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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챠오 Jul 20. 2023

팀버, 아스널의 새로운 즐거움이 될까

팬들을 모으는 가장 쉬운 방법은 승리다. 스포츠의 근본적인 목표는 결국 승리이기 때문이다. 과거 그저 그런 중위권 팀에서 새로운 구단주의 부임 이후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로 성장한 맨시티가 이를 입증한다.


프리미어리그를 새로 접하는 팬들이 있다면, 응원하고 싶은 팀을 찾고 있다면, 아스널을 지켜보는 것을 추천한다. 비록 22/23 시즌 아쉽게 맨시티에 역전을 허용하며 리그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아르테타 감독의 지휘 아래 아스널은 점점 트로피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아스널과 5년 계약을 맺으며 프리미어리그 도전에 나선 팀버 / 출처 - 파브리지오 로마노 기자 개인 sns


그리고 2023년 7월 14일, 아스널에게 트로피로의 또 다른 한걸음을 안겨줄 선수가 등장했다. 아약스에서 4,000만 유로 (약 570억 원)의 이적료와 500만 유로 (약 74억 원)의 추가 옵션을 지불하고 영입한 위리엔 팀버를 소개한다.




선수 소개


아약스와 네덜란드 국가대표팀의 주축으로 자리 잡은 위리엔 팀버 / 출처 - 팀버 개인 sns


위리엔 팀버는 2001년생의 네덜란드 국적을 가진 센터백이다. 뛰어난 전술 이해도를 바탕으로 풀백 포지션도 소화가 가능하다. 179cm, 77kg으로 센터백으로써 작은 신장을 갖고 있지만, 대신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상대 선수에게 달려드는 플레이를 펼친다.


페예노르트 유스를 거쳐 아약스에 입성한 팀버는 19살이라는 나이로 19/20 시즌 아약스 1군 무대에 첫 선을 보였다. 코로나로 인해 시즌이 조기 종료 되면서 데뷔전이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된 팀버는 20/21 시즌 에레디비시 기준 20경기에 출전하며 팀의 주전으로 거듭났다.


팀버는 꾸준히 성장을 이어갔다. 유망주들의 산실이라고 불리는 아약스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펼친 팀버는 에레디비시 기준 21/22 시즌 31경기, 22/23 시즌 34경기에 출전하면서 입지를 굳혔다.


팀버의 존재감은 오렌지 군단에서도 돋보였다. 2021년 6월 2일, 스코틀랜드와의 친선 경기에서 처음 A매치 데뷔전을 치른 팀버는 유로 2020, 2022 카타르 월드컵에도 출전했으며, 22살이라는 어린 나이임에도 15경기의 A매치를 뛰며 오렌지 군단의 든든한 방패로 자리 잡았다.




팀버의 장점


아스널은 22/23 시즌 한동안 프리미어리그 1위를 달리며 우승에 대한 열망을 키워나갔지만, 맨시티에게 추월당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가브리엘 마갈량이스가 변함없이 분투했고, 윌리엄 살리바가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며 아스널의 수비진은 아르테타 감독 부임 이후 가장 단단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아르테타 감독은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23/24 시즌을 준비하면서 아르테타 감독은 수비진의 퀄리티를 높이길 원했고, 그 대상으로 팀버를 선택했다. 팀버는 아스널에게 무엇을 안겨 줄 수 있을까?


‘인버티드’ 풀백으로써의 적합성


22/23 시즌 아르테타 감독은 맨시티에서 영입한 올렉산드르 진첸코를 왼쪽 풀백으로 중용했다. 진첸코는 아르테타 감독의 전술적 지시에 따라 일반적인 풀백의 역할이 아닌 필드 중앙으로 들어와 플레이하는 ‘인버티드’ 풀백 역할을 소화했다. 안정적인 패스 능력과 기민한 움직임의 진첸코 덕분에 아스널은 원활한 빌드업 작업을 수행할 수 있었다.


