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짜, 다른 해의 나를 불러내는 시간의 기록"
2017년 11월 11일
아기백호는 호랑이를 무서워한다. 그래서
지난주부터 아기백호한테 물어본 것이 있다.
"은율아, 호랑이 어디 살아?" 은율이가 손가락으로 북한산을 가리킨다.
"아빠가 호랑이 한 마리 데려올까? 은율이랑 친구 하도록."고개를 연신 끄덕인다.
그저께 호랑이 인형을 가져왔다. 보자마자 도망치고 치우라고 손을 마구 저었다.ㅋ
"은율아, 괜찮아. 호랑이 예쁘다 해 줘." 다가와서 멈칫하다가 쓰다듬어준다. 호랑이 발을 가리키고 자기 발을 가리키고 호랑이 꼬리를 가리키고 자기 엉덩이를 가리키고
(그래도 눈을 보는 건 어려운지 잘 놀다가 도망을 가기도 했다.ㅎ)
어제 퇴근 후 은율이한테 호랑이랑 놀았냐고 물어보니깐 고개를 끄덕인다. 호랑이 수염을 만지며 내 수염을 만지고
자기 턱을 손으로 문지른다.
호랑이가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친구가 되면 좋겠고, (말도 안 되는 바람인가?^^;) 다양함을 경험해 가면서 익숙해지는 2살 아기백호가 되면 좋겠다.
<먹이 주는 거 아님>
2019년 11월 11일
어제 교회에서 점심 먹고 소그룹 모임 전까지 (혼자 있으면서 사색하기 좋을) 카페에서 여러 명의 형제가 모여 앉아 사는 이야기를 나눴다.
카페에 먼저 오셔서 개인 시간 보내고 계신 집사님(부부)께서 아기백호의 모습을 카메라로 찍어 주셨고, 꽃송이도 함께 카메라 앵글 안에 담아 주셨다.
(아기백호가 소그룹을 가기 전에) 선물로 받은 사탕을 입에 물고 카페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어지간히 맛있었나 보다.
<교회 근처 조용히 쉬고 싶을 때 갈 만한>
잠자리에 누웠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났다.
과거의 글(일기)을 오늘의 같은 날에 꺼내어 보면 어떨까?
하루의 이름은 같지만, 그날의 나는 언제나 달랐다. 오래전 오늘에 썼던 글을 꺼내 읽는다. 2017년의 나, 2020년의 나, 그리고 지금의 내가 같은 날짜의 자리에서 서로를 바라본다. 시간은 흘렀지만, 문장 속 마음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다. 오래된 나를 다시 마주하는 이 일기는 회상이 아니라 '대화'에 가깝다. 과거의 나가 오늘의 나에게 말을 걸고, 나는 그 목소리에 작게 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