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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챠오 Jul 05. 2023

오나나, 올드 트래포드의 새로운 수호신이 될 수 있을까

2023년 4월 21일은 어쩌면 다비드 데 헤아의 올드 트래포드 생활이 끝났다는 것을 알리는 상징적인 날일지도 모른다.


2023년 4월 21일 맨유는 세비야에게 0대3 대패를 당하며 유로파리그 8강에서 합계 2대5로 탈락했다. 데 헤아는 선발 출장했지만 형편없는 경기력으로 팀의 패배에 일조했다.


연이은 실책으로 팀의 패배를 막지 못한 데 헤아 / 출처 - 경기 캡처


데 헤아는 세비야와의 경기에서 뼈아픈 실수를 저질렀다. 후방 빌드업 과정에서 무리한 패스로 선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데 헤아는 2대0으로 뒤진 후반 35분, 세비야가 수비 진영에서 걷어낸 롱볼을 페널티 박스 밖에서 처리하려다 트래핑 실수를 범했다. 이는 그대로 세비야의 엔-네시리에게 연결됐고, 네시리가 침착하게 비어있는 골대로 슈팅하면서 득점으로 이어졌다.


맨유의 전설적인 감독 알렉스 퍼거슨 경이 데 헤아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데려온 이후 데 헤아는 자신을 데려온 퍼거슨 경처럼 맨유의 전설이 되었다. 맨유가 퍼거슨 경 은퇴 이후 기나긴 암흑기에 빠져 있을 때, 데 헤아는 맨유가 믿을 수 있는 유일한 보루였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든든할 것만 같던 데 헤아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연봉은 한없이 올라갔지만, 고질적인 약점인 빌드업 불안에 점점 떨어지는 선방 능력은 어느새 데 헤아를 고비용 저효율의 골칫거리로 만들었다.


데 헤아의 기량 저하가 확연히 보이는 가운데, 맨유도 새로운 수문장을 찾아 나섰다. 세리에 A 이적 소식에 정통한 지안루카 디마르지오 기자는 맨유가 데 헤아의 대체자로 안드레 오나나를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수 소개


맨유의 타깃이 된 안드레 오나나 / 출처 - 오나나 개인 sns


안드레 오나나는 1996년생 카메룬 국적의 선수로, 190cm, 93kg의 당당한 체격을 가진 골키퍼이다. 뛰어난 발기술과 아프리카 선수다운 수준급의 운동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선수로, 현대 골키퍼가 갖춰야 할 후방 빌드업과 스위핑 능력에 강점을 갖고 있다.


2010년 바르셀로나 유스 아카데미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해 아약스에 자리 잡은 오나나는 16/17 시즌부터 아약스의 주전 골키퍼로 활약했다. 19/20 시즌까지 연속 30경기 이상 출전하며 입지를 굳히던 오나나는 특히 18/19 시즌 아약스가 유럽 챔피언스 리그 4강 돌풍을 일으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며 본격적으로 유럽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21 시즌 중 불의의 금지 약물 징계로 9개월 자격 정지 징계를 받은 오나나는 21/22 시즌 총 8경기 출전에 그치며 커리어에 큰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그를 주시하던 인테르가 오나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FA로 이적료 없이 인테르로 적을 옮긴 오나나는 인테르 이적 후 곧바로 주전 골키퍼 자리를 꿰찼다. 그는 22/23 시즌 인테르가 참가한 모든 대회에서 41경기에 출전하며 클럽의 22/23 시즌 유럽 챔피언스 리그 준우승을 이끌었다.


오나나는 인테르로 이적하면서 2026년 여름까지 계약을 맺었지만, 뛰어난 활약을 보이며 다시 한번보다 큰 무대로의 도약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왜 오나나인가?


맨유는 수년간 연례행사처럼 많은 골키퍼들과 루머가 났다. 22/23 시즌 종료 후에 나온 이적설만 살펴봐도 에버튼의 조던 픽포드와 브렌트포드의 다비드 라야, 포르투의 디오구 코스타 등 각 클럽에서 두각을 드러낸 선수들이 오나나와 함께 데 헤아의 대체자로 언급됐다.


이처럼 수준급의 골키퍼들이 지속적으로 맨유와 이적설이 나고 있지만, 유럽 이적시장에 정통한 파브리지오 로마노 기자와 지안루카 디마르지오 기자, 이탈리아의 공신력 높은 언론인 ‘가제타’까지 일제히 맨유가 오나나의 영입에 근접했다며, 맨유가 많은 후보지 가운데 오나나를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맨유는 왜 많고 많은 선수들 중에서 오나나를 선택했을까? 오나나는 올드트래포드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현대 축구에 적합한 발기술


오나나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현대 축구는 골키퍼에게 슈팅을 방어하는 것, 그 이상을 요구한다. 현대 축구에서 골키퍼는 후방 빌드업의 시발점이자 최종 수비수 역할까지 해내야 한다.


