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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챠오 Jul 07. 2023

‘제2의 외질’ 아르다 귈러, 갈락티코의 새로운 지휘자

레알 마드리드에서 맹활약했던 메수트 외질 / 사진 출처 - 외질 개인 sns


2010년 8월 17일, 튀르키예 이민자 출신의 선수가 레알 마드리드의 흰색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당시 메수트 외질은 스페인어를 단 한마디도 할 줄 몰랐지만 그의 능력을 증명하는데 말은 필요 없었다. 우아하게 킬패스를 뿌려대던 외질은 이내 ‘세계 최고의 10번’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당당히 갈락티코의 일원으로 자리 잡았다.


이적설에 정통한 파브리지오 로마노 기자가 올린 귈러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 소식 / 출처 - 로마노 기자 개인 sns


2023년 7월 6일, 13년이 흐른 후, 또 한 명의 튀르키예 이민자 출신 선수, 아르다 귈러가 레알 마드리드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6년 계약에 기존 바이아웃 1750만 유로(약 247억 원)를 넘어서는 이적료 2000만 유로(약 284억 원) 옵션 1000만 유로(약 142억 원)를 추가하며 적극적인 공세를 펼친 끝에 젊은 재능을 품에 안았다.


공격형 미드필더라는 포지션과 왼발잡이라는 외질과 똑같은 특징을 가진 그는 ‘제2의 메수트 외질’이라는 별명이 보여주듯,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레알 마드리드도 귈러에게 6년이라는 장기 계약을 안겨주며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귈러는 과연 과거 외질이 그랬던 것처럼 레알 마드리드에 마법의 순간을 선사할 수 있을까.


그는 어떤 선수이고, 모든 축구 선수의 드림 클럽 중 하나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그가 어떤 모습을 보일 수 있는지 살펴보자.




선수 소개


터키의 떠오르는 신성 아르다 귈러 / 사진 출처 - 귈러 개인 sns


아르다 귈러는 2005년생의 튀르키예 국적을 가진 공격형 미드필더이다. 공격형 미드필더 외에도 중앙 미드필더, 오른쪽 윙어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귈러는 페네르바체 유소년 아카데미를 거쳐 21/22 시즌 튀르키예의 페네르바체에서 성인 무대에 데뷔했다. 데뷔 시즌 총 16경기 (선발 2경기) 3골 4도움을 기록하며 번뜩이는 재능을 선보인 그는 22/23 시즌 총 35경기 (18경기 선발) 6골 7도움을 기록,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역대 튀르키예 수페르리가 최연소 득점자 또한 귈러의 몫이었다.


‘제2의 외질’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던 귈러는 별명답게 뛰어난 패스 센스와 정확한 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전 소속팀이었던 페네르바체에서는 귈러에게 팀의 세트피스를 전담시켰을 만큼 그의 킥을 신뢰했다.

만 18세의 어린 나이지만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아 튀르키예 대표팀 소속으로 벌써 4경기의 A매치를 소화해 낸 귈러는 2023년 6월 20일 웨일스와의 유로 예선전에서 교체로 29분 만을 뛰고도 환상적인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득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자신의 잠재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던 귈러를 유럽의 빅클럽들은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22/23 시즌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바르셀로나와 이적설이 나던 귈러는 이어 아약스, 나폴리, 아스널, 뉴캐슬, AC 밀란 레알 마드리드 등등 유럽 전역의 클럽들과 연결 됐다.


귈러와 페네르바체에서 함께 뛰며 귈러의 재능을 칭찬한 메수트 외질 / 출처 - 귈러 개인 sns


치열한 영입전 끝에 귈러는 레알 마드리드를 선택했다. 레알 마드리드 선배이자 커리어 말미에 페네르바체에서 귈러와 함께 했던 외질은 귈러를 두고 “나보다 나은 10번이 있다”라며 그를 극찬한 바 있다.




왜 귈러인가?


사실 스쿼드만 살펴보자면, 레알 마드리드는 주로 공격형 미드필더 내지 중앙 미드필더로 분류되는 귈러의 영입이 절실하지 않았다. 오히려 귈러의 영입은 과소비라고 할 수도 있을 만큼 현재 레알 마드리드의 스쿼드에는 미드필더들이 차고 넘친다.


