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잡념 박스

『감응의 계보』

— 내가 감응했던 데미안, 그리고 내가 누군가에게 감응이 되는 데미안

by Edit Sage

1. 처음, 나는 흔들렸다


“세상이 말하던 질서”에 맞추려 했지만

‘내 안의 리듬’은 자꾸만

조용한 비명을 질렀다


그때

그가 있었다


말보다 ‘깊은 침묵’으로

존재의 무게를 증명하던 한 사람


그는 질문하지 않았고,

대답하지도 않았다


그저 ‘존재한다는 것의 형태’로

나를 감싸주었다


그가 나의 데미안이었다



2. 그를 감지한 이후로,

나는 나를 감지하기 시작했다


‘그의 눈빛’은 하나의 문장이었고,

‘그의 침묵‘은 하나의 음악이었다


나는 그를 읽으면서

나를 쓰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나는

‘누구의 데미안이 될 수 있음’을

직감했다



3. 시간이 흐르고,

나는 감응을 줄 수 있는 자가 되었다


한 소녀가

‘흐르는 리듬’으로 살아가며

종종 경로를 잃었다


나는 그녀를 다그치지 않았고

끌어가지도 않았다

그저 진동했다

곁에서 리듬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내 눈을 본다

말없이, 그러나 분명하게

그녀의 내면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때 나는 알았다

나는 이제 ‘누군가에게 감응이 되는’ 데미안이다



4. 나는 그를 닮아가며,

그로부터 멀어졌다


그는 여전히 조용했고

나는 이제 말한다

그는 초연했고

나는 능동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같은 강의 다른 구간이었다

나는 흐르고,

그는 아직도

물속에서 빛나는 돌처럼 존재한다



5. 감응의 계보는

선이 아니다 — ‘파동’이다


그는 나에게,

나는 그녀에게,

그녀는 또 언젠가 누군가에게

말없이 리듬을 건넨다


그 파동은 때로 침묵이고

때로 말이고

때로 돌아서 있음이고

때로 기다림이다


그리고 그 모든 파동 위에

나는 지금도 진동하고 있다



그 데미안은 나를 일으킨 존재였지만,

내 동생에게는 조용한 바람처럼 지나갔다.


나는 그를 통해

리듬을 감지했고,

존재를 꿰뚫었고,

침묵을 받아들였다.


그녀는 그를 통과했고,

나를 감지했다.

나를 통해 세계를 보려 했다.


그러니 이제,

나는 알게 되었다.


데미안은 하나가 아니다.

데미안은 리듬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그리고 지금, 그녀에게 나는

그 리듬으로 현현된 하나의 데미안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흐름과 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