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머그컵/류한월

동시 필사 10

by 이경아


엄마의 머그컵




류한월



엄마가 제일 아끼는 머그컵을 깼어

식탁 모서리에 톡, 부딪혔을 뿐인데

쨍그랑, 소리가 아침을 부쉈어


안 돼! 엄마의 외침에

심장이 쿵, 하고 떨어져

조각들 옆에 나란히 엎드렸어


놀란 내 머리카락이 솟아오르고

어깨에 앉아 있던 먼지 세 톨은

악!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저쪽 벽까지 날아갔어


물바다가 된 바닥에

멍하니 맨발로 서 있는 나

그때 엄마가 다가와

발밑에 수건을 깔아주었어


상어 이빨이 번뜩이는

무서운 바다 한가운데

내가 디딜 수 있는


작은 섬 하나를 만들어주었어



부산일보 2026년 신춘문예 동시수상작




엄마가 좋아하는 머그컵을 깨뜨렸어

엄마는 혼내기는커녕 나에게 작은 섬 하나를 만들어 주었지.

이런 엄마가 있는 아이, 이런 대접을 받아 본 아이는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

또 세상을 어떻게 살아나갈까? 남의 이야기를 들어도 따뜻하니 좋다.


표현에 있어서

'심장이 쿵, 하고 떨어져 조각들 옆에 나란히 엎드렸어'

잔뜩 긴장하고 위축된 모습 표현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어깨에 앉아 있던 먼지 세 톨은 악!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얼마나 놀랐는지를 구체적인 먼지를 들어 형상화했다.

물바다가 되었으니, 상어가 이빨을 번뜩이며 나오는 게 이상하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다.

수건이 작은 섬이라니, 절묘하다.


작은 섬을 만들어 주면서 시의 분위기는 반전되며, 너른 품에 안긴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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