 오는 차량이 없으면 앞지르기를 할 수 있다.
또한 앞지르기를 할 수 있는 구간을 곳곳에 둬(편도 2차로, 왕복 3차로) 중앙선을 넘지 않아도 추월할 수 있도록 한다. 편도 2차로로 넓어지는 앞지르기 구간에서는 내 속도를 유지하려면 왼쪽 차선을, 속도를 높여 앞차를 추월하고 싶으면 오른쪽 차선을 이용한다.
12. 고속도로비가 없다
일부 유료도로 구간이 있기도 있지만 각 지역을 연결하는 대부분의 고속도로는 따로 톨비를 받지 않아 도시 간 이동의 부담을 줄여준다.
13. 내비는 구글맵
한국은 티맵이 가장 대중적인 차 내비게이션이지만 뉴질랜드에서는 구글맵을 대부분 쓴다. 휴대전화 구글맵 앱을 켜고 경로 찾기를 하면 해결! 그래서 차량 내 휴대전화 거치대 지참은 필수다. 구글을 한국어로 설정해 놓으면 한국어로 길 안내를 들을 수 있다. 다만 구글맵은 과속 카메라 위치를 알려주는 기능은 없어 알아서 시속 제한에 맞춰 속도 줄이기를 일상화해야 한다.
14. 도로가 주차
주차장을 제외하고 일반 도로 갓길에도 주차할 수 있는데, 가장자리에 황색이 그어진 도로가에는 주차하면 안 된다. 흰색 가장자리선이 있는 곳은 주차할 수 있다. 또한 주택가에 주차할 경우 연석이 있는 곳에만 주차할 수 있다. 차 출입을 위해 연석이 설치되지 않은, 턱이 낮은 구간에는 주차하면 안 된다.
15. 음주단속
뉴질랜드에서도 불시에 음주단속을 하는데(주로 주급일인 목요일과 주말을 앞둔 금요일에 많이 한다), 우리나라처럼 음주측정기로 바로 하지 않고 1부터 10까지 세어보기(count 1 to 10)를 먼저 시킨다. 말이 어눌하다고 판단되면 운전자를 밖으로 나오게 해 걸어보기, 한 발 들고 서기 등을 하게 한다. 처음 음주단속을 받았을 때 당황해서 경찰관의 ‘1부터 10까지 세라’는 말을 못 알아듣고 음주측정기처럼 보이는 기계에 대고 계속 ‘후~’ 하고 불었던 기억이 난다. 경찰관이 웃으며 “외국에서 왔냐”며 해서 얼굴이 화끈거렸던 해프닝이 있었다.
16. 주유 팁
Caltex Mobil Z bp gull waitomo U-Go 등 다양한 주유소가 있어 가까운 곳으로 찾아가면 된다. 구글맵에 ‘petrol station near me’라고 치면 가까운 주유소를 안내해 준다. 셀프 주유이며, 대부분 주유구에서 계산(pay at pump)하지만 일부 주유소에 딸린 편의점 계산대에 직접 가서 대면 정산을 해야 하는 곳도 있다.
파킨세이브나 코스트코 같은 대형 할인점도 주유소를 운영하는데, 해당 마트를 이용하면 할인코드를 줘 좀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현지인 말로는 코스트코 주유소가 가장 저렴한 편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마트 주유소가 다른 시내 주유소에 비해 항상 저렴한 건 아니고,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어떨 때는 gull이나 waitomo, U-Go 주유소가 더 쌀 때도 있다. 시세는 매일 달라지며, 리터당 2000원 정도로 한국보다 비싸다. 그래서 뉴질랜드에서는 하이브리드 차량을 가장 선호한다.
17. Rego와 WOF
뉴질랜드에서 차량은 모두 앞 유리 왼쪽에 일/월/연도가 찍힌 라벨을 부착하고 다니는데, 특정 시점까지 해당 차량 사용을 정부로부터 허가받았다는 의미의 Rego 제도다. 공공도로를 다닐 수 있는 사용료 개념으로, 가령 라벨에 ‘2026년 1월 10일’이라고 기재됐을 경우 이날까지 등록비를 완납하고 도로 운행 허가를 받았다는 뜻이다. 3개월, 6개월, 1년 단위로 갱신할 수 있다. NZTA 웹사이트에서 차량 번호판을 입력한 뒤 결제하면 며칠 뒤 Rego 라벨이 우편으로 집에 배달돼 차량에 붙이면 된다. 중고차량 구매 때 Rego를 확인하도록 한다. 언제까지는 등록됐으니 이후 필요한 만큼 갱신하면 된다.
WOF라 불리는 차량 안전점검도 1년에 한 번씩 받아야 한다. WOF 점검이 가능한 근처 카센터에서 받을 수 있는데, 대부분 카센터가 이 서비스를 제공해 쉽게 점검할 수 있다.
18. 자동차보험과 운전면허증
자동차보험은 우리나라와 달리 필수는 아니나 사고에 대비해 대인/대물 모두 들어놓는 게 좋다. 나는 이와 별도로 운전면허증을 발급해 주는 AA(뉴질랜드자동차협회)의 멤버십에 가입했다. AA 멤버가 되면 연중무휴 견인(거리 등 제한은 있음) 등 차량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영화관 오페라공연 같은 문화시설 할인 혜택도 얻을 수 있어 제법 쏠쏠하다. 배터리가 방전됐을 때 AA 긴급 서비스를 불러 매우 유용했다.
운전면허증은 한국에서 발급받은 영문운전면허증으로 1년간 운전할 수 있다. 국제운전면허증 대신 영문운전면허증만 받아오면 된다. 다만 한국에서 발급받은 영문운전면허증으로는 이곳에서 1년만 운전할 수 있으므로, 1년 이상 장기 체류를 원하면 현지에서 뉴질랜드 운전면허증을 별도로 발급받아야 한다. 가까운 AA센터에 직접 가서 신청서를 내야 하며(운전면허증에 들어갈 사진 촬영을 AA센터 현장에서 하므로), 일주일 뒤쯤 실물 운전면허증 카드가 우편으로 집에 배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