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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챠오 Jul 17. 2023

‘블루스’에서 ‘거너스’로… 하베르츠의 새로운 시작

2020년 9월 5일, 첼시는 8,000만 유로(약 1,100억 원)의 이적료로 레버쿠젠에서 카이 하베르츠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이는 18/19 시즌 케파 아리사발라가를 영입할 때 세웠던 8000만 유로의 클럽 레코드와 정확히 일치하는 금액이었다. 첼시가 하베르츠에게 거는 기대감이 얼마나 큰지 고스란히 나타나는 대목이었다. (현재는 엔조 페르난데스, 로멜루 루카쿠, 웨슬리 포파나에 이은 공동 4위)


클럽 레코드를 기록하며 스템포드 브리지에 입성한 하베르츠에게 첼시는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감독이 지속적으로 바뀌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첼시는 하베르츠를 영입한 20/21 시즌 기적적으로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하베르츠 개인의 활약은 클럽 레코드라는 몸값이 받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하베르츠가 첼시에 입단하고 3년이 채 되지 않은 2023년 6월 29일 4시, 아스널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첼시에서 카이 하베르츠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이적료는 6500만 파운드 (약 1000억 원)다.


6,500만 파운드라는 거액의 이적료로 아스널에 합류한 하베르츠 / 출처 - 파브리지오 로마노 개인 sns


하베르츠는 아스널 이적 이후 23/24 시즌 아스널의 주전으로 꼽히는 등 많은 기대감을 낳고 있지만, 첼시는 영입 당시 클럽 레코드와 타이를 이룰 만큼 많은 이적료를 지불했던 하베르츠를 24살이라는 젊은 나이임에도 매번 리그 순위를 두고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아스널로 미련 없이 보내버렸다.


아스널은 하베르츠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하베르츠는 아스널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선수 소개


일찍이 독일 국가대표에도 발탁되어 많은 경험을 쌓은 카이 하베르츠 / 출처 - 하베르츠 개인 sns


카이 하베르츠는 1999년생의 독일 국적을 가진 공격형 미드필더이다. 193cm에 83kg이라는 피지컬을 가진 하베르츠는 24살이라는 젊은 나이임에도 37경기의 A매치 경력을 가지고 있을 만큼 어렸을 때부터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았다.


왼발잡이라는 특수성과 뛰어난 판단력으로 다양한 포지션의 소화가 가능하다. 본래 공격형 포지션으로 분류되는 하베르츠지만 첼시에서는 주로 최전방 공격수 포지션에 위치했으며, 중앙 미드필더 포지션과 윙어 포지션도 무리 없이 소화한다.


독일 분데스리가에 속해있는 레버쿠젠의 유스 아카데미에서 성장한 하베르츠는 16/17 시즌 17세 126일의 나이로 레버쿠젠의 분데스리가 최연소 데뷔 기록을 세우며 1군 무대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데뷔 첫 시즌부터 분데스리가 경기 기준 24경기 출전, (선발 15경기) 4골 5도움을 기록하며 1군 무대에 안착한 그는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로 성장했다.


레버쿠젠 시절 분데스리가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하베르츠 / 출처 - 하베르츠 개인 sns


18/19 시즌 분데스리가 34경기를 모두 출전하면서 17골 3도움을 기록,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리며 리그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떠오른 하베르츠는 분데스리가 선수들이 뽑는 최고의 필드 플레이어 상 수상, 2019 독일 올해의 선수에서도 2위에 오르며 더할 나위 없는 시즌을 보냈다.


19/20 시즌 집중된 견제를 이겨내고 분데스리가 30경기 12골 6도움을 올리며 분전한 하베르츠에게 빅클럽들의 손길이 닿은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공격진의 세대교체가 필요했던 첼시가 하베르츠를 적극적으로 원했고, 결국 하베르츠는 8,000만 유로라는 클럽 레코드 타이 기록과 함께 푸른 유니폼을 입었다.


하베르츠는 첼시에서 3년간 통산 139경기 32골 13도움이라는 다소 평범한 기록을 남겼다. 데뷔 첫 시즌 유럽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결승골을 득점하는 등, 팀의 우승을 이끌기도 했으나, 잦은 감독의 교체, 클럽 레코드를 새로 쓰며 팀에 돌아온 로멜루 루카쿠의 부진 등 여러 악재가 하베르츠를 괴롭혔다.


