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 포크스 나이트' 주간 즐기기
Guy Fawkes Night에 진행된 불꽃놀이.
지난주 뉴질랜드에서는 마을 곳곳에서 폭죽이 터져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낸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가이 포크스 나이트’(Guy Fawkes Night·11월 5일)가 있는 ‘불꽃놀이 주간’이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정부는 일 년에 딱 한 번, 가이 포크스 나이트 주간에만 폭죽 공식 판매 및 개인 사용을 허가한다. 이런 이유로 지난주 시내 곳곳에서는 폭죽을 파는 컨테이너 형태의 임시 상점이 눈에 띄었다.
가이 포크스 나이트는 영국에서 매년 11월 5일 열리는 불꽃축제로, 1605년 가이 포크스 일당의 화약 음모 사건(Gunpowder Plot) 실패를 기념해 폭죽을 터뜨리며 축하하는 날이다. 당시 가톨릭 세력인 가이 포크스 일당이 국왕인 제임스1세를 암살하고 국회 의사당을 폭파하려다가 사전에 발각돼 처형됐다. 영국이 16세기 개신교(성공회) 국가로 자리 잡고 가톨릭 세력을 탄압하자 이에 불만을 품은 구교도가 신교도를 대상으로 테러를 저지르려다 미수에 그친 일로, 당시 영국의 극심했던 종교 갈등을 상징하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정치 반란을 진압하고 국왕과 의회가 승리했다는 것을 대대적으로 기념하려 매년 11월 5일이 속한 주에 영국에서는 화려한 불꽃놀이가 이어진다. 모닥불을 피우거나 가이 포크스 인형을 불태우는 퍼포먼스가 펼쳐지기도 한다. 단순한 반란 진압을 넘어 민주주의, 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날이기도 하다. 영연방인 뉴질랜드에서도 이를 함께 기념한다.
다만 뉴질랜드에서 불꽃놀이 규모 등 화려함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몇 년 전만 하더라고 폭죽 구매 기간이 한 달 정도로 길었고(올해는 11월 2~5일로 고작 나흘간만 판매), 마운트이든 등 시내 주요 공원에서 대대적인 가이 포크스 나이트 행사를 열었는데, 올해는 오클랜드 시내에서 개최된 공식 행사는 없었고, 개인 단위로 집 마당 등에서만 안전 기준에 맞게 폭죽을 터트리도록 허용했다. 화재 위험이 크고 소음을 호소하는 민원이 커져서 그런 듯하다.
실제로 바로 옆집에서 밤 10시가 다 되도록 폭죽을 터트려 보기는 좋았지만 소음이 거슬리기는 했다.(구매일을 놓치는 바람에 폭죽을 사지 못해 터트리지 못한 입장에서다. 폭죽놀이에 참여했다면 소음 문제는 생각 못 했을 수 있다!)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사고도 발생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주 오클랜드 남쪽 파파쿠라 지역에서 잔디깎이 기기 상점에 폭죽을 쏘아 화재를 일으켜 부상자를 낸 혐의로 용의자 2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기름통이 있는 곳이어서 큰 화재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개인 대상 폭죽 판매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도 나오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