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필사 41
사용금지
방주현
3층 남자 화장실 앞에 붙은
'사용금지'
2층까지 소문나서
아이들이 오르락내리락
몰려다닌다
사용금지 전보다
더 많은 아이들이
볼일도 없으면서
왔다갔다 왔다갔다
점점 늘어나는 아이들
들어가진 못하고
문틈으로 엿보느라
벌집이 된 것 같다
화장실 안에 있는 말벌도
그 구경하느라 집에 못 가고
뱅글뱅글 뱅글뱅글
돌기만 하고
동시 먹는 달팽이 28호/계간지
3층 화장실에 '사용금지'가 붙었다. 왜 '사용금지'가 붙었지? 이유가 뭘까?
이 시에서는 궁금한 걸 마지막 연에 가서야 알려주며 긴장감을 유발한다.
1연에서 4연까지는 화장실 앞에 몰려드는 아이들만 이야기한다. '사용금지'라고 하니까 더 많은 아이들이 몰린다.
소문이란 그렇다. 이제까지는 관심이 없다가도 소문이 퍼지면 몰려든다.
정작 그 소문의 실체인 말벌은 빨리 사라져야 하는 존재다. 그래야 '사용금지' 팻말도 없어지고 자유롭게 화장실을 다닐 수 있을 거다.
하지만 말벌도 소문 때문에 몰려든 아이들을 구경하느라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
'사용금지' 시간은 더 길어질 거고,
혹은 말벌들이 더 몰려들어 화장실을 엿보는 아이들을 구경할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