22/23 시즌 첼시는 리그 12위라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고, 즉각적인 변화에 나섰다. 클럽의 유스 출신으로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메이슨 마운트를 이적시키는 등, 선수단에 칼바람이 불었고, 22/23 시즌 44경기 9골 1도움을 기록하며 부진한 시즌을 보낸 하베르츠도 예외는 아니었다.


결국 하베르츠는 아스널로 적을 옮겼다. 한 때 첼시의 공격진을 이끌어나갈 미래로 평가받던 선수는 이제 ‘블루스’에서 ‘거너스’로 거듭나 스템포드 브리지에 총구를 겨누고자 한다.




왜 하베르츠인가?


아스널은 아르테타 감독 체제 아래 22/23 시즌 프리미어리그 2위에 오르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오랜 시간 동안 리그 우승컵에 멀어져 있던 아스널은 적절하게 이루어진 세대교체와 아르테타 감독의 지휘가 어우러져 프리미어리그에 매서운 돌풍을 일으켰다.


한 때 리그 1위를 달리기도 했던 아스널은 부진한 후반기를 보내며 맨시티에 역전 우승을 허용했다. 아쉽게 우승컵을 놓친 아스널은 다시 한번 우승을 바라보며 하베르츠를 영입했다.


아스널이 첼시에 지불한 6,500만 파운드의 이적료는 클럽 역사상 00위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하베르츠에게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를 말해준다. 아스널이 본 하베르츠의 장점은 무엇일까?


하베르츠의 다양한 포지션 활용도


지난 시즌 아스널은 치고 나갔던 전반기의 상승세를 유지하지 못하면서 1위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떨어지는 컨디션과 부상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23/24 시즌 아스널이 유럽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면서 더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선수단 뎁스 강화는 아스널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 됐다.


하베르츠의 커리어 통산 포지션 출전도 / 출처 - 옵타 애널리스트


하베르츠는 아스널의 이러한 고민을 채워줄 수 있는 선수다. 그는 뛰어난 판단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그가 거쳐간 레버쿠젠과 첼시에서 하베르츠는 스트라이커, 공격형 미드필더, 좌우 윙어, 중앙 미드필더 등 전술에 맞춰 많은 포지션에서 경기에 나섰다.


아스널의 아르테타 감독은 4-2-3-1 포메이션과 4-3-3 포메이션을 애용한다. 하베르츠는 본래 그가 최고의 모습을 보였던 공격형 미드필더  포지션이나 4-3-3 포지션의 중앙 미드필더, 아니면 잔부상이 잦은 가브리엘 제주스를 대신해 스트라이커 포지션에서 경기에 나설 수 있다.


시즌은 길고, 컨디션 저하, 부상 등 변수는 항상 예상치 못할 때 찾아온다. 우승은 이러한 변수들을 얼마나 슬기롭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갈리곤 한다. 아스널이 하베르츠를 주목한 이유다.


뛰어난 침투 능력


하베르츠는 “나는 미드필더이지만 박스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좋아한다”라고 말하곤 한다. 하베르츠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미드필더이지만 득점을 위해 골문 앞으로 침투하는 것을 즐긴다. 이전 소속팀이었던 첼시에서도 하베르츠의 뛰어난 침투 능력과 득점력은 그가 공격형 미드필더가 아닌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기용된 가장 큰 이유였다.


이러한 하베르츠의 특성은 아스널과 좋은 궁합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22/23 시즌 그라니트 자카의 퍼포먼스는 하베르츠가 아스널에서 보일 모습의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


자카의 22/23 시즌 프리미어리그 활동 히트맵 / 출처 - 소파 스코어


자카는 그동안 강력한 킥력을 바탕으로 공격과 수비 사이에서 템포를 조율하고 패스를 뿌리는 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22/23 시즌 아르테타 감독은 그에게 공격 시에 왼쪽 측면과 페널티 박스를 오가는 ‘메짤라’ 역할을 부여하며 보다 공격적인 모습을 요구했고, 자카는 22/23 시즌 프리미어리그 기준 37경기 7골 7도움을 올리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자카가 22/23 시즌 보였던 미드필더 지역에서 공격적인 침투와 마무리는 하베르츠가 레버쿠젠 시절부터 가장 선호하는 플레이이다. 이러한 성향 때문에 하베르츠는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에게 아스널에서는 자카가 뛰었던 중앙 미드필더로 활용될 것이라는 분석을 받고 있다.


