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뿔소 모자 씌우기/임수현

동시필사 7

by 이경아

코뿔소 모자 씌우기


임수현



햇빛은 쨍쨍하고

모래알은 반짝이니

코뿔소에 모자를 씌워 주자

밀짚모자가 어울릴 거야

야구 모자도 괜찮을 거야

그런데 누가 모자를 씌우지?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자

누가 올라가지?

새총을 만들어 씌우자

누가 새총을 만들지?

장대높이뛰기를 해서 씌우자

누가 장대를 만들어 오지?

장화 신은 고양이한테 부탁해 보자

어디 가서 고양이를 찾지?

코뿔소에게 잠시 앉아 보라고 하자

누가 코뿔소 귀에 대고 말하지?

햇볕은 쨍쨍하고

땀은 삐질삐질

가만 듣고 있던 코뿔소

물속으로 풍덩!


<코뿔소 모자 씌우기>中/창비



날씨가 더우니까 코뿔소한테 모자 씌워주자고 한다.

코뿔소가 히죽 웃었겠지.

말은 많이 오가는데, 모자는 언제 씌워주나?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던 코뿔소. 모자 씌워주길 기다리느니 차라리 물속으로 풍덩 들어가 버리고 만다.


누군가를 위한다며 하는 번지레한 말들

그 사람이 진짜 원하는 건 뒷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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