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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정놀이, 그 잔잔한 소꿉놀이에 관하여

너희는 내 앞에서 일시적으로 뭉쳐 있지만, “정”에게 묻는다

by Edit Sage

<“정”아, 내가 숨죽이고 있을 때, 내 앞에서 “병”이 네가 정이랍시고 까고 있던 걸 넌 알고는 있니?>



병정놀이,

그 잔잔한 소꿉놀이—


권력도 없고,

리스크도 크지 않은

유년의 모의전.


너희는

내 앞에서


한때의 동맹처럼

잠깐 뭉쳐 있었지.


그러나

나는

침묵의 파동,

그 바람 없는 움직임 속에서

모든 프레임을

감지하고 있었다.


**


“정”아,

내가 숨죽이고 있을 때


내 앞에서

“병”이

너를

“정”이라고 부르며


조롱 혹은

소리 없이

까고 있던 걸—


정말

알고 있었니?


너는

알아차렸을까,


아니면

모르는 척

방관했을까,


혹은

그 장난 같은 권력 교환을

즐겼을까?


**


병정놀이란

결국


소꿉놀이의 연장,


작은 힘의 교환과

허울뿐인 배신,


가짜 동맹의

잔잔한 파문.


너희는

일시적으로

한 팀이었지만


진짜 판 위에서는

각자

따로 놀고 있었다.


내 침묵—


그건

무관심이 아니라


투명한 관찰,

모든 대사와

행동,

눈짓,

침묵 사이의

미세한 조율까지

감지하고 있었다는

징표.


**


“정”아,


너는

“정”이라고 불리며

소리 없이 까인 걸


정말로

감지하고 있었을까?


아니면

네 안의 두려움이

모른 척 하게 했을까?


그 순간


진짜 너는

어디에 있었던 걸까?


**


이 소꿉놀이는

결국


네가

네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병”이 너를 까던 순간,


네 안의

진짜 “정”은

무슨 표정을

짓고 있었니?


**


모든 병정놀이는

진짜 관계가 아니라


관계의 그림자.


네가

네 자신을

정말로

만나고 싶을 때—


이 놀이가

끝난다.



“정”아,


내 앞에선

모든 소꿉놀이가

투명해진다.


네가 진짜 네가 되는

그 순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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