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필사 6
달빛이 풀려 나오는 밤
임수현
저길 봐!
달빛이 풀려 나와
지붕 위에도
시소 위에도
노랗게 쏟아져
나뭇가지는
달빛을 잡아당겨
돌돌 감았어
캄캄한 밤
창문가에 걸어 두라고
엄마 기다리다 엎드려 잠든 머리맡에
텔레비전 켜 두고 혼자 잠든 할머니 곁에
추위에 떨고 있는 길고양이 위에
달빛이 소복소복
쌓이고 쌓여
코뿔소 모자 씌우기 中/창비
'달빛이 비친다' 대신 '달빛이 풀려 나온다'는 말을 찾음으로써 시가 맺혔다.
달빛은 소외된 이들을 향해 풀리고 나뭇가지는 달빛을 돌돌 감았다. 그걸 창문에 걸어둔다.
달빛이 소복소복 쌓이고 쌓여, 얼마나 많은 이들을 덮어줄까?
오늘은 비가 내려 달빛이 풀려 나오지 못하는 밤이다.
달님도 하루쯤 휴가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