미드필더 지역에서 박스로 침투하는 하베르츠 / 출처 - 옵타 애널리스트


커리어를 시작했던 레버쿠젠 시절부터 하베르츠는 뛰어난 침투 능력과 마무리 능력을 보였다. 위 장면은 그의 능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시 중 하나로, 하베르츠는 공이 아직 왼쪽 측면의 율리안 브란트에게 가기도 전에 페널티 박스로 침투하려는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패스를 요구한다.


뛰어난 공간 지각 능력으로 위협적인 공간을 점유하는 하베르츠 / 출처 - 옵타 애널리스트


수비진의 허를 찌르는 타이밍의 침투와 뛰어난 공간 지각 능력으로 하베르츠는 박스 내의 슈팅 찬스를 포착하고, 결국 득점에 성공한다.


22/23 시즌 프리미어리그 하베르츠의 오프 더 런 기록 / 출처 - 옵타 애널리스트


하베르츠는 활발한 오프 더 볼 움직임에서 비롯된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와 마무리라는 플레이 스타일을 프리미어리그 입성 이후에도 계속 유지했다. 22/23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하베르츠는 오프 더 볼 무브의 각종 부문에서 리그 최상위권의 수치를 기록했다. 활발한 움직임과 뛰어난 공간 지각 능력으로 쉴 새 없이 상대 수비진의 빈틈을 노렸다.


그가 프리미어리그에서 기록한 모든 득점은 페널티 박스 안에서 넣은 것이다. 그의 뛰어난 침투 능력과 침착성을 입증하는 부분이다. 스트라이커로 뛰면서 수비수들과 직접적으로 부딪히던 그가 수비수들과 한결 멀리 떨어진 미드필드에서 플레이를 시작한다면 여전히 뛰어난 하베르츠의 침투 능력과 침착한 마무리 능력은 더욱 빛을 발할 가능성이 높다.


연계 능력


하베르츠는 동료들과의 연계 플레이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 출처 - 하베르츠 개인 sns


하베르츠는 비단 득점에만 치우쳐진 선수가 아니다. 그는 동료들과의 연계 플레이에도 큰 강점을 지녔다.


22/23 시즌 프리미어리그 기준 하베르츠는 스트라이커로 뛰면서 오픈 플레이에서 33번의 기회를 만들었다. 이는 스트라이커 포지션 기준 3위에 달하는 수치이다. 또한 그는 22/23 시즌 프리미어 리그 기준 54회의 오픈 플레이 슈팅 찬스 생성을 기록하며 팀 내 1위에 올랐다.


하베르츠는 가장 수비의 압박을 받는 파이널 써드에서의 패스 정확도에서도 스트라이커 기준 4위에 올랐다. 22/23 시즌 프리미어리그 기준 38경기 38골에 그친 첼시의 부진한 공격진 안에서 분투하며 팀을 이끌었다.


하베르츠가 상대 진영에서 보여주는 침착한 연계 능력은 짧은 패스 플레이와 유기적인 움직임을 강조하는 아스널의 전술과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중앙 미드필더로 나설 것이 유력해지는 가운데, 하베르츠는 아르테타 감독에게 자카보다 다양하고 날카로운 공격 옵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아스널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 하베르츠 / 출처 - 하베르츠 개인 sns



불안 요소는 있다. 하베르츠는 첼시에서 뛰던 3년간 대부분의 경기를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소화했다. 달라질 포지션에 대한 적응기가 필요할 전망이지만 6,500만 파운드라는 이적료는 아스널 입장에서도 매우 부담스러운 이적료였던 만큼 팬들과 구단은 즉각적인 결과를 바랄 것이다.


실제로 하베르츠는 2023년 7월 14일 뉘른베르크와의 친선 경기에서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교체 출전했지만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팬들 역시 하베르츠의 부진한 활약에 실망감을 드러내며 그의 경기력을 비판했다.


하지만 아직 시즌은 시작하지 않았다. 하베르츠는 아직 24살이다. 프리미어리그와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험이 있는 24살의 선수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그에 대한 비판은 시즌이 끝난 후 가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그를 지켜봐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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