오나나는 현대 축구가 요구하는 골키퍼의 역할에 꼭 알맞은 선수다. 그는 빌드업에 있어 정확한 킥력과 넓은 시야, 침착함을 가지고 있으며, 팀의 빌드업에 관여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다. 이는 데이터에도 명확히 나타나있다.


오나나, 데 헤아, 알리송, 에데르송의 90분당 패스 횟수와 패스의 총 거리 (단위 - 야드) / 출처 - FBREF


위 표는 오나나와 데 헤아, 그리고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발기술이 좋다고 평가받는 리버풀의 알리송과 맨시티의 에데르송의 22/23 시즌 90분당 패스 횟수와 성공률, 패스의 총거리를 나타낸 데이터이다.


해당 데이터를 보면 오나나는 4명의 골키퍼 중 경기당 가장 많은 거리의 패스를 기록했다. 단연 횟수 자체도 42회로 4명 중 가장 많이 시도했다. 롱패스 성공률이 54.9%로 에데르송이나 알리송에 비해 떨어지지만, 두 선수에 비해 시도 횟수가 5번 가까이 많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오나나의 롱패스 능력도 결코 뒤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반면 데 헤아는 가장 적은 패스 횟수와 가장 적은 패스 거리, 그리고 가장 낮은 성공률을 보였다.


오나나, 데 헤아, 알리송, 에데르송의 90분당 터치 횟수와 터치 구역 / 출처 - FBREF


위 표는 오나나, 데 헤아, 알리송, 에데르송의 90분당 터치 횟수와 터치 구역을 나타낸 데이터이다. 오나나는 이번에도 가장 많은 터치 횟수를 기록하며 팀의 후방 빌드업의 한 축을 담당했음을 증명했다.


또한 그는 90분당 6.9회의 터치를 페널티 박스 밖에서 기록하며 넓은 활동 반경을 보였다. 이는 10.7회를 기록한 알리송보다는 적은 횟수지만, 6.02회를 기록한 에데르송보다는 높은 수치이다. 데 헤아는 4.7회를 기록하며 역시 가장 낮은 횟수를 기록했다.


22/23 시즌 세리에 A 기준 오나나의 터치 분포도, 그가 얼마나 넓은 범위를 커버하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 출처 - 옵타 애널리스트


축구 전술의 깊이와 정교함이 날이 갈수록 더해지면서 상대의 공을 빼앗기 위한 압박 또한 더욱 촘촘해해지고 있다. 세계 최고 리그라고 꼽히는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마찬가지다. 22/23 시즌 상위 5대 리그 기준, 공 소유권을 잃어버린 수치의 순위에서 상위 20위 클럽 중 8개의 클럽이 프리미어리그 소속이었다.


오나나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프리미어리그 우승팀인 맨시티를 상대로도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인 바 있다 / 출처 - 경기 화면 캡처


오나나에게는 더욱 거세질 프리미어리그의 전방 압박을 견뎌낼 능력이 있다. 그의 패스 능력과 넓은 활동 반경은 맨유에게 꼭 필요한 요소이다.




기회 창출


맨유 팬들은 2020년 1월 20일에 열렸던 리버풀과의 19/20 시즌 프리미어리그 23라운드 경기를 기억할지도 모른다.


알리송의 넓은 시야와 정확한 킥이 맨유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 출처 - 경기 화면 캡처


리버풀이 1대0으로 앞서있던 후반 48분, 동점골을 넣기 위해 모든 필드 플레이어들이 리버풀의 골문으로 전진해 있던 맨유의 빈틈을 노려 알리송이 날카로운 킥을 날렸다. 공은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모하메드 살라에게 향했고, 다니엘 제임스가 끝까지 따라붙었지만 살라는 흔들리지 않고 득점에 성공, 맨유의 기세를 완벽히 꺾어버렸다.


물론 골키퍼가 매번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거나 슈팅 기회를 만들어낼 순 없다. 하지만 정확한 킥력을 가진 골키퍼는 종종 팀의 색다른 공격 옵션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오나나, 데 헤아, 알리송, 에데르송의 90분당 골&슈팅을 만들어내는 횟수와 타입 / 출처 - FBREF


위 표는 오나나와 데 헤아, 알리송과 에데르송의 90분당 골이나 슈팅을 만들어내는 횟수를 나타낸 데이터이다. 오나나는 4명 중 가장 적은 41.3경기에 출전하면서도 12회로 가장 많은 횟수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정확한 킥을 자랑하는 알리송이나 에데르송이 각각 6회, 2회에 그친 것을 감안한다면, 오나나의 킥이 인테르에게 있어 얼마나 효과적인 공격 옵션으로 활용되었는지 실감할 수 있다.


