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림 Jul 02. 2024

Another One Bites the Dust

글감_먼지

 그가 엎드린다. 기관총을 장전한 채로 잠시 숨을 참는다. 모자를 더 깊게 눌러쓴 채로 움직이는 ‘그것’들의 발소리에 집중한다.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면 주저 없이 제거해도 괜찮다는 명령이 떨어졌다. 멸망은 점점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며 세상을 위협하고 사람들은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순응했다. 이게 다 ‘그것들’ 때문이다.

 

 또 하나가 쓰러지네.

 또 하나가 쓰러지네.

 또 하나가 가고 또 하나가 가네.


 처음에는 그저 ‘대수롭지 않다.’였고, 다음은 ‘이상 기후’라 생각했다. 언제나처럼 바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 세상에 어느 감염병이 와도 인류는 갖은 실험과 진화를 반복하며 이겨냈으므로 그까짓 이상 기후로 인해 일상이 먼지로 뒤덮여 버릴 줄 몰랐다.

‘S-DUST (STAR DUST)’라 명명된 먼지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쓱-하면 닦이는 것이 아닌 소금과 같은 70μm 크기의 결정형으로, 확대경을 통해 관찰하면 별 모양을 닮았다. S-DUST의 바람은 멈출 줄을 몰랐다. 인간들은 방독면을 쓰고 산소통을 매고 다녔다. 여러 과학자는 코로나 때를 떠올리며 하루빨리 체내 먼지를 감소해주는 신약을 개발해야 한다는 말과 거대한 돔을 만들어 청정 구역을 재건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개중에서도 가장 실현 가능한 것은 S-AI로, S-DUST를 돌아다니며 잡아 자가 필터링을 한 뒤 산소로 바꿔주는 역할을 하는 로봇이었다. 로봇이라기엔 거대한 이 기계는 10년 정도 지나자 먼지를 모조리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복병이 나타났다.

 S-AI는 S-DUST 기준치인 70μm 이하의 모든 먼지를 제거했다. 이전 지구에서 존재하던 먼지는 50μm 이하였기에 ‘먼지 말살’ 사태가 도래한 것이다. 먼지 말살이라니, 초창기에는 청정 지구라서 좋은 게 아닌가? 하는 여론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세상에 먼지가 없다면 공기 중에 떠 있는 미세먼지를 중심으로 물방울이 생기고 이 물방울들이 구름과 비, 눈을 만들어 내기에 다른 이유로서의 이상 기후가 일어났다. 이외에도 붉게 물드는 저녁놀을 볼 수 없어 해가 뜨고 지는 것을 판단하기 어려워지고, 방사능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을 잡아주는 먼지가 사라져 여기저기서 알 수 없는 생화학 반응들이 일어나 치료하지 못하는 질병에 노출되어 인간이고 식물이고 병에 의해 죽어 나갔다.

 살아가기 위한 수단이 더는 수단으로서 역할을 해내지 못했을 때,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당연한 순서다. 하지만 S-AI는 세상을 구하면서 데이터가 축적되어 지리를 꿰뚫게 되고, 인간이 원하는 것과 무서워하는 것, 바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신이 인간보다 우위에 있다는 생각에 미쳐 먼지가 없는 세상이 오자 인간과 대립하기 시작했다. 이상 기후로 온 세상에 가뭄이 왔다. S-AI와 인간의 싸움이 시작됐다. 방사능 유해물질까지 떠돌아 S-AI는 이를 걸러낼 수 있게 되었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았다. 생존이란 무엇인가. 황폐화되어가는 세상에서 스스로 목숨을 거두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싸운다. S-AI, 그것들의 눈을 피해 엎드린 채로 한 대라도 더 쓰러뜨린다. 당장 내일 죽는다고 하여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은 인간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다시 먼지가 세상을 지배해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하여도 살고 싶은 이들이 있다.


이 글은 Queen의 Another One Bites the Dust를 듣고 썼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오늘의 우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