팀버의 커리어 기준 포지션 출전도 / 출처 - 옵타 애널리스트


아르테타 감독은 왼쪽 풀백 포지션에서 잠재력을 터뜨린 진첸코와 같이 오른쪽 풀백 포지션에서도 진첸코와 같은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했다. 벤 화이트가 활약했지만 시즌 내내 화이트에게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한 결정이다. 그리고 커리어 내내 센터백과 풀백을 오가며 활약했던 팀버는 이러한 역할을 완벽히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22/23 시즌 에레디비시 기준 팀버의 경기당 터치 분포도 / 출처 - 옵타 애널리스트


아르테타 감독의 전술에서 인버티드 풀백이 가장 중요시해야 할 역할은 빌드업이다. 기본적으로 수준급의 패스 능력과 기술을 갖춘 수비수를 선호하는 아르테타 감독은 특히 양 풀백에게 중원과 수비 지역을 넘나들며 빌드업에 관여하기를 요구한다.


위 수치는 팀버의 22/23 시즌 에레디비시 기준 경기당 터치 횟수와 비율, 위치를 나타낸 데이터이다. 팀버는 빼어난 활동량과 뛰어난 패스 능력으로 아약스의 전반적인 빌드업 작업을 담당했다.


또한 팀버는 22/23년 에레디비시 기준 3,129개의 볼 터치를 기록하며 리그 1위에 올랐다. 리그에서 가장 많이 볼을 만지면서 팀버가 기록한 (295) 볼 소유권 손실 비율은 9.4%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선수 중 최소 500개의 터치를 가진 두 번째로 낮은 수치이다.


팀버는 22/23 시즌 모든 경기에서 총 2,517개의 패스를 91.6%의 정확도로 성공시켰다. 팀버는 공을 점유하고 짧은 패스를 선호하는 아스널의 색깔과 잘 맞는다.


팀버의 인버티드 풀백 기용은 그의 신체적 단점도 감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팀버의 179cm의 신장은 센터백치고는 많이 부족하다. 이는 에레디비시보다 수준 높고 거친 프리미어리그에서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공중볼 경합이 비교적 적은 풀백으로 출전한다면, 신체적인 약점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것이다.




적극적인 공격 관여


팀버의 빌드업 능력이 팀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전방위 하다. 그는 아약스 시절 주로 센터백 포지션으로 출전했지만 거침없이 공격에 관여했다.


팀버의 22/23 시즌 리그 경기 기준 터치 횟수 비교 / 출처 - FEREF
팀버의 22/23 시즌 리그 경기 기준 터치 횟수 비교 / 출처 - FEREF


위 표들은 팀버의 22/23 시즌 리그 경기 기준 볼 터치 횟수와 터치 위치를 나타낸 데이터이다. 팀버는 센터백으로 출전했음에도, 아스널에서 주로 오른쪽 풀백으로 나왔던 벤 화이트나, 나폴리에서 역사적인 시즌을 보낸 김민재보다 미드필드 지역에서 많은 터치 횟수를 기록했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페널티 에리어 안에서의 터치 횟수다. 팀버는 57회로 압도적인 횟수를 기록하며 뛰어난 공격 가담 능력을 선보였다.


보다 직관적인 예시도 있다. 22/23 시즌 FC 볼렌담과의 에레디비시 9라운드는 팀버의 공격 가담 능력을 지켜볼 수 있는 좋은 예시 중 하나이다.


팀버의 공격적인 모습이 여실히 나타난 볼렌담과의 경기 / 출처 - 옵타 애널리스트


팀버가 스티븐 베르하위스의 패스를 받아 미드필드 지역을 돌파한다. 볼렌담 선수들은 센터백 포지션에서 공격적으로 치고 올라오는 팀버에 대한 대처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다.


