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만큼/신형건

동시 필사 12

by 이경아

고만큼


신형건



봄바람의 주머니는

참 작구나.


방금

내 코끝에 뿌려 준

라일락 향기 한 움큼을

겨우 담을

만큼


고만큼.



<아! 깜짝 놀라는 소리>中/푸른 책들



꽃향기는 뭉텅이로 몰려다닌다. 한 자리에 서서도 고개를 돌리는 방향에 따라 꽃향기를 맡기도, 맡지 못하기도 한다.

그걸 봄바람의 주머니로 표현하다니 아주 깜찍하다.

주머니가 작으니 인색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한 움큼씩 뿌려주고 다니는 꽃향기. 생각만으로도 그 향기에 가슴에 꽉 찬다.

'고만큼'이 오히려 꽃향기의 향기로움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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