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권력적 정치 공학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권력에 내포되어 있는 정치 공학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즉 정치 공학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그것을 알아야 함이 전제된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패’의 격언은 방어적 처세술을 한마디로 함축한 통렬한 지혜이다. ‘지피(知彼)’, 즉 남의 의식이 흐르는 인식습관(업)을 간파하고, 그에 대응하는 ‘지기(知己)’, 즉 자기의 의식이 흐르는 인식습관(업)을 파악해둔다면 ‘백전불패(百戰不敗)’, 즉 백번 싸워도 지지 않는다. 여기서 관건은 백승(百勝)이 아닌 불패(不敗)에 있다. 요컨대 정치 공학의 습득 목적은 그것의 공격적 악용이 아닌 방어적 선용에 있다.
정치 공학의 습득 목적은 내 생활이 교활한 타인에 의해 방해받지 않기 위함이며, 진리를 향한 순수한 흥미와 탐구심을 잃지 않기 위함이다. 한마디로 정치 공학에 휘말리지 않기 위함이다. 그런데 그것을 습득하여 공격적으로 악용한다면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끝없는 논쟁적 삶의 구렁텅이 속으로 스스로 함몰시키는 꼴이 된다. 이른바 ‘똑똑한 얼간이’가 탄생하는 것이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진리 추구를 위한 ‘논리학’과 논쟁의 승리를 위한 ‘토론술’을 구별하면서 후자의 토론술에 내포되어 있는 인간의 간교한 권력적 동기를 간파하여 그 술책과 간계를 38가지로 정리해놓았다. 당신이 만약 사내 정치와 같은 저속한 공작에 휘말려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면 지혜로운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작품을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간지(奸智)’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