레알 마드리드는 토니 크로스와 루카 모드리치라는 전설적인 미드필더들을 보유하고 있다. 두 선수 외에도 페데리코 발베르데, 에두아르도 카마빙가, 오렐리엥 추아메니, 거액을 들여 도르트문트에서 영입한 주드 벨링엄과 유소년 아카데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니코 파스까지, 레알 마드리드의 미드필더진은 양과 질에서 이미 충분한 뎁스를 갖추고 있다. (최근 재계약을 맺은 브라힘 디아스와 다니 세바요스도 있다)


이처럼 탄탄한 스쿼드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레알 마드리드는 귈러를 6년이라는 장기 계약을 주며 영입했다. 심지어 바이아웃을 넘기면서까지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레알 마드리드가 귈러에게 바라는 모습은 무엇일까? 레알 마드리드를 매료시킨 귈러의 장점을 살펴보자.




왼발


귈러의 왼발은 적어도 레알 마드리드에선 아직까지 희귀한 특징이다 / 출처 - 귈러 개인 sns


축구계에서 ‘왼발’이라는 특징은 여전히 가치 있지만, 더 이상 희귀하지는 않다. 하지만 적어도 레알 마드리드에서 왼발잡이는, 무한한 희소성을 갖는다.


22/23 시즌 종료 후, 기대치만큼 성장하지 못했지만 강력한 왼발 킥을 자랑했던 마르코 아센시오가 클럽을 떠나면서 레알 마드리드의 2~3선에는 수비적인 역할을 주로 맡는 카마빙가만이 왼발잡이로 남게 됐다.


물론 레알 마드리드라는 빅클럽에서 뛰는 수준의 선수들이라면, 양발을 자유자재로 쓰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주발이 아닌 발도 수준급으로 다룰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자신의 주발로 드리블과 킥을 하게 된다. 왼발과 오른발이 가지는 고유의 킥 궤적과 드리블 패턴은 확연히 다르다. 이는 현대 축구에서 왼발잡이 센터백이 가치를 인정받고 수요가 늘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센터백조차 왼발의 궤적과 다양성을 인정받는 현대 축구의 흐름에서 왼발을 주발로 가진 창의적인 유망주의 가치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공격적인 역할을 맡게 될 귈러의 왼발은 분명 오른발 일변도인 레알 마드리드의 스쿼드에 다양성을 안겨줄 수 있을 것이다.


NO.10이 아닌 NO.11


22/23 시즌 오른쪽 윙어 포지션은 레알 마드리드의 고민거리였다. 호드리구의 성장이 돋보였던 시즌이기도 했지만, 본래 중앙 미드필더였던 발베르데가 종종 오른쪽 윙어 포지션을 소화해야 했을 만큼 안정적으로 뎁스를 유지하지 못했다. 호드리구가 종종 잔부상에 시달린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아센시오가 떠난 23/24 시즌, 뎁스 강화는 필수였다.


귈러의 22/23 시즌 포지션 출전도 / 출처 - 옵타 애널리스트


귈러는 이러한 레알 마드리드가 오른쪽 윙 뎁스 강화를 위해 꺼내든 첫 번째 카드다. 귈러는 22/23 시즌 오른쪽 윙어로 가장 많은 시간을 소화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분류되는 것과 달리 자신의 경기 시간 중 71%를 오른쪽 측면에서 소화했다.


귈러의 공 운반 분포도 / 출처 - 옵타 애널리스트


빠른 주력을 자랑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귈러가 보인 전진성 또한 훌륭했다. 위 차트는 귈러의 22/23 시즌 볼 운반 분포를 나타낸 데이터이다. 귈러가 반댓발 윙어로써 기본적으로 보여야 할 안으로 접어들어가는 움직임은 물론, 직선적인 볼 운반도 적절히 섞으며 측면에서 효과적으로 공격을 전개했음을 알 수 있다.


귈러의 22/23 시즌 튀르키예 수페르리가 볼 운반 기록 / 출처 - 옵타 애널리스트


리그 내에서도 귈러의 볼 운반 능력은 빛을 발했다. 귈러는 22/23 시즌 튀르키예 수페르리가 기준 90분당 20번의 볼 운반 수치를 기록하며 상위 10위 안에 드는 기염을 토했다.