오나나는 골키퍼이기 때문에 그가 맨유에 합류하더라도, 기회 창출이 오나나의 주요 임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패스 능력은 분명 맨유에게 보다 다양한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




뛰어난 선방 능력


모든 부가적인 능력은 기본을 다했을 때 빛나는 법. 데 헤아가 부족한 발기술을 가지고도 맨유라는 빅클럽에서 오랜 시간 주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도 골키퍼의 본분인 뛰어난 선방 능력 때문이었다. 


데 헤아의 맨유 시절 기록, 데 헤아는 22/23 시즌 기대 실점보다 더 많은 실점을 기록하며 하향세를 보였다 / 출처 - 옵타 애널리스트


위 차트는 데 헤아의 맨유 시절 그가 기대 실점에 비해 얼마나 덜 실점했는지 나타낸 데이터이다. 맨유의 암흑기 시절, 데 헤아는 맨유의 유일한 희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퍼포먼스를 보였다. 하지만 데 헤아는 17/18 시즌 정점을 찍고 차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18/19 시즌부터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이던 데 헤아는 22/23 시즌 기대 실점보다 많은 실점을 기록했으며, 잦은 실수로 팀의 걸림돌이 됐다. 팀 내 최고 연봉자라는 타이틀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비록 데 헤아가 22/23 시즌 프리미어리그 골든 글러브를 수상하긴 했지만, 그의 마지막 무기였던 선방 능력마저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오나나는 단순히 빌드업에만 강점을 가진 골키퍼가 아니다. 그는 이 부분에서도 데 헤아의 적절한 대체자가 될 수 있다. 오나나 역시 데 헤아 못지않은 뛰어난 선방 능력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관점에 따라 22/23 시즌 기준 그는 데 헤아보다 더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였을지도 모른다.


오나나와 데 헤아, 알리송, 에데르송의 슈팅 선방률을 나타낸 데이터 / 출처 - FBREF


오나나는 위 표에서 나타내듯이 가장 높은 선방률을 기록하며 팀의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 그가 기록한 선방률 77.8%는 2위를 기록한 데 헤아와도 무려 4.3%가 차이 나는 수치이며, 이는 60% 후반대의 수치를 보인 알리송이나 에데르송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기록이다.


오나나의 22/23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실점 차트 / 출처 - 옵타 애널리스트


오나나의 선방 능력은 꿈의 무대인 유럽 챔피언스 리그에서 더욱 빛났다. 그는 22/23 시즌 유럽 챔피언스 리그에서 17.8골의 기대 실점에도 불구하고 10골 만을 실점하면서 무려 7.8골을 더 막아내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가 없었다면 인테르의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데 헤아는 부진한 시즌을 보이는 가운데, 그가 22/23 시즌 프리미어리그 골든 글러브를 수상한 데에는 수비 전술을 재정립한 에릭 텐 하흐 감독의 전술 덕이 컸다. 단순 비교를 하기엔 어렵겠지만 하향세를 보이는 데 헤아가 오나나로 바뀐다면 어떨까? 맨유는 이전 시즌보다 강력한 수비진을 구축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 최고라는 프리미어리그, 그리고 맨유라는 클럽이 주는 부담감은 새로 이적하는 선수에게 큰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더구나 데 헤아라는 클럽의 레전드의 뒤를 잇는 골키퍼라는 타이틀은 이러한 부담감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다.


오나나는 생애 첫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도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마음껏 뽐냈다 / 출처 - 골키퍼스


하지만 오나나의 능력은 이미 차고 넘친다. 골키퍼 전술의 선구자라 불리는 맨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22/23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경기 전 인터뷰에서 오나나에 대해 “가장 위협적인 선수다. 뛰어난 골키퍼로 안정적인 빌드업이 가능하다. 그는 정말 훌륭하다. 그의 존재는 높은 지역에서의 압박 전술을 시행하기 어렵게 만든다”라며 오나나의 능력을 극찬한 바 있다.


맨시티와 리버풀은 각각 에데르송과 알리송이라는 현대 축구의 트렌드에 걸맞은 골키퍼를 영입하며 클럽의 황금기를 열었다. 이 두 선수가 각 클럽의 전성기에 큰 역할을 해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맨유는 두 사례를 진지하게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맨유가 영입한다면 아약스 시절에 이어 다시 한번 재회할 오나나와 텐 하흐 감독 / 출처 - 인터뷰 화면 캡처



텐 하흐 감독은 22/23 시즌 맨시티와의 FA 컵 결승전 패배 이후 인터뷰에서 “우리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트로피를 얻기 위한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문제를 개선해야만 한다”며 더 발전할 것을 다짐했다.


오나나는 텐 하흐 감독의 고민을 상당 부분 덜어낼 수 있는 선수다. 올드트래포드에 새로운 수호신이 등장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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