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달에서/김성범

동시 필사 22

by 이경아

응달에서


김성범



양지녘 감나무들

주렁주렁

맛이 다 들도록

모퉁이에서

조망조망한 감을

시퍼렇게 매단 감나무가 있었지요.


눈길 한번 못 받으며

멀거니 서 있었는데,

첫눈이 내리고도

한 참 뒤에야 맛이 들어갑니다.


동네 사람들

가던 길 멈춰 서서

입맛 한 번 다시고 갑니다.


모퉁이가

동네

한가운데가 되었습니다.



<호랑이는 내가 맛있대>中/상상의힘



양지에 있는 감나무, 응달에 있는 감나무

빠르고 늦고, 시간 차이는 있지만 맛은 들어간다.

첫눈이 내리고도 한 참 뒤에야 맛이 들어가는 감이라니, 많이 늦다.


하지만 역시 군침 도는 감이다.


나라만 아마도 3연에서 시를 맺었을 거다.

마지막 4연

'모퉁이가

동네

한가운데가 되었습니다.'

로 맺음으로써 시가 한 움큼에 쥐어진다.


이 4연이 시가 오게 된 계기였을까?
아니면 고르고 고르다가 얻게 된 시어였을까?


시를 쓸 때는 '톡'하고 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끝까지 사유하고 얻어내는 시어에

집중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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