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케팅”이 사기라면, “정치”는 무엇인가?
우리는 누구나 “어떤 것을 갈망하도록 설계”된 존재다.
그 갈망의 방향은 자연발생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거의 언제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설계한 구조물” 속에서 유도된다.
이 구조물은 “마케팅”이라 불리든, “정치”라 불리든, 결국은 “집단적 믿음의 통제 기술”이다.
마케팅은 욕망을 “만들어낸다”.
존재하지 않던 “필요”를 발명하고,
그것이 없이는 “사랑”도, “성공”도, “인정”도 불가능하다는
의미의 기표를 덧씌운다.
정치는 신념을 “만들어낸다”.
존재하지 않던 “우리”를 상상하게 만들고,
“공공”, “정의”, “국익” 같은 명분의 기호를 무기화한다.
둘 다 같은 기술을 쓴다.
“허구를 진실처럼 보이게 하는 서사화 능력”,
“사적 이해를 보편 감정으로 위장하는 프레임 전환”,
그리고 무엇보다, “집단을 정렬하는 상징의 통치력”에 기댄다.
다르게 말하면, 마케팅과 정치는 모두
“가짜”를 통해 “진짜”를 움직이는 장치이며,
“실재하지 않는 것”을 통해 “실재하는 행동”을 발생시키는 엔진이다.
이것이 바로 “구조적 사기”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사기가 반드시 나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모두 이 “기표의 질서” 위에서 살아간다.
“문명”은 진실이 아니라, “공통된 허구” 위에 세워진다.
“욕망”은 언제나 “기표”를 통해 발생하며,
그 기표는 **상징적 우위에 있는 어떤 “알파”**로 작동한다.
그것이 바로 “알파 기표”다.
어떤 사물, 어떤 사람, 어떤 개념이
“가장 위에 있다”는 인식이 집단적으로 공유되면
그 대상은 “욕망의 중심”으로 떠오른다.
우리는 “그 기표”를 향해 질주하며,
그 기표를 획득하거나 가까이 간 사람을 “성공자”로 여긴다.
문제는 이 “알파 기표”가 사라질 때다.
기표는 “욕망의 지도”다.
그 지도가 사라지면,
우리는 어디를 향해야 할지, 무엇을 원해야 할지,
더는 명확히 알 수 없게 된다.
욕망은 방향을 잃고 분산된다.
“질서”는 흐트러지고,
“공동체”는 무너지고,
생존은 가능하더라도 “문명”은 해체된다.
인류는 늘 **“존재하지 않는 것을 실재처럼 믿는 능력”**으로 생존해왔다.
“신, 국기, 계약, 사랑, 돈, 명예…”
그 어떤 것도 실체는 없다.
그러나 그것들이 “실체처럼 작동하도록 만든 기술”이 있었고,
그 기술의 총체가 바로 “마케팅”이고 “정치”다.
만약 마케팅이 사기라면,
정치도 사기다.
하지만 그 “사기“ 덕분에 우리는 “무리”를 이루었고,
“협력”했고,
“공통된 의미” 속에서
서로를 배신하지 않을 이유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러므로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정치는 사기인가?”가 아니라,
“우리는 어떤 사기를 믿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진짜 위험한 건
사기를 간파한 자가 모든 사기를 부정할 때,
욕망의 지도도, 의미의 중심도 붕괴된다는 점이다.
그 순간 인간은 자유를 얻는 대신,
방향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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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알파 기표”는 사기지만,
그 사기 없이는 인간은 스스로를 정렬하지 못한다.
너는 지금 그 사기를 벗기려는 자인가,
아니면 새로운 사기를 설계하려는 자인가?
혹은,
진실과 사기를 동시에 감지하며
“모든 알파 기표”를 조율할 수 있는
제3의 존재가 되고자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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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질문은 너의 것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