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꽃과 할머니/임복순

동시 필사 29

by 이경아

장미꽃과 할머니


임복순



발 디딜 틈 없는 지하철에

허름한 옷차림의 할머니가

장미꽃을 들고 탔다.


가슴에 장미꽃을 꼭 품은 할머니는

사람들에게 떠밀릴 때마다

지하철이 흔들릴 때마다

괜찮니? 묻는 듯

걱정스럽게 장미꽃을 내려다보았다.


가만 보니

그때마다 장미꽃도 할머니를 쳐다보며

고개를 까닥거렸다.


장미꽃을 내려다보던 할머니 때문이었는지

할머니를 올려다보던 장미꽃 때문이었는지


내 머리가 찍어 두었는지

가슴이 앉혀 두었는지


지하철을 타고 갈 때면

그 둘의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몸 무게는 설탕 두 숟갈>中/창비



지하철 안에서 그것도 밀리는 지하철 안에서 시인은 장미꽃을 들고 서 있는 할머니를 보았다.

할머니가가 아니고 젊은 아가씨였더라면, 장미꽃이 아니고 시장바구니였더라면

시인은 오랫동안 그 둘의 모습을 떠올렸을까?

아마다 아니었을 거다.

평범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억에 남았을 거다. 거기다가 나쁜 기억이 아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미소 짓게 만드는 기억이다.

까맣게 잊고 살다가도 지하철이라는 공간으로 들어오면 또다시 생각나게 만든다.

장미꽃과 할머니.


이런 장면을 많이 간직한 사람은 행복할 거다.

이런 장면을 남에게 보여주는 사람은 어떨까?

그 사람은 그냥 삶을 살았을 거다. 그냥 삶을 사는 게, 남에게 행복을 안겨다 주는 거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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