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만 하면 정답을 알려주는 인공지능 시대에
정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주는 사람도 필요하지 않을까.
길을 잃을 때마다 엄마가 가야 할 길을
책에서 찾은 사람도 있다는 것이 힘이 되지 않을까.
이 책에는 초보 엄마에서부터 사춘기 엄마까지 지난 15년의 여정이 담겨 있다. 과거에 읽었던 책의 내용을 되새기며 독백처럼 다짐처럼 글을 써나갔다. <맛있는 책읽기 자녀교육편>은 과거의 내가 읽었던 책들이 현재의 나에게 말하는 잔소리다.
나에게 잔소리꾼은 크리슈나무르티였고 틱낫한였다가 비노바 바베가 되고 간디가 되었다. 책임은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훈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춘기 부모의 역할은 어디까지인지 정신 차리고 들으라고 말하는 따끔한 잔소리에 이끌려 지금 이렇게 마지막 편을 쓰고 있다.
소설 작가들은 말한다. 처음부터 결말을 정하고 쓰기 시작하진 않았다고. 작품 속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작품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났고, 그 인물들이 소설을 완성하게 이끌어 줬다고 말이다.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이 책도 매주 한 편 한 편 써나가면서 소개하는 책의 내용과 그 주 일어났던 아이와의 갈등이 이 책의 내용을 섬세하게 다듬고 이끌어주었다.
가정마다 육아 시나리오는 다르다.
그래도 큰 틀에서 엄마가 되어 핏덩이 아이를 안은 순간부터 먹이고 재우고 학교를 보내며 아이와 함께 울고 웃으며 즐거움과 힘듦을 겪는 일련의 과정에서 분명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각자의 서사는 다르지만 엄마이기에 함께 겪고 공감할 수 있는 공통의 고민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 글을 쓰는 오늘이 딸아이의 생일이다. 아이가 태어났던 순간을 기억한다. 그리고 첫 5년의 암흑기를 거쳐 초등생활의 핑크빛 행복한 추억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지금은 가장 속 시끄러운 사춘기 엄마 역할 중이다.
중학생 엄마가 되니 초등시절이 참 좋았다 싶다. 그때까지는 소신을 가지고 아이를 교육하고 훈육할 수 있었다. 그런데 중학생 엄마는 좀 다르다. 그 많던 역할들이 한순간에 휘발된다. 언제쯤이면 놀아달라고 하지 않을까 짜증스러웠던 그 순간들이 무색할 만큼. 아이는 언제 친했냐는 듯이 무심한 눈빛으로 엄마를 바라본다.
찬란했던 여름에서 가을없이
겨울이 훅 치고 들어왔다.
글을 쓰자. 생각을 정리하자.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면 길이 보일 거야.
이렇게 다짐하면서 독백처럼, 간절한 마음으로 내가 걸어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보았다.
이런 과정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 않을까 생각하며 글을 썼다.
지금도 진행형 엄마다. 책 속에서 길어 온 말들을 빛으로 삼아 어두운 터널 속 방향을 더듬어가며 나아가고 있다. 여전히 엄마는 힘들다. 하지만 나에게는 든든한 동반자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나 혼자만 힘든 게 아니다. 과거의 수많은 부모가 했던 일이고 다만 내가 그들의 삶에 관심이 없었을 뿐이었다.
과거의 부모가 현재의 부모를, 현재의 부모가 미래의 부모들을 일으킬 것이다. 과거의 그들이 나를 넘어지지 않게 계속 일으켜 세워주었듯, 그런 나를 보며 미래의 부모가 될 누군가가 다시 일어났으면 좋겠다.
책에는 힘이 있다.
책에 담긴 말들은 일상의 가벼운 대화는 아니다. 일상에서는 차마 꺼낼 수 없었던 진지한 고민들과 그 고민을 해결해 본 누군가가 건네는 밀도 있는 잔소리다. 잘못된 길로 가지 말라고 포기하지 말고 나아가라는 간절함을 담은 따뜻한 잔소리다.
내 마음 속 퍼져갔던 그 울림들을 이 책에 담으려 노력했다. 힘들어도 이렇게 가는 게 맞다고 빨리 가지 말고 아이와 호흡을 맞추며 한 걸음 뒤에서 천천히 가라고 잔소리한다. 그 간절함을 알기에 잔소리가 든든하게 들린다.
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난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었을까.
인생은 공평하게 새드앤딩이다.
우리 각자는 죽음이라는 앤딩이 정해져 있는 드라마를 찍고 있다. 그 드라마 속에서 아이라는 존재가 우리의 삶을 얼마나 농도 있게 만들었는지 생각해 보자.
가장 행복했던 순간, 가장 고통스러웠던 순간이 모두 아이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는가. 나의 드라마는 아이로 인해 색깔이 선명해지며 클라이맥스가 생기고 특별해졌다.
인생은 어차피 고(苦)다.
엄마가 되기를 망설이고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