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김성민

동시 필사 18

by 이경아

큐브


김성민



천장을 돌리면 벽

벽을 돌리면 바닥

바닥을 돌리면 천장


이리저리 돌리다 보면

천장이 벽이 되기도 하고

벽이 바닥이 되기도 하지


천장을 쿵쿵 걸어 다니고

벽에 차려 놓은 밥상에서 밥을 먹고

바닥에 내가 그린 그림이 걸리기도 하겠지


화난 아랫집 할머니 윗집에서 뛰어나와

씩씩거리며 우리 집에 따지러 왔다가

도로 사과하고 얼굴 빨개져 옆집으로 돌아가기도 하겠지


아파트를 큐브처럼 착착 맞추다 보면 말이야


<브이를 찾습니다>中/창비


네모반듯한 아파트. 한 칸 한 칸이 모여 하나의 동을 이룬다.

시인은 이걸 큐브로 봤고, 시의 씨앗이 됐다.


요리조리 돌려 색을 맞추는 큐브

돌리고 돌리다 보면 위는 아래로 옆으로 계속 뒤바뀐다.

그런 발상으로 아파트 안에 살고 있는 우리 모습을 바라봤다는 점이 신선하다.


아파트 소음 문제로 이웃 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우리는 한 큐브 안에 살기 때문에 언제고 돌고 돌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남에게 피해가 될까 봐, 내 귀에 조금 거슬리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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