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필사 30
내 마음속 깊은 곳
권기덕
빛도 없이
지도도 없이
스마트폰도 없이
캄캄한
미로 같은 방에
들어간다면
세상에서 가장 용감해 보이는
슈퍼히어로도
물에 빠진 사자처럼 허우적댈 거야
세상에서 가장 말 공격 잘하는
래퍼도
소리 잃은 새처럼 답답해할걸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우리 선생님도
허둥지둥 벽만 찾으며 헤맬지도 몰라
그래도 찾아올 수 있겠니?
<내가 만약 라면이라면>中/창비
다른 사람 마음을 알아주는 건 참 어렵다.
요거야, 하고 딱 집어 주면 좋으련만 사람 마음은 그럴 수 없다.
자신조차 명확한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게 마음이다.
시인은 그걸 '빛도 지도도 스마트폰도' 없다고 표현했다.
다른 사람 마음을 찾기 어렵다고 말하지 않고 구체적인 예를 가지고 왔다.
'슈퍼히어로도 물에 빠진 사자처럼 허우적댈 거야'
'래퍼도 소리 잃은 새처럼 답답해할걸'
'우리 선생님도 허둥지둥 벽만 찾으며 헤맬지도 몰라'
이런 모든 걸 통과해야만 내 마음속 깊은 곳을 들여다볼 수 있을 거야.
하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