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는 연휴가 많다

와이탕이데이부터 노동절까지

by 오클랜드방랑자

뉴질랜드 웰링턴 국립박물관 내 안작 특별전.


뉴질랜드에는 학교를 가지 않는 공휴일(이라고 쓰고 사실상 연휴)이 꽤 많다. 한국과 다르게 4학기제여서 2주간 진행되는 학기 간 방학(4월, 7월, 9월 말~10월 초)까지 있어서 학교를 더 자주 쉬는 듯한 기분이 든다. 지난 주말부터 이번 월요일(10월 27일)까지 이어진 노동절 연휴를 기념(?)해 뉴질랜드의 주요 공휴일 연휴를 정리해 봤다. 괄호 안 날짜는 올해 기준이다.

1. 와이탕이의 날(2월 6일/Waitangi Day)

-뉴질랜드 건국절 개념으로 매년 2월 6일로 지정됐다. 올해 2월 6일은 금요일이라 금~일 연휴가 됐다. 1840년 북섬의 와이탕이라는 곳에서 영국 왕실 대표와 마오리족 추장들이 와이탕이 조약(Treaty of Waitangi)을 체결한 것을 기념하는 날로, 호주처럼 원주민을 학살하지 않고 일종의 평화협정을 통해 공존 공생을 약속한 날이어서 공식적인 현재 뉴질랜드의 시작일로 본다. 뉴질랜드 원주민은 전쟁 대신 영국에 자주권, 토지거래권 등을 넘기며 영국에 편입되는 것을 선택했는데 주권 등에 관한 내용이 영국 측 원문과 마오리족 측 번역문이 달라 현재까지도 논란이 된다.


2. 부활절 연휴(4월 18일~21일, Good Friday/Holy Saturday/Easter Sunday/Easter Monday)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기독교 최대 축일 부활절을 서양에서는 휴일로 기념한다. 올해는 4월 20일(일요일)로 그전 금요일부터 다음 날인 월요일까지 부활절 연휴가 이어졌다. 다만 부활절 연휴는 방학 중에 있어서 ‘긴 연휴’라는 느낌이 덜했다.


3. 안작의 날(4월 25일/ANZAK day)

안작데이는 우리나라 현충일 개념이다. 매년 4월 25일 전쟁에서 희생된 군인을 추모한다. 올해는 4월 25일이 금요일이라 금~일 연휴가 됐다.

1915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현재 튀르키예 갈리폴리에서 치러진 전투 당시 희생된 호주-뉴질랜드 연합군(ANZAC·Australian and New Zealand Army Corps)을 기리는 행사를 중심으로 추모가 진행돼 ANZAK 데이로 불린다. 추모를 통해 모든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염원한다. 뉴질랜드 수도인 웰링턴에 있는 국립박물관(Museum of New Zealand Te Papa Tongarewa)에는 안작 특별전이 상시 전시돼 갈리폴리 전투에서의 참상, 희생을 거대한 군인상 조형물을 중심으로 생생히 느껴볼 수 있어 좋은 교육자료가 된다.


4. King’s Birthday(6월 2일)

‘왕의 생일’을 기념하는 공휴일이다. 뉴질랜드는 영연방 국가여서 국가원수가 형식상 영국 왕이다. 국가원수의 생일을 공휴일로 지정해 기념하는 것이다. 다만 왕의 실제 생일과는 차이가 있다. 현재 영국 왕인 찰스 3세의 실제 생일은 11월이지만 왕의 생일 공휴일은 매년 6월 첫째 주 월요일로 못 박아 진행한다. 따라서 토~월 연휴다. 엘리자베스 2세 서거 이후 Queen’s Birthday에서 King’s Birthday로 이름도 변경됐다.


5. Matariki(6월 20일)

마타리키 연휴는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의 새해를 기념하는 날로, 우리로 치면 음력설 연휴다. 매년 6월 말~7월 초 금요일로 정해져 금~일 연휴가 된다. 마타리키는 마오리족의 천문관을 상징하는 마타리키 성단 내 9개 별의 중심별을 뜻한다. 하카 공연 등 마오리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행사가 곳곳에서 열린다.


6. 노동절 연휴(10월 27일)

매년 10월 마지막 월요일은 뉴질랜드의 노동절이다. 따라서 토~월 연휴가 성립된다. 올해는 10월 23일(목) 교사 파업 때문에 학교가 휴업해 훨씬 더 긴 연휴 기분이 들었다.(물론 금요일에 ‘찔끔’ 학교를 가기는 했다)

한국을 비롯, 전 세계 많은 국가가 5월 1일을 ‘메이데이’, 즉 노동절로 기념하는 것과 달리 뉴질랜드는 10월에 노동절을 지낸다. 19세기 후반 이곳 노동자는 ‘하루 8시간 근무, 8시간 휴식, 8시간 여가’를 요구하며 역사적 투쟁을 벌였고, 1899년 마침내 노동절 법(Labour Day Act)이 통과되면서 이때부터 법정 공휴일로 지정됐다.

8시간 근무를 외친 뉴질랜드 내 노동운동은 국제적 기점(1886년 5월 1일 미국 시카고에서 일어난 8시간 노동 요구 파업)보다 무려 40년이나 더 앞섰다고 한다. '노동 선진국' '워라밸의 나라'라는 표현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아직 노동절이 법정 공휴일조차 아닌 한국과 비교하자면 130년은 앞섰다. 노동시간과 쉼, 여가시간을 명시한 '워라밸' 주장이 무려 130년 전에 나왔고, 이것이 당시 받아들여진 셈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근로자의 날’ 명칭을 ‘노동절’로 바꾸고, 법정 공휴일 지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도 워라밸을 향한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


7. 크리스마스 연휴

다른 서양국과 마찬가지로 뉴질랜드도 크리스마스 연휴를 위시해 연말연시 긴 휴가(학생은 방학)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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