공격형 미드필더라는 세간의 분류와는 달리 귈러는 22/23 시즌 오른쪽 윙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고 훌륭한 시즌을 만들었다. 기억해야 할 점은 귈러가 오른쪽 윙으로 시즌을 보낸 22/23 시즌이 귈러의 이름을 유럽에 널리 알릴 수 있었던 이유라는 점이다.




기회 창출 능력


귈러가 오른쪽 윙으로 시즌 대부분을 소화하면서도 도움의 스페셜리스트였던 메수트 외질과 비교됐던 것은 비단 외질과 같은 튀르키예 이민자 혈통, 왼발이라는 주발 덕분만은 아니었다.


귈러는 외질처럼 득점의 마지막 패스를 담당하는 도움에 특화된 선수는 아니지만 번뜩이는 창의성과 넓은 시야로 팀의 공격 작업에 많은 기여를 하는 선수이다. 그는 팀을 위해 수많은 기회를 창출해 낸다.


귈러의 22/23 시즌 튀르키예 수페르리가 공격 기여도 기록 / 출처 - 옵타 애널리스트


귈러는 22/23 시즌 튀르키예 수페르리가에서 90분당 공격 기여도 기록에서 5.37이라는 수치를 보이며 리그 4위에 오른 그는 22/23 시즌 튀르키예 수페르리가에서 40개의 득점 기회를 23분마다 한 번씩 창출하며 최고의 효율성을 보였다. 이는 14/15 튀르키예 수페르리가 이후 최고 기록으로 꼽힌다.


또한 귈러는 전체(0.42)와 오픈 플레이(0.29) 모두 90분당 예상 도움 부문에서 리그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이 전체 상황에서의 수치는 2022-23년 유럽 상위 5개 리그에서 최소 800분 동안 출전한 선수들과 비교하면 케빈 데 브라이너(0.52), 리오넬 메시(0.51), 네이마르(0.43)와 비슷했다.


이처럼 귈러는 어린 나이임에도 ‘재능’이라는 미래 가치와 더불어 ‘데이터’로 나타나는 실적을 살펴봤을 때도 날카로운 모습을 보였다. 레알 마드리드에는 페네르바체보다 훨씬 뛰어난 동료들이 있다. 귈러의 기회 창출 능력은 레알 마드리드에서 보다 많은 득점으로 보답받을 가능성이 높다.




귈러의 영입은 카림 벤제마의 이적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22/23 시즌 종료 후 레알 마드리드는 그동안 팀의 스트라이커 포지션을 든든하게 지켜오던 카림 벤제마를 떠나보냈다.


에스파뇰에서 급하게 호셀루를 영입했지만 호셀루는 임대 이적일뿐더러, 그는 33살의 노장으로 커리어 황혼기를 보내고 있는 선수다. 레알 마드리드 같은 빅클럽이 그를 주전 공격수로 믿고 한 시즌을 치르기에는 성에 차지 않는다.


만약 이대로 스트라이커 영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호드리구가 레알 마드리드의 주전 스트라이커로 나설 수 있다. 그는 이미 22/23 시즌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19경기에 나와 7골 1도움을 올리며 성공적으로 최전방 임무를 수행한 바 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추후 따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많은 기회를 부여받을 가능성이 높은 귈러 / 출처 - 귈러 개인 sns


호드리구가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기용된다면 현재 레알 마드리드의 스쿼드 기준 오른쪽 윙으로 나설 수 있는 선수는 브라힘 디아스와 귈러 둘뿐이다. 디아스가 오른발잡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왼발잡이로써 접어들어오는 반댓발 윙어 특유의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는 귈러 또한 상당한 기회를 부여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질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면서 ‘그라운드의 마에스트로’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자신에게 붙은 별명처럼 팀의 공격을 지휘하며 마법 같은 순간들을 만들어냈다.


귈러는 선배의 발자취를 따라갈 수 있을까 / 출처 - 외질 개인 sns


이제 ‘그라운드의 마에스트로’는 없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제2의 마에스트로’를 영입했다. 귈러가 선배의 발자취를 따라 레알 마드리드의 새로운 지휘자가 될 수 있을까. 우선 기회는 받을 예정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귈러를 영입하며 그를 1군에 활용할 것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베르나베우에 새로운 지휘곡이 울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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