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가 오면 집의 계절은 겨울이 된다.
아이는 방 안에서 나오지 않고 겨울잠을 자는 듯하다.
갑작스러운 계절의 변화에 부모는 당황스럽다.
아무래도 또 길을 잃은 것 같다.
느닷없이 찾아온 겨울 같은 사춘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 걸까? 이번 편에서는 오은영 박사님의 <내 아이가 힘겨운 부모들에게>의 내용을 살펴보면서 그 해답을 찾아보자.
아이에게 집은 바로 부모예요.
집이 편안하지 않다는 말은 부모가 편안하지 않다는 말이고,
집이 싫다는 말은 부모가 싫다는 말과 똑같아요.
사춘기 아이들은 얼핏 부모가 필요 없는 것처럼 굴지만 속에는 의존 욕구가 있다. 사춘기가 되어도 여전히 부모가 헌신적으로 자신을 키워주고 돌봐주며 힘들 때 버팀목이 되어주고 때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주길 바란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쉼터 같은 모습의 부모를 기대한다.
사춘기 아이가 방 안에서 나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집에서 방 안이 제일 편안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거실이나 주방으로 나오면 부모님의 관심과 잔소리가 몰려와 자신을 공격한다고 느끼기 때문이기도 하다. 부모님과 다투기 싫어서 또는 혼자 조용히 자유롭게 쉬고 싶어서 계속 자기 방으로 숨어든다. 이른바 동굴형 사춘기가 시작된다.
아이가 방 밖으로 나오게 하려면 일단 부모의 잔소리와 관심부터 줄여야 한다. 너에게 크게 관심이 없다는 것처럼 굴거나 아이가 질문하기 전에는 먼저 말 걸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더 이상 우리 아이가 잔소리로 움직일 수 있는 나이가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말을 삼키는 것이 현명한 부모의 자세이다. 부모의 말이 줄어들면 아이는 안전하다고 느껴 방어를 그만두고 말문을 열 것이다.
사춘기 아이들은 일단 자존심을 세워줘야 해요.
사춘기 아이들은 사회성이 발달해 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타인 속에서의 나'를 훨씬 더 신경 쓰고 그 안에서의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신을 향한 비난에도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는 자존감이 강한 아이로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 줄 수 있을까? 성취나 결과만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아이의 생각과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해 주는 게 중요하다. 사춘기 아이에게는 먼저 아이를 인정하고 공감하는 말을 충분히 해준 다음 지적과 훈계는 요점만 간단히 해주는 게 좋다. 한 가지 더 주의할 것은 비판할 때는 감정 조절을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판적인 말에 부정적인 감정 표현이 섞이는 순간 아무리 긍정적인 비판이라도 비난이 되어버린다.
한 번은 꺾어야겠다는 마음이 들더라고 인내하고 인내하자. 아이의 고집을 꺾으려다가 부모와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사춘기가 지나고 남는 것은 결국 부모와의 관계이다. 함께 지내는 마지막 몇 년의 시간을 신경전만 하다가 보내는 것은 어리석고 불행한 일이다. 사춘기는 져주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이다.
중학생 아이들에게 말을 걸 때는
부모가 자신의 진솔한 마음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게 좋아요.
사춘기 아이들에게는 이제 명령어는 통하지 않는다. 반항심만 부추길 뿐이다. 아이가 존중받는다고 느낄 수 있게 부모도 진실되게 아이에게 다가가야 한다. 사춘기 부모가 아이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함께 살펴보자.
첫째, 아이 앞에서는 되도록 말수를 줄이세요. 말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거든요. 사춘기가 되면 아이와 거리를 두고 독립성을 인정해 줘야 해요. 한 번 말할 때는 한두 문장 정도로 짧게 하세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한자리에서 같은 이야기를 두 번 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는 거예요.
둘째, 명령 대신 제안을 하세요. "~해"가 아니라 "~해볼래?" 혹은 "그래줄래?"라고만 해도 사춘기 아이들은 말을 훨씬 잘 듣고 행동도 달라져요.
셋째, 아이가 "알았다고요."라고만 해줘도 고맙게 생각하는 거예요. '왜 말을 저따위로 해.'라고 기분 나쁘게 받아들일 게 아니라 그 정도는 "땡큐."라고 대답한 것과 진배없다고 여기는 게 좋아요. 아이 입장에서는 부모에게 대들지 않으려고 자꾸만 반항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른 거죠. 그러니까 그걸 건드려선 안 돼요. 잘못하면 폭발해 버리거든요.
넷째, 절대 소리 지르지 마세요. 부모 스스로 아이를 잘 파악하고 있고, 아이가 내 말을 잘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는 부모는 소리를 지르지 않아요. 부모로서의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죠. 소리를 지르게 되는 것은 자기가 빨리 힘의 우위를 차지하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뺏길 것 같은 두려움과 위기감 때문인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사춘기 아이는 자기를 억누르려는 타인의 의도와 말투, 행동에 상당히 민감해요. 그렇기 때문에 부모가 소리를 질러서 아이를 억누르려 하면 아이는 더 반항하게 되어 있어요.
다섯째, 중요한 이야기일수록 간단하게 하세요. 아이가 새벽에 들어왔다면 "일찍 다녀라." 하고 짧게 말하세요. 그럼 아이도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나중에는 차츰 좋은 방향으로 바뀌어가요. 사춘기 아이를 키우는 데는 굉장한 인내심과 내공이 필요해요. 아이의 문제를 옆집 아이 문제 대하듯 조금은 이성적이고 냉정하게, 거리를 두고 볼 필요가 있어요.
여섯째,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 마세요. 아이는 항상 부모의 말이나 행동에 자극을 받으면 더 강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부모는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말만 해야 해요. 부모가 중심을 못 잡고 일관성 없는 말과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아이는 부모를 만만하게 보게 되거든요. 그리고 부모의 약점을 잡아 그걸 무기로 휘두르기 시작하죠.
사춘기 아이는 불안하게 깜깜한 터널을 지나고 있다. 신체의 변화와 함께 공부와 친구 관계 등으로 몸도 마음도 지쳐서 들어오는 아이에게 집이 편안한 공간일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아이에게 말을 걸 때도 신중해야 한다. 부모와의 관계가 감정적으로 치닫지 않게 부모부터 감정을 잘 다스려야 한다. 명령조의 말보다는 청유형의 말투로 다가가야 하며, 아이가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 수 있게 아이의 이야기를 최대한 들어준 후에 조언은 짧고 명료하게 건네는 것이 핵심이다.
결국 사춘기는 부모의 성숙함을 시험하는 시기이다.
이렇게 인내해야 성인의 부모가 되는구나.
더 겸손해지고 더 깊어진다.
이 겨울을 버티는 방법을 이제는 안다.
하지만 실천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도 안다.
그래도 겨울은 결국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