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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훈의 중국평론 Apr 26. 2022

프롤로그 : 적과의 동침

본 내용은 2021년 9월 출간된 『중국을 이기는 비즈니스 게임』의 서문 입니다.
앞으로의 글쓰기에 앞서 그 이유와 의지를 이보다 명확히 표현해 낼 길이 없기에 아래의 글로 갈음 합니다.


이 시대의 한국은 중국을 지치지 않고 혐오한다.


6.25 때 우리를 남쪽 끝 궁지로 몰고 간 적국이었고, 열강의 농간에 빚어진 분단국으로써 주적의 대표 우방이 바로 이 중국이다.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아온 어르신들보다 한참 뒤 태어난 요즘 세대들이 더욱 중국을 혐오한다.


현시대의 젊은이인 20~30대의 혐중은 역사 속 추억 때문이 아닌, 보다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이유에 기인한다.


그리고 반평생 이상 중국에서 살아온 나도 그 마음과 이유에 공감한다.  


눈 뜨기 힘든 미세먼지의 유발자이고, 세계를 도탄에 빠뜨린 코로나19의 시발점이지만 미안해하기는커녕 오히려 큰소리치며 그들을 원망하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겁박을 가한다.


어렵게 입학한 대학에서 마주한 중국 유학생은 부모 힘으로 손쉽게 입학하여 좋은 차를 굴리고 조별 과제 때마다 “한국어를 좔 못해서...”라며 다른 조원들에게 얹혀가기 일쑤다.


우리가 가진 역사로 홍콩 사태나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모른 척하기 어려운 젊은이들이 작게나마 무언가를 이야기하려 하면 그 앞을 가로막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잘도 활용하여 맞서 발언하고 당당하게 자국과 공산당을 변론하는 그들을 보며 황당함과 뻔뻔함을 느낀다.


그렇다고 우리가 늘 중국을 싫어한 것은 아니다.


2006년까지만 해도 중국은 미국과 동일할 정도로 한국인들이 호감을 느끼는 국가였다.


20세기 말, 중국은 우리에게 아주 친절하고 풍족하며 만만한 시장이었다.


중국인은 우리의 일상생활을 선망하고 대중문화에 열광하던 두껍고 너그러운 지갑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외교적, 정치적 이유로 선택한 그들의 한한령을 시작으로 우리는 여러 면에서 한파를 맞아야 했다.


그리고 시작된 그 겨울로 따스했던 봄날이 만들어놓은 아름다운 관계는 차갑고 단단하게 얼어붙으며 우리는 그들의 민낯에 분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우리의 혐오, 분노와 상관없이 우리가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은 분명히 존재하고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이다.


바로 중국을 벗어날 수 없는 우리의 삶 말이다.


그들의 국민성, 문화 수준 그리고 우리의 바람들과는 전혀 상관없이 중국의 초강대국을 향한 행보는 멈춤이 없을 것이다.


미국과 같은 강대국의 견제와 주변국의 반기를 그들은 오히려 촉진제 삼아 내부적 결속과 자급형 경제구조 강화의 개기로 삼을 것이고


10억 헥타르의 땅, 15억 인구의 거대한 규모를 바탕으로 미국을 넘는 세계 1위 절대 강자라는 목표를 현실화할 것이다.


밉다고, 싫다고 등 돌려 모른 척하기에는 불 옆의 짚단처럼 우리의 삶은 위태롭고 불안하기만 하다.


여기서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을 것인가, 아니면 죽기를 각오하고 싸울 것인가.


그리고 그 선택에는 이 둘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살아남고 또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선택도 있다.


하지만 그 선택을 하는 데 있어 우리를 막아서고 있는 민족 특성이 있다.


바로 정의감이다.


한국인은 면면이 불타오르는 정의감의 화신들이다.


불의에 대항하고 정의를 수호한다.


하다못해 상식 밖, 이해불가한 이야기들도 불의와 정의를 대입하는 순간 그럴싸한 가짜 뉴스가 되어 SNS를 타고 사람들의 관심사로 들어선다.


그리고 중국과의 관계에서 살아남고 언젠가 싸워서 이길만한 방법들은 한국인에게 그다지 정의롭지 못하다.


중국은 음모, 협작, 기망 등이 지저분하게 판치는 곳이다.


수천, 수만 년을 쌓아올려온 이에 대한 노하우는 심지어 연구와 정립을 거쳐 나름의 학문으로까지 자리 잡았으니 우리가 이를 반칙이라 생각하여 페어플레이를 고수한다면 우리는 파트너도 적수도 될 수 없는 노릇이다.


옹졸하고 비겁하며 영악한 강자와의 게임. 그 게임에서 우리는 내내 패배하고 있었다.


끊임없는 패배에 지치고 무례, 민폐, 비상식으로 인식된 그들이 싫어서 이제 우리는 관심사 밖으로 밀어내려 애쓰고 있다.


중국은 축복의 시장에서 떠올리기조차 싫은 개미지옥으로 우리의 인식 속에서 변화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30년간 우리를 규모 경제로 이끌고 간 중국 시장을 이제 와 포기하기에는 한국의 경제가, 기업이, 그리고 시장이 너무도 그간의 단맛에 익숙해져 버렸고 우리 기업의 체질조차 바꿔버렸다.


우리의 자존심을 벗겨낸 상처들로 벗어날 수 없는 중국 돈, 그 중국 시장이 우리에게서 멀어져가고 있다.


그들과 함께한 30년,


우리가 얻은 물질적 소득과 함께 그들이 누구인지에 대한 이야기들도 세상에 참 많이 나왔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 중 냉철하고 정확하게 사업의 대상으로써 그들을 설명한 것은 너무도 부족했다.


때로는 목표를 함께하는 파트너로, 때로는 생존을 위한 치열한 사투의 적으로, 때로는 보이지 않는 위기의 부비트랩으로 존재하는 그들을 30년이라는 시간이 부끄럽지 않게 풀어내보고 싶었다.


최소한 한 번은 최선을 다해 붙어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심정으로...


그래서 이 책은 그간의 중국 관련 서적들이 그러했듯 단순 설명서가 아니다.


40개가 넘는 실제 한중 비즈니스 사례를 해학, 분노, 감동, 충격 등을 통해 쉽게 풀어썼지만 중국인과 중국 비즈니스의 민낯을 넘어 본질 그 구석구석까지 파헤쳐놓은 한중 비즈니스의 해부학 교재이다.


매번 지기만 하는 것은 지루하다.


이해하고 노련해져 어느 날 이기기 시작하면 재미라는 것을 느낀다.


이 책을 통해 한중 비즈니스에 새로운 승부가 시작되길 기도한다.


우리에게 가장 위험하고 어려운 상대는 중국이 아니라 어느 순간 우리 마음속에 자리하기 시작한 ‘포기’라는 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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