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초승달/성명진

동시 필사 13

by 이경아

어떤 초승달


성명진


밤 버스에

달이 타 있어요


고개를 수그린

조각달이에요


버스가 도시를 거의 한 바퀴 돌아

동네에 이르자

달은 고개를 들어요


버스에서 내려

캄캄히 걸어 집으로 가요


집에 들어서면

움푹한 품에 안기는

새끼 별이 둘 있어요



<밤 버스에 달이 타 있어>中/창비



밤늦게까지 일하고 퇴근하는 엄마나 아빠 이야기겠지요.

피곤에 지친 엄마아빠는 보름달도 아니고 조각달이에요.

버스 안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도시를 거의 한 바퀴나 다 돌고 난 뒤

버스를 내리니 얼마나 피곤하겠어요.

집에 들어가니 별 같은 아기 둘이 품에 안겨요.

움푹한 달 품으로요.

달은 그래서 집으로 돌아왔겠죠.


고단함이 잔뜩 묻은 엄마나 아빠를 조각달이라는 표현을 찾아냄으로써 시가 맺혔다.

움푹한 품에 안기는 새끼별이 있으므로 시가 완성되었다.

시 꼬투리가 맺히는 것과, 시 맺음을 얻는 것에서 시가 완성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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