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필사 14
쉬워요
성명진
누렇게 늙도록
일을 했군요 호박덩이 님
근데 그렇게 크고 둥그런 몸으로
높은 언덕배기에서
어떻게 내려오나요?
아, 그거
어렵지 않다오
저 농부 님이 내려 주시지요
품에 꼭 안아서요
농부
성명진
호박 싹이 돋았어요
이 작은 녀석,
실은 힘이 장사랍니다
가을까지 큰 호박덩이 여러 개를
높은 언덕 위에 너끈히 올려놓지요
저는 이 일을
조금 거들어 주는 사람이고요
<밤 버스에 달이 타 있어>中/창비
두 시는 같이 읽을 때 맛이 배가 된다.
호박과 농부가 뒤에서 서로를 칭찬하는 말들이다. 히야, 마음이 땃땃하다.
호박은 농부님 덕분이고,
농부는 호박이 힘장사라 하고,
<쉬어요>에서 마지막 연
저 농부 님이 내려 주시지요
품에 꼭 안아서요
<농부>에서 마지막 연
저는 이 일을
조금 거들어 주는 사람이고요
시의 마지막 연을 이렇게 쓰는 게 편하지는 않다.
무언가 감동을 주기 위해 쓰듯 해서이기도 하고, 뭔가를 가르치려는데 듯해서이기도 하다.
그런데 잘 쓰면
감동이 되기도 한다.
아직 시에 대해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