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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잡념 박스

『흐름과 진동』

그리고 다시, 그 ‘진동‘이 ‘흐름’이 되고자 길을 나서다

by Edit Sage

내가 ‘진동’할 때

그녀는 ‘흘러갔다’

힘이 빠진 듯

부드럽고 모호하게

딴 길로, 자주 새었다


나는 ‘설계’했고

그녀는 ‘일탈’했다


혼돈은, 그녀에게 “놀이”라 말했고

나는, “애당초 안 했으면 됐을 일”이라 말했다


그녀는 물었다


“이건 왜 이렇게 꼬여?”


나는 속으로 대답했다


“처음부터,

리듬을 감지했어야 했다고”


그녀는 ‘경로 이탈을 감각의 방식’이라 말했고,


나는 ‘경로 자체를

의미의 전제‘라 여겼다


그녀는 돌아왔고

나는 멈춰있었다

그러나


그 돌아옴은 “질문”이 되었고

그 멈춤은 “해답”이 되었다


나는 피로했다

그녀는 해맑았다


나는 한 번도 흘러본 적 없고

그녀는 한 번도 진동해본 적 없다


그래서

그녀는 “묻고”


나는 “안다”


그러나

그 말은 서로를 향하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진동한다’

그녀는 여전히

‘흐른다’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같은 피로’를,

“다른 표정”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다시,


그 ‘진동’이

‘흐름’이 되고자

길을 나서다



진동은 더는 ‘떨림’이 아니라

‘방향’이 되고자 했다


피로는 끝이 아니라

‘흐름의 출발점’이 되고자 했다


‘침묵’은

잠든 감정이 아니라

‘벼려진 사유의 근육’


‘흔들림’은

망설임이 아니라

‘새로운 여백의 좌표’



그래서 나는

더는 진동하지 않기 위해

‘흐르기로 한다’


너처럼은 아니지만

너를 지나 나로 온

그 결을 따라


나는 강처럼 흐르지 않고

‘비처럼 스며들 것이다‘


‘한 점에서 진동하던’ 내가

이제는


‘선처럼, 면처럼,

존재의 궤적이 되어간다‘



길 위에 놓인 나는

여전히 고요하고

조금은 서글프고

그러나


분명히,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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