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필사 9
손잡이
임미성
손잡이가 없으면
문도 없는 거야
열 수 없고 닫을 수 없으면
문이 아니잖아
손잡이가 없으면
우산을 어떻게 들까?
가방은 업고 다니려나?
냄비는 뜨거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겠지?
네모난 문에도
둥근 냄비에도
가방에도, 우산에도
그래서 손이 있는 거야
손잡이를 잡을 땐
그 애의 손을 잡듯
부드럽게 악수를 하듯
손이 손에게 말을 걸게 하는 거야
<달려라, 택배 트럭!>/문학동네
손잡이가 없으면 문을 열 수 없고, 그래서 문이 아니란다.
손잡이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 고민고민하더니
그래서 손이 있는 거야 하고 고백한다.
그러더니 갑자기 비약한다. 손잡이도 손이 있단다.
그동안 우리의 통념을 깬다.
손잡이는 손으로 어떤 것을 열거나 들거나 붙잡을 수 있도록 덧붙여 놓은 부분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건 손잡이를 사람 입장에서 이름 붙여 사용했는데 이 시에서는 손잡이가 하나의 존재가 된다.
손이 손에게 말을 걸게 하는 거란다.
손잡이를 잡을 때마다 설렐 것 같다. 그에게 말을 건넨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