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필사 23
호랑이는 내가 맛있대
김성범
호랑이가 나타나
너 몇 살이니?
아홉 살인데요.
참 맛있는 나이구나.
난 말썽쟁이여서 맛이 없을 걸요.
쫄깃하겠구나.
난 공부를 못해서 맛없을 걸요.
싱싱하겠구나.
나보다 옆집아이가 엄마 말도 잘 듣고 착하거든요.
고 녀석은 퍽퍽해서 맛없겠다.
저를 꼭 드셔야겠어요?
으헝!
엄마야!
<호랑이는 내가 맛있대>중/상상의힘
너무 매력있다.
호랑이가 잡아먹으려는데, 자기는 맛이 없단다. 차라리 옆집아이를 잡아먹으란다.
이 정도 배짱이면 호랑이 굴에 가서도 살아남겠다.
그런데 요놈의 호랑이 말썽쟁이여서 쫄깃하고 공부를 못해서 싱싱하겠단다.
말 잘듣는 옆집아이는 퍽퍽해서 맛없단다.
'저를 꼭 드셔야겠어요?' 애절하게 말하고
'으헝!
엄마야!'
하며 줄행랑을 칠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호랑이도 먹고 싶을 만큼 내가 그렇게나 맛있나?
어깨가 우쭐해지는 시다.
이런 풍자 시는 그 자리에 함몰되어 있으면 나오지 않는다.
그 팍팍한 자리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때 비로소 터져 나온다.
내가 쓰고 싶은 시 모습 중에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