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가 가야 할 길



어쩌다 초등교사 된 사람이 지금은 어떤 교사가 되었을까?


25살의 신입교사였던 나와 지금의 마흔을 넘긴 중견교사가 같은 사람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29살 엄마가 된 시점에서부터 시작된다.




엄마가 되기 전의 삶은 그 이후에 삶에 비하면 온실이나 다름없었다.

인생의 중요한 숙제는 공부와 약한 몸뿐이었고, 특별히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갖지도 않았다. 내성적이라 인간관계에 대한 내적 갈등이 많은 편이어서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을 본능적으로 거부했고, 남한테 피해 주지 않고 자기 계발을 하며 내 삶만 잘 꾸려나가면 된다고 생각하던 행복한 이기주의자였다.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시댁에서 겪어야 했던 남녀차별에 대한 스트레스, 아토피와 각종 음식 알레르기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에 대한 죄책감과 자존감 하락, 잠도 못 자고 하루 종일 아이에게 매달려 있어야 하는 노예 같은 삶에 대한 비참함, 이 모든 일들이 동시에 겪으며 생긴 이석증의 빈번한 재발로 건강까지 잃은 산송장의 삶까지, 5년 동안 살아 있지만 살고 싶지 않은 시간을 겪었다.


이제는 벌써 10년쯤 전 과거가 되었고, 그 암흑 같았던 시절을 되돌아보면 이때 정말 많은 것을 체감했던 것 같다. 과묵했던 나는 답답하고 속상한 일이 많아서 말을 하기 시작했고, 살기 위해 책을 찾았고 나와 비슷한 처지에 사람들을 뼛속깊이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지극한 연민'이라는 감정이 나에게도 피어올랐다.


아이 때문에 고개 숙여 부탁해야 할 일들이 많아졌고, 자존심 그쯤은 아무것도 아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할 일도 많아졌고 나는 싸워야 할 때 싸울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면서 나는 행복을 지킬 수 있는 강한 사람이 되었다.


엄마가 되어야만 느낄 수 있는 연민이라는 감정이 있다. 그전에는 내가 T인 줄 알고 살았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아픔을 경험해보지 못해서 공감도 할 수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을 함께 아파하기는 어렵다. 말로는 이해한다 공감한다 이야기해도 온몸으로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까지는 무리이다.





나를 죽이지 못한 시련은 나를 강하게 한다.

나는 이 시련들을 잘 극복해 왔고 완전 다른 사람이 되었다. 이제는 시댁이 친정보다 더 편하고 시부모님도 나를 한 사람으로서 존중하려고 노력하시는 것이 느껴져서 감사하다. 딸아이는 스스로 자기 피부에 맞는 좋은 화장품을 찾아 쓰고 엄마한테 추천까지 해주는 화장품 박사 수준이 되었다. 아직도 음식 알레르기는 있지만 성분표를 보는 습관을 어렸을 때부터 들여서 걱정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가려먹는 똑순이가 되었다.


나는 무너진 자존감을 세우기 위해 좋은 책을 꾸준히 보며 내면을 회복하는 방법과 행복을 지키는 방법을 배웠고, 건강의 중요성을 처절하게 깨달아 출근 전 30분 스트레칭하는 습관과 퇴근 후 운동 1시간 하는 습관을 들였다. 지금은 내 인생에서 이렇게 건강했던 적이 있었나 싶다.





학교에서는 어떤 교사가 되었을까?

결혼 전 떠나고 싶었던 교직이 이제는 끝까지 남아있고 싶은 교직이 되었다. 육아 휴직 후 복직을 하면서 처음 느꼈던 감정이 아이들이 너무 예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냥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가졌을 뿐인데 이렇게 무조건적인 사랑과 관심을 아이들에게 받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이들에게 너무 고마웠다.


20대의 교사일 때는 내가 뭔가 대단한 사람이 된 줄 알았고 거만했었다. 아이들에게 존중받고 사랑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온갖 풍파를 겪고 돌아와 보니 거품이 쭉 빠진 내가 있었다. 교직이라는 것도 영원하지 않고 내가 잠시 빌려서 있다가 시간이 되면 나가야 하는 자리라는 것이 보였다. 당연한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에게 직업이 있음에 나를 사랑해 주는 아이들이 있음에 매일매일 감사한다.


교직이 천직인 사람이 여기 있다. 이런 말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천직이 맞다. 나는 출근해서 아이들을 만나면 힘이 난다.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럽고, 잘해주고 싶고, 선생님을 좋아해줘서 내 수업을 열심히 들어줘서 아이들에게 너무 고맙다.


나의 재능이 선생님이기 때문에 쓸모 있어졌고 덕분에 유능감을 느끼면서 발전하는 열정적인 내가 있다. 그리고 그 노력을 알아주고 성장해 주는 아이들이 있다. 변화하는 아이들을 보며 보람을 느끼고 우리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확신한다.





그렇다면 초등교사가 가야 할 길은?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알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으면 좌표가 그려진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유래없는 속도의 변화를 겪고 있는 세대다. 어린 시절 굉장히 많은 지식을 습득해야 하고, 동시에 지금의 변화도 함께 적응해 나가야 한다. 어떤 미래가 와도 스스로 생각해서 개척해 나가는 '강하고 바른 아이'로 성장시켜야 한다.


먼저 '바른 인성을 함양하는 것'을 최종 목적으로 삼아 공동체 생활에서 익힐 수 있는 '책임과 협동'을 가르쳐야 한다. 또한 창의성과 문제해결력을 길러주기 위해 수업을 '자율성'을 키워주는 방식으로 설계해야 한다.


사고력과 의사소통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토의토론교육과 독서교육'을 병행하며 타인의 생각을 읽고 들으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말하고 쓰는 연습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주인으로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게 지도해야 한다. 신체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체육활동'을 늘리고, '감정과 생각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한 교육도 이루어져야 한다.






<맛있는 책읽기 초등교실편>은 이렇게 마무리가 되지만, 이어지는 후속작을 통해 교실에서 내가 실천하고 있는 활동들을 구체적으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도움을 주고 싶지만 정리해 두지 않으면 횡설수설이 되어버리기 쉽고, 상대방에게는 뜬 구름 잡는 것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에 적재적소의 쓸모를 위해선 내가 실천해 왔던 방법들을 기록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렇게 후속작에 불씨를 지피며 <맛있는 책읽기 초등교실편>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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