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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챠오 Jul 18. 2023

'K-트리오' 셀틱, K리거의 유럽 진출 교두보 될까

셀틱 FC는 스코틀랜드 리그의 절대적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영원한 라이벌로 꼽히는 레인저스와 함께 마치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처럼 압도적인 힘으로 리그를 지배한다.


비교적 변방으로 평가받는 스코틀랜드 리그임에도 한국 축구 팬들에게도 셀틱이라는 클럽은 다소 익숙하다. 과거 기성용과 차두리가 뛰면서 처음 한국인 선수를 영입했던 셀틱은 22/23 시즌 겨울 이적시장에서 수원의 오현규를 영입하며 다시 한번 한국 축구계에 이름을 알렸다.


오현규는 이적 후 셀틱이 도메스틱 트레블을 달성하는데 힘을 보태며 성공적으로 적응을 마쳤다. 오현규의 활약이 영향을 끼쳤을까. 셀틱은 23/24 시즌을 준비하면서 두 명의 새로운 K리거를 추가하려고 한다. 강원에서 뛰던 양현준과 부산에서 뛰던 권혁규가 그 주인공이다.




클럽 소개


셀틱 FC의 엠블럼 / 출처 - 셀틱 공식 홈페이지


셀틱 FC는 1887년 창단,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클럽으로,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에 연고를 두고 스코티시 프리미어십에 참가하고 있다. 홈구장은 ‘셀틱 파크’로 60411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다. 셀틱 파크는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큰 경기장이며, ‘파크헤드’,’ 파라다이스’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파라다이스'라는 애칭이 붙어 있는 셀틱 파크 / 출처 - 셀틱 공식 sns


‘파라다이스’라는 애칭에는 재밌는 일화가 있다. 현재의 셀틱 파크는 1891년 기존 경기장의 임대료가 인상되자 새로운 부지에 경기장을 짓기로 결정하면서 건설됐다. 한 기자가 이 과정을 "묘지를 떠나 낙원으로 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표현한 것을 시작으로 "파라다이스"라는 애칭 셀틱 파크에 붙게 됐다.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올드 펌'더비 / 출처 - 셀틱 팬 커뮤니티


셀틱의 가장 큰 라이벌은 스코티시 프리미어십에 속해있는 레인저스 FC이다. 레인저스 역시 셀틱과 같은 글래스고에 연고를 두고 있다. 두 클럽 모두 1890년 창설된 스코티시 풋볼 리그의 원년 멤버로, 두 클럽 간의 경기는 ‘올드 펌’ 더비라고 불리며 스코틀랜드를 넘어 유럽 축구계에서 손꼽힐 만큼 뜨거운 열기를 자랑한다. 두 팀의 상대 전적 역시 셀틱 기준 통산 436경기 165승 102무 169패로 팽팽하다.


영국 최초로 빅이어를 들어 올린 셀틱 / 출처 - 셀틱 공식 홈페이지


현대 축구에 들어서 주류에서 밀려난 셀틱이지만, 과거 셀틱은 유럽을 휘어잡았던 ‘빅 클럽’이었다. 셀틱은 영국 최초로 빅이어를 들어 올린 클럽이며, 유럽 최초의 트레블과 유럽 유일무이의 쿼드러플을 달성한 클럽으로 남아있다. (1967/1968 시즌)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클럽인 만큼 유명 선수들도 여럿 셀틱을 거쳐갔다. 리버풀의 레전드로 평가받는 케니 달글리시는 셀틱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으며, 세계 최고의 센터백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은 버질 반 다이크, 유러피언 골든슈를 수상했던 헨릭 라르손 등이 셀틱의 유니폼을 입고 활약했다.




선수 소개


셀틱이 영입한 양현준과 권혁규는 어떤 선수일까. 두 선수를 소개한다.


양현준


과감한 드리블 돌파가 장점인 양현준 / 출처 - 강원 FC 공식 홈페이지


양현준은 2002년생, 179cm에 69kg의 신체 조건을 가진 윙어다. 주로 측면에서 뛰지만 공격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2021년 강원 FC 소속으로 프로에 데뷔한 양현준은 K4리그에서 뛰는 강원 B팀과 1군 팀을 오가며 총 29경기 (K리그 1과 FA컵 포함 9경기, K4리그 20경기)에 출전했다. K4리그 4골 2도움을 기록하며 안정적으로 팀에 안착한 양현준은 2022년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폭발시켰다.


2022년은 양현준에게 최고의 한 해였다. 프리 시즌, 기량을 갈고닦아 강원의 붙박이 주전으로 도약한 그는 강원이 치른 모든 경기 중 36경기에 출전하며 8골 4도움을 올렸다. 강원 역시 양현준의 성장에 힘입어 파이널 라운드 순위 그룹 A에 합류하며 상위권 팀들을 위협했다.


K리그 1 영플레이어 상을 수상한 양현준 / 출처 - 양현준 개인 sns


시즌 중간 K리그 올스타로 선발되며 프리미어리그의 토트넘과 이벤트 경기를 치른 양현준은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 축구팬들에게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그는 2022년 K리그 1 영플레이어 상과 KFA 주관 올해의 영플레이어 상을 수상했다.


양현준의 강점은 빠른 주력과 과감한 드리블이다. 적극적인 드리블로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상대 수비진에 균열을 만드는 소위 ‘크랙’의 모습을 보인다. 2022년 10월 25일, 폴란드의 스카우트 업체 ‘야체크 쿨리크’는 양현준을 스페인 국가대표와 라이프치히에서 활약하고 있는 다니 올모와 비슷한 유형이라 분석하며 양현준의 성장 잠재력에 8점 (10점 만점)을 매기기도 했다.




