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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훈의 중국평론 Jun 16. 2022

이유 있는 중국의 온라인 플랫폼 길들이기


중국은 새로운 시장의 탄생을 방긋 환영하지만, 멋대로 새로운 기준이 생겨나면 밥상도 엎는다.


최근 들어 좀 누그러들었다고는 하지만 작년부터 시작된 중국 공산당의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을 향한 조사와 규제는 몹시 드세다.


과거,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관용은 끝이 없었다.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규제와 자유로운 시장 활동,


심지어 일명 시나(Sina.com) 모델로도 불리는 VIE(Variable Interest Entity) 방식으로 미국 증시로의 우회상장도 일언반구 없이 용인되었다.


하지만 이들을 향한 최근의 매질은 심상치 않다.


긴 시간, 마치 봄날과도 같았던 업계의 훈풍은 간 곳이 없고 매서운 찬 바람만 거세게 불고 있다.


품 안의 새끼처럼 애지중지했던 중국 공산당의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편애는 차갑게 식은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는 몇 가지의 측면에서 본다면 중국 공산당의 기조에 맞춰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결과이기도 하다.


1. 기층 계급의 측면


공산당의 사상적 기반은 무산계급이다.


신흥 부르주아로 등극한 중국 빅테크와 기타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독점적, 절대적 지위가 지속되는 것은 사상적 이율배반일 수밖에 없다.


또한 이들로 인해 무너진 전통 소상인, 착취당하는 노동력(996•인터넷 기업 근무자의 9시 출근, 9시 퇴근, 주 6일 근무) 등이 마치 새로운 프롤레타리아를 양산하는 것과 같이 비친다.


시진핑 정권에 의해 사상의 본질적 회귀를 추진하는 현 중국 공산당의 입장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과도한 성장이 난처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세상 모든 제도권과 같이, 그 선택은 당연히 자신들의 정권 안정을 위한 쪽으로 흐른다.


부의 재분배와 같은 포퓰리즘처럼 국정운영에 신묘한 아이템은 없다.


그리고 포퓰리즘으로 벌어놓은 시간 저 너머에 정말 진중하게 고민하고 있는 조정과 통제가 있다.


그 결과가 제도라는 모습으로 완성될 때까지 이들에 대한 무차별적 압박은 계속될 것이다.


2. 해당 산업의 측면


중국은 신규 산업과 기술을 보편화하기 위해 가장 빠르고 좋은 방법을 알고 있다.


‘선부론(先富论•잘 벌 수 있는 사람이 먼저 벌어 리딩하라)’과 ‘흑묘백묘론(黑猫白猫论•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장땡)’으로 무너져가던 나라를 살리고, 뒤처져있던 경제를 G2의 반열까지 끌어올렸다.


그래서 새로운 시장의 형성은 언제든 환영하고 환대한다.


하지만 그 시장에서 절대 강자가 생겨나고 패권을 쥐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시장의 주인에 대해 명확히 인지시킬 때가 된 것이다.


그제서야 그 주인은 국가와 인민이고(공부론•公富论) ‘중국은 계획 경제 기반의 사회주의 국가’ 임을 서슴없이 증명한다.


개인이나 기업 따위가 시장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 없으며, 그들로 인해 맞이할 수 있는 모두의 위기가 허락되지 않는다. (물론 헝다 사태처럼 아픈 경험들도 있지만)


중국 공산당에게 당과 국가는 위기를 타개하는 존재이기 이전에 위기를 예방하고 차단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3. 사회주의의 시장, 자본주의의 계획


우리는 이렇게 알고 있다.


시장이 우선이던 덩샤오핑, 계획이 우선이 된 시진핑.


그렇지 않다.


1992년, 덩샤오핑은 이렇게 말한다.


“자본주의에도 계획이 있으며, 사회주의에도 시장이 있습니다. 계획과 시장 모두 경제의 수단일 뿐입니다. (计划经济不等于社会主义,资本主义也有计划;市场经济不等于资本主义,社会主义也有市场。)”


그리고 저 말의 앞뒤에 이러한 이야기를 덧붙였다.


“계획이 더 많거나 시장이 더 많거나 한 것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본질적 차이가 아닙니다. 계획과 시장 모두 국가 경제의 수단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计划多一点还是市场多一点,不是社会主义与资本主义本质区别。计划与市场都是经济手段。)”


계획과 시장을 모두 다 품어버린 이 욕심쟁이 같은 의지는,


과거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방향인 ‘시장은 알아서 성장하고 스스로 성숙하는 것이 아닌 국가에 의해 계획되고 통제되어야 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시장이 충분히 성장하고 자리 잡을 동안 기업이 제멋대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방목하고,


성숙의 단계로 넘어갈 때가 되면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조련하고 통제하겠다는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방법론을 천명한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정부가 공정하다는 전제(!)하에 국민과 시장에게 이보다 훌륭한 경제 정책은 없다.


시장이 마음껏 뛰놀며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렇게 꼴을 갖추어야 할 정도로 성장했을 때


국가가 공정한 잣대와 성숙한 틀을 통해 관리, 감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고 불합리하다고 믿는 자유 시장주의와 그것이 옳고 가능하다고 믿는 중국 사회주의는 공존할 수 없는 이념의 양극단일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EU는 온라인 플랫폼들을 정조준해 각종 규제를 쏟아내고 있다.)


사실 이러한 중국의 이념이야 그냥 그렇구나~ 이해만 하면 되는 것이고,


그것을 이해한 우리가 앞으로 궁금해해야 하는 것은 오히려 아래의 것 아닐까 싶다.


그래? 웬만큼 자랄 때까지는 시장을 보호하고 키운다고?


그렇다면 중국에서 이제야 싹이 올라오는 바이오 시장은 전망이 어떨까?


제대로 싹도 올라와 본 적 없는 민간 스포츠 시장은?


싹수가 노랗다고? 제도가 엉성하고 엉망이라고?


한동안 그게 상관이 있기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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