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림 Aug 13. 2024

Hole

글감_비행기

 누군가에게는 하늘을 나는 것이 미래이고, 누군가에게는 저 멀리 우주여행을 가는 것이 미래다. 하지만 밝혀지지 않은 우주 속. 정말로 깜짝 놀랄 사실이 하나 있다. 지금부터 과거의 사람들이라면 상상도 못 할 이야기를 들려주겠다.


 2713년 더운 여름, 찌는 듯한 날씨, 스카이 스크린에 뉴스 화면이 떠올랐다. '속보: Virtual이 아닌 직접 느끼는 미래, 그리고 과거 <*Vision 9>' Vision 9이 발표됐다. 이전 버전까지는 서비스 로딩 시간이 너무 길거나, 최악의 경우 목숨을 잃는 경우까지 생겨 사람들은 대부분 '저거 저거, 곧 상폐 되겠네.'라고 했다. 실제로 코스피 지수 최고치를 기록한 2711년에 다 오른다는 주식이 Vision 9 회사인 'O.O(Only one)'만 이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하한가를 쳤다.


 먼 과거에서 ‘미래에는 이렇게 살지 않을까?’라는 상상 중에서 제일 바라는 것. O.O는 그 마음을 이용했다. <가장 소망하지만, 실현 불가능한 것을 실현하는 세상> 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큰소리를 치며, 계속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어쭙잖은 세모표 실험결과로 성공할 거란 희망을 보여서 버전이 9개가 나오는 동안 꾸준히 기업을 유지하고 있었다. 물론 그 명성이 좋은 쪽은 아니다. 나도 처음에는 간절함을 이용한 약아빠진 기업이라 생각했고, 믿는 그들을 바보 같다며 기만했다. 하지만 지금 여기. 나는 Vision 9 탑승 홀 앞에 서 있다.


 평소라면 스크린 알람을 끄고 잠이 들었겠지만, 동생 성연의 계속된 전화로 일어났다. 그는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책상을 쿵. 내려치더니' Vision 9 탑승을 제안했다.      


-언니 제발 가자. 우리가 모은 돈이면 충분하잖아.

-돈이 문제가 아니야, 그러다 큰일이라도 나면…….

-난 상관없어. 언니가 안 가면 나 혼자 갈 거야.     


 믿거나 말거나지만, 세계 정부에서는 비밀리에 10년에 한 번씩 굵직한 이슈들을 기록한다고 한다. 과거 사람들은 내가 사는 현 세계를 궁금해하겠지. 사실 그간 별 발전은 없었다. 줄기세포의 배양으로 수명은 늘어났지만, 사람들은 120세 이전 안락사를 선택하고, 비행기 대신 하늘을 나는 자동차 개발을 위한 하늘길 지분을 위한 세계 7차 대전 말고는. 여전히 미국은 세계의 중심에 있고, 문명이 발전되지 않는 나라는 문명 보존 협약을 맺어 자체의 고립을 존중해 주었다. 미세먼지도, 질병도 갖가지 백신 예측 기술이 발달하여 빙하가 녹아 새로운 바이러스도 두렵지 않게 된 것 말고. 뭐. 별거 없다.


 2600년의 이슈는 꼭 모든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는지 대문짝만하게 스카이 스크린에 띄워졌다. ‘하늘길이 열릴 준비를 마침.' 죽지 않고서는 경험해 보지 못하는 것. 쉽게 말해 사후 세계. 여태 사람들은 몰랐다. 알고 싶어도 알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지. 전생에 자신이 <**알리기에리 단테> 라고 주장한 사람이 빔 한 발이면 사후 세계와 연결할 수 있다는 이론을 가지고 온 것이다. 이러니 내가 기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타임머신이 차라리 더 믿을 만하겠다. 이론은 이렇다, 빛의 고차원 지점을 찾아 연결해 사후 세계와 주파수를 맞추고 빔을 쏘면 통로가 개방되고 그 길을 VA(Vision airplane)를 타고 가면 1시간 안에 도착한다. 도착 후 키오스크에 보고 싶은 이의 인적사항을 누르고 호출하기를 누르면 된다. 제한 시간은 5분, 빛의 차원이 닫히기 전에 돌아와야 한다.


 처음 우주여행이 상용화되었을 때처럼 Vision 9 은 미국, 러시아, 중국과 같은 돈 많은 강대국에서 이용권을 가져가고 인당 1조의 돈을 받았다. 다녀온 사람들에 의하면 '죽어도 여한이 없다.', '그곳에 머물 수만 있다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라고 한다. 한 세기가 넘도록 살아온 기업의 총수들이 한 말이라 ’카더라‘라고 믿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다녀온 이들의 인터뷰와 방송은 전 세계인을 울렸다. 그리고 2713년, 드디어 한국에도 상용화가 가능한 V9이 도래했다. 여태 비인도적 행위라며 시위가 심했던 국가 중 하나라 늦어졌지만, 이제는 50억이면 다녀올 수 있다.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갈 것이라는 성연의 말이 계속해서 귓가에 맴돌았다. 목이 말라 연 냉장고에는 진공포장이 되어있는 계란말이가 있었다. 그 위에 코팅된 메모한 장까지.     

 

나를 찾지 말아줘. 계란말이는 데워먹고.

화연, 성연에게.     


 100살이면 새파랗게 어린 것이고, 어지간한 의료기술로 영생과 같은 삶을 누릴 수 있는 시대에 엄마는 겨우 50세에 다신 볼 수 없었다. 병은 아니고 그저 실종. 흔적 하나 남기지 않은 실종. 나는 엄마가 국정원이 아닐까 의심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현시대에 자취를 감추는 게 가능할까? 처음엔 슬펐다. 다음 1년은 미웠다. 7년이 지난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있었을까? 하며 죽었다. 생각하고 체념했다.   

  

-아니 정말 그 무당이 Vision 9 타면 엄마를 볼 수 있다고 했어.

-지금 28세기야. 언제적 무당이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만약 진짜 죽었으면 어떡해? 그 방법 밖에 없으면?

-뭘 어떡해. 여태 7년간 잘 살아왔잖아. 지금처럼 살면 돼.

-언니. 제발 다시 한번 생각해줘. 다른 누구도 아닌 엄마잖아.     


 그렇다. 성연의 Vision 9를 타야 할 기적의 논리. 꿈에서 자꾸 엄마가 화연아-. 성연아-. 이름을 부른다고 영 찝찝해하다 무당을 찾아간 것이다. 무당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Vision 9 탑승을 제안했다고 하는데, 28세기에 영매술사를 믿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놀랍다. 그것도 내 동생이. 하지만 그 무당이 용했던 것일까? 이후 내 꿈속에 엄마는 계속해서 등장했다.    

 

-꼭 해야 할 말이 있어.     


  그렇게 나와 성연은 Vision 9 탑승 홀 앞에 서 있게 된 것이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5분에 대해 눈짓을 주고받는다. 가장 먼저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스카이 스크린에 2720년의 이슈가 뜬다. ‘인류가 가장 고대하던, Vision 9. 반려동물 시스템을 탑재한 Vision 10 발표‘     




* Vision의 사전적 정의에는 시력, 눈/ 환영/ 환상, 상상이 있다.

** 알리기에리 단테: 사후 세계에 다녀왔다 주장하며 신곡-지옥, 연옥, 천국’을 펴냈다.

작가의 이전글 SNS DETOX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