베르하위스의 패스를 받아 전진 드리블 후 브로비에게 스루 패스를 찔러주는 팀버 / 출처 - 옵타 애널리스트


팀버는 베르하위스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 박스를 향해 전진한다. 볼렌담 수비진은 팀버의 공격 가담에 시선이 쏠려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브라이언 브로비를 제대로 마크하지 못한다. 팀버는 적절한 타이밍에 브로비에게 스루 패스를 찔러 넣었고, 브로비가 득점에 성공하며 도움을 추가한다.


이처럼 팀버의 공격적인 전진 능력은 아스널에게도 다양한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팀의 플레이메이킹을 담당하는 마틴 외데고르에 대한 집중 견제가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23/24 시즌, 팀버의 공격적인 움직임은 외데가르에 대한 견제를 분산시켜 줄 수 있다.




뛰어난 볼 운반 능력


팀버의 공격 가담 능력은 그의 안정적인 볼 운반 능력이 있어 더욱 빛난다. 팀버는 패스를 돌릴 수 없는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는다. 필드 어느 지역에서든 안정적으로 볼을 직접 운반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22/23 시즌 에레디비시 기준 볼을 가지고 전진 운반한 횟수 / 출처 - 옵타 애널리스트


위 차트는 22/23 시즌 에레디비시 기준 볼 운반 수치 중 전진 운반한 수치만을 추려낸 데이터이다. 팀버는 해당 데이터에서 2위를 기록한 같은 클럽의 에드손 알바레즈보다 76개가 많은 487개의 수치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팀버는 총 5037m의 전진 볼 운반 기록을 보이며 해당 부문에서도 리그 1위에 올랐다.


22/23 시즌 에레디비시 기준 3000분 이상 출전한 선수들의 볼 운반 기록 / 출처 - 옵타 애널리스트


볼 운반 수치의 카테고리를 전체로 넓혀서 살펴봐도 팀버의 기록은 압도적이다. 위 표는 22/23 시즌 에레디비시 기준 3000분 이상 출전한 10명의 필드플레이어들의 볼 운반 기록을 나타낸 데이터이다. 팀버는 센터백이면서도 이들 중 가장 높은 23번의 평균 볼 운반 횟수를 기록했다.




아스널은 아르테타 감독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아르테타 감독 또한 클럽의 지원을 등에 업고 최고의 선수는 아닐지라도, 자신의 전술 철학에 부합하는 선수들을 영입하며 스쿼드를 강화하고 있다.


다재다능한 젊은 선수는 아르테타 감독의 입맛에 꼭 맞는다. 아약스에서 4백 시스템을, 네덜란드 국가대표에서 3백 시스템을 모두 경험한 팀버의 경험은 아르테타 감독의 전술에서도 빛을 발할 것이다.


물론 팀버가 아약스와 네덜란드 국가대표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해서 그가 무조건적으로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에레디비시는 분명 프리미어리그보다 몇 단계는 아래에 있는 리그이며, 아약스는 네덜란드 내에서 대부분의 클럽들에게 압도적인 전력 우위를 갖고 있는 클럽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난 몇 년간 팀버는 자신이 아르테타 감독이 원하는 모습을 모두 갖춘 선수라는 것을 증명했다. 그는 스스로 보다 큰 무대에서 자신을 증명할 새로운 기회를 창조했다.


반 다이크에게 “그때의 나보다 뛰어나다”라는 칭찬을 들으며 많은 기대감을 받는 팀버 / 출처 - 팀버 개인 sns


세계 최고의 센터백 중 하나로 평가받는 네덜란드 국가대표 선배인 버질 반 다이크는 2022년 9월 자국 매체는 ‘VI’와의 인터뷰에서 팀버를 두고 “그 나이의 나보다 훨씬 뛰어나다”라며 팀버의 잠재력을 극찬하기도 했다. 젊은 선수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감독뿐만 아니라 팬들에게도 즐거운 일이다. 팀버는 아스널 팬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을까. 가능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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