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끝내려 왔다 ‘승부사 백호’>

10. ‘나’를 주인공으로 한 그 영화는 어떤 장르이고 무슨 내용일까요?

「마지막으로 서울의 대표적인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와 첫 친선 축구 경기에서 우리 학교가 2:0으로 지고 있었는데, 제가 3골을 몰아넣어서 역전했던 강렬한 기억이 떠오릅니다. 올가을에도 양교 친선 축구 경기가 열릴 예정이에요.」


인터넷 강사 신문에 실린 백호의 인터뷰 내용 중 일부이다.



서울 (동) 북쪽 강북구에는 (대안초중등)삼각산재미난학교가 있다. 서울 서쪽 마포구에는 (대안초중등) 성미산학교가 있다. 도시형 대안학교를 대표하는 두 학교이다.


친선 교류를 위해 좋은 것 중 하나는 운동 경기. 그중의 구성원들이 한마음이 되어 응원하고 즐기는 축구.


2019년 두 학교가 친선 축구 경기를 시작했다. 재미난학교의 원정 경기. 마포구로 간다.


학교 아이들의 시합이 주축이 되고 이벤트 경기로 어른들의 축구 경기도 있다. 아이들도 다른 학교와의 시합이 동기부여가 되어 스스로 축구 연습을 한다. 어른들도 축구 경기한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긴장과 흥분이 살짝 올라와 있는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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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경기가 끝나고 드디어 경기 시간이 되었다. 두둥.


백호는 달리기가 빠르다. 순발력이 좋다. 운동 감각이 있다. 주 사용 손은 왼손이다. 그런데 주 사용 발은 오른발이다. 공을 찰 때도 왼발을 사용했으면 더 특별했을 것 같은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괜찮다. 주 자리는 공격수. 전방 공격수보다 왼쪽 측면 공격수(레프트 윙어)를 선호한다. 왜냐하면 측면에서 빠르게 치고 들어가서 전방으로 공을 연결해 주거나 대각선 방향으로 드리블을 쳐서 직접 슛을 하는 걸 좋아한다.



챙겨 온 축구화로 갈아 신고 발과 축구화가 일체가 되도록 축구화 끈을 아주 강력하게 묶는다. 발목을 오른쪽, 왼쪽으로 돌리며 풀어주고 무릎, 허리, 어깨, 목을 풀어준다. 다리를 짧게, 길게 쭉 뻗으며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을 더 빠르고 성큼성큼 뛸 것처럼 늘려준다.


우리 팀이 포지션별로 위치하기 전 손을 모으고 "재미난 파이팅!"을 외친다.


경기 시작. 전반전이다.


재미난, 성미산학교 응원석이 들썩인다. 재미난!! 성미산!! 재미난!! 성미산!!


성미산학교에는 '제라드'라는 별칭을 가진 교사가 있다. 얼마나 축구를 좋아하면 별칭이 제라드일까. 그래도 상관없다. 난 백호이고 축구는 내가 하는 거니깐.


경기장을 뛰며 상대 팀을 탐색하고 긴장으로 경직된 몸을 자연스럽게 푼다.


초반 우리가 스쿼드를 맞춰 가는 과정이라 성미산에 밀린다. 상대방의 패스 호흡이 나름 준수하다. 위협적인 슈팅이 나왔지만, 골대에서 살짝 벗어나거나 우리 편 골키퍼가 슈퍼 세이브를 해서 몇 차례 고비를 넘겼다. 좀처럼 우리 팀의 경직된 플레이가 여유를 찾지 못한다. 그렇지만 난 마음이 조마조마하지 않다.


왜냐하면 난 경기에서 방아쇠 역할을 하며 분위기 반전을 이끈다. 경기 자체를 즐기며 집중한다. 말 그대로 승부사로서 경기를 지배한다. 백호는 그러한 승부사 기질을 가지고 있다.


만화 슬램덩크에서 북산의 서태웅은 산왕과의 경기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고 후반전에 공격을 몰아치는 장면이 나온다. 웅장하다. 나도 늘 꿈꾼다. 오늘 경기도 그렇다.


경기를 지배하는 자. 백호


경기의 흐름이 성미산으로 넘어가 있었고 결국 실점을 한다. 0:1

실점하면 기세가 확 꺾인다. 반전이 필요하다. 그런데 불행히도 연속 실점을 한다. 0:2


응원석에서도 아쉽고 안타까운 탄식의 소리.


삐~ 전반전을 마쳤다.


쉬는 시간에 백호는 0:2의 숫자를 2:2로 만들 것을 1차 목표로 삼는다. 그렇다. 승부사가 등장할 순간이 왔다.


심판의 호각 소리로 후반전을 알린다.


지고 있는 팀이나 이기고 있는 팀의 응원석은 쉬지 않고 열렬히 응원한다.


백호는 68cm, 410g의 동그란 축구공에 집중한다. 이제 우리 팀도 호흡을 맞춰가며 성미산을 압박하고 있다.


"백호, 패스받아요."


패스를 차단하려는 성미산 수비수를 등지고 순두부 트래핑으로 볼을 받아 성미산 골대를 향해 드리블해 간다. 또 다른 성미산 수비수를 한 명 제치고 성미산 골대를 향해 반 박자 빠른 슛을 날린다. 흐름을 타지 못할 때 슈팅 하나가 분위기를 가져오기 때문에 중거리 슛을 선택했고 그 선택은 적중했다. 성미산 골대의 기둥 바로 옆으로 낮게 깔려 축구공이 골대를 갈랐다.


"골인!!!" 1:2가 되는 순간이었다. 골 맛을 봤다. 몸이 풀렸고 긴장감도 첫 골과 같이 성미산 골대로 날려 버렸다.


'이제 1골 더 넣자.'


역시 기세다. 기세를 탔고 기세가 올랐다. 기세에 올라탄 재미난은 성미산을 압박했고 성미산은 재미난의 기세에 눌리는 시간이었다.


우리가 패스하며 빌드업했고 성미산 진영에 올라와 오른쪽에서 골대 방향으로 크로스. 백호는 크로스 되는 축구공이 땅에 닿기 전에 축구공을 발등에 맞춰 골대를 향해 슛. 발리슛. 백호가 가장 좋아하는 슛으로 골을 넣었다. 하하하.


재미난 응원석이 난리가 났다. 0:2에서 2:2가 되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백호는 감정을 크게 발산하지 않고 응원석을 향해 두 손을 들어 인사를 한다.


다시 중간 볼.


이제 시간이 얼마 없다. 백호에게는 무승부는 없다. 승리를 위해 축구공에 더 집중한다. 성미산이 재미난 진영으로 올라왔을 때 백호가 공을 빼앗았다. 백호의 주특기가 발산한다.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순발력으로 폭풍 드리블로 순식간에 성미산 진영으로 올라왔고 상대 골키퍼와 일 대 일. 수싸움이다. ‘슛하는 척’으로 골키퍼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반대편 골대로 가볍게 공을 굴려 넣었다. 삐~ 골인!!


온몸이 찌릿찌릿하다. 3:2로 역전. 세리머니는 두 팔을 들어 흔들며 함께 뛴 재미난 구성원들과 하이 파이브!! 재미난은 모두 함께 승리의 함성을 날린다.


이렇게 재미난학교와 성미산학교의 축구 더비가 시작되었다.

그다음 해에는 재미난학교 홈경기로, 코로나19 이후 다시 성미산학교 홈경기로.


백호에 대한 공포증(?)으로 아직은 재미난학교가 전적이 우위에 있다.


백호는 즐기지만, 승부를 모른 척할 수 없는 ‘재미난의 승부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