권혁규


당당한 피지컬과 기술을 두루 갖춘 권혁규 / 출처 - 부산 아이파크 공식 홈페이지


권혁규는 2001년생, 190cm에 79kg이라는 당당한 피지컬을 갖춘 수비형 미드필더이다. 안정적인 기본기와 기술을 바탕으로 중앙 미드필더와 공격형 미드필더도 소화 가능하다.


부산 아이파크의 유스 시스템을 거쳐 2019년 부산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권혁규는 부산에서 뛴 4시즌 동안 통산 76경기 3골 2도움을 기록하며 어린 나이임에도 빠르게 팀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부산에서 주축으로 자리 잡은 권혁규 / 출처 - 권혁규 개인 sns


2021년 빠른 군입대를 결심하며 김천 상무에 입대한 권혁규는 먼저 셀틱으로 떠난 오현규와 이미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2022년 9월 7일 전역하며 병역 문제를 해결한 것은 권혁규의 유럽 커리어에 아주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권혁규의 가장 큰 장점은 뛰어난 피지컬과 기술이다. 190cm의 장신임에도 안정된 기본기와 기술을 바탕으로 공격형 미드필더, 측면 미드필더, 센터백 등 온갖 포지션을 경험했다. 190cm의 큰 키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팀의 옵션을 늘려준다.


양발잡이라는 점도 그의 가치를 한껏 높인다. 압박 전술이 더욱 정교해지는 현대 축구의 흐름에서 양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면서 안정적으로 볼을 배급할 수 있는 미드필더의 존재는 귀중하다.


세계 최고 미드필더 중 한 명인 로드리가 연상된다 해서 붙여진 ‘K리그의 로드리’라는 별명도 그의 뛰어난 잠재력을 설명하는 수식어 중 하나다. 




상위 리그로 도약 위한 발판


스코틀랜드가 축구 강국이 아니라는 점에서, 셀틱 또한 유럽 축구계에서 상위권 클럽이 아니라는 점에서 자칫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프리미어리그, 라리가 등의 상위 리그에 비했을 때의 이야기다. 사실 셀틱은 첫 유럽 진출의 옵션으로 많은 이점을 가진 클럽이다.


스코틀랜드의 유럽 리그 랭킹 / 출처 - UEFA 공식 홈페이지


스코틀랜드 리그는 유럽 랭킹 9위에 올라있다. 상위 5대 리그인 잉글랜드,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에 이어 네덜란드, 포르투갈, 벨기에만이 스코틀랜드의 위에 위치해 있다. 리그 랭킹은 리그 수준을 직관적으로 나타내는 수치로, 스코틀랜드 리그가 유럽에서 중상위권 정도의 위상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셀틱은 레인저스와 함께 스코틀랜드에서 유이하게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험이 가능한 클럽이다. 유럽 챔피언스리그는 상위 리그 클럽들에게 어필하기 가장 좋은 무대이다. 중소 리그 소속으로 유럽 전체에 자신의 활약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는 엄청난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구나 23/24 시즌부터 셀틱을 지휘할 스티븐 로저스 감독은 세계 최고의 리그로 꼽히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그의 지휘 아래 두각을 나타낸다면 향후 상위 리그로의 진출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셀틱에서 아스널로 이적해 주장까지 역임한 키어런 티어니 / 출처 - 티어니 개인 sns
셀틱에서 사우스햄튼으로 이적해 프리미어리그에서 세계 최고의 센터백으로 자리 잡은 반 다이크 / 출처 - 셀틱 팬 페이지


셀틱에서 상위 리그로 진출한 사례들도 많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아스널의 주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키어런 티어니, 헨릭 라르손, 기성용, 크리스토퍼 아예르, 버질 반 다이크 등이 있다. 위 언급한 선수들은 셀틱에서 모두 프리미어리그와 라리가로 직행하며 단번에 상위 5대 리그로 진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셀틱은 이번 영입으로 8명의 한국과 일본 선수들을 보유하게 됐다. 선수 숫자로 나타나듯이 셀틱은 아시아 선수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2부 리그 소속인 부산에서 뛰는 권혁규를 영입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K리그에 꾸준하면서도 진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셀틱 입장에서 비교적 저렴한 아시아 유망주들을 영입해 상위 리그에 많은 이적료를 받고 팔 수 있다는 점과 지속적으로 아시아 지역에 마케팅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K리그에 대한 관심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K리그 클럽들에게도 이는 선순환의 효과를 낳는다. 유럽 진출 시 K리그 선수들의 이적료는 100만~200만 유로 선이다. 오현규는 셀틱 이적 당시 수원에 300만 유로의 이적료를 안겼다. 유럽 클럽들에게 비교적 적은 이적료일 수 있지만 K리그 클럽들에게는 든든한 수익이 된다. 잘 키운 유망주가 팀의 재정 상황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셀틱의 도메스틱 트레블에 일조한 오현규 / 출처 - 셀틱 공식 sns


물론 이러한 선순환은 모두 선수들의 활약이 있어야 지속된다. 우선 셀틱 ‘선배’ 오현규는 셀틱 이적 이후 21경기 7골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남기며 셀틱이 ‘도메스틱 트레블’ (스코티시 프리미어십, 스코티시 컵, 스코틀랜드 FA컵)을 달성하는데 힘을 보탰다. 안정적으로 팀에 적응을 마쳤다. 이젠 양현준과 권혁규의 차례다. 바통을 잘 이어받아야 한다.


셀틱이 K리거들의 유럽 진출 교두보가 될 수 있을까. 아직은 지켜봐야 할 일이다. 다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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