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수리공과 다람쥐/송현섭

동시 필사 17

by 이경아

시계 수리공과 다람쥐


송현섭



난 네 왼쪽 눈동자에 붙은 먼지 두 개를 볼 수 있고

난 네 오른쪽 귀 털이 어제보다 세 개 더 빠진 걸 볼 수 있고

난 네 주둥이에 붙은 두 마리의 진드기를 볼 수 있고

마리의 진드기가 모두 배부른 암컷이라는 걸 볼 수 있고

무엇보다 네 볼에 두 개의 도토리가 들어 있다는 걸 볼 수 있지.


"어휴, 나만 보면 매번 그러신다.

도토리는 이미 다 먹었다고요.

봐요, 아."



<내 심장은 작은북>中/창비


이 시를 처음 읽고 든 생각은 '뭐지?' '뭘 말하려는 거지?'였다.

두 번 세 번 읽으며 웃음이 났다.


시계 수리공은 초정밀 돋보기를 쓰고 조그만 시계의 구석구석을 살펴 고치는 사람이다.

아주 작은 것도 놓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시계 수리공이 다람쥐를 코 앞에 두고 지켜보고 있다.

눈동에 붙은 먼지 두 개, 귀털이 세 개 더 빠진 것도 알고, 두 마리 진드기도 찾아낸다.

더 나아가 진드기가 모두 배부른 암컷이란다.

정말 기절초풍할 노릇이다.

시계 수리공 앞에 서면 발가벗겨진 느낌이 들고, 이실직고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런데 다람쥐는 어떤가?

뻔뻔하다, 당당하다, 능청맞다. 그쯤으로 기죽을 내가 아니다는 걸 보여준다.

매번 그런단다,

시계 수리공이 다 안다 해도 입까지 쩍 벌린다.

입 안에 도토리는 없다고 말이다.


이런 배짱

참 맘에 든다.


권위나 바르고 옳은 길이라고 말하는 누군가 앞에서

이런 배짱을 부릴 줄 아는 사람

참 사랑스럽고, 자기 길을 잘 갈 거라는 믿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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