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필사 28
딱지 따 먹기
임복순
딱지를 따면 마음이 막
부푼다.
딱지를 잃으면 마음이 막
뒤집어진다.
나를 멋대로 주무르는
딱지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거지?
딱지 배에 있나?
딱지 등에 있나?
여기 딱지 옆구리에 있나?
아니면
종이 두 장이 꼭 껴안고 있는
저 안 어디쯤 있나?
<몸무게는 설탕 두 숟갈>中/창비
내 마음을 멋대로 주무르는 딱지.
막 부풀기도 하고 막 뒤집어지도 하다.
하지만 이건 딱지 어디에서도 나오는 게 아닐 거다.
배, 등, 옆구리, 심지어 안을 뒤집어 봐도 말이다.
내 마음을 주무르는 건, 밖이 아니라 나에게 있다는 걸, 알아채는 게 왜 느릴까?
다 뒤져보고야 겨우 알아챈다.
'종이 두 장이 꼭 껴안고 있는'
이 표현이 새롭다.
'저 안 어디쯤 있나?'
에서는 오래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