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대중적인 세계관과 그로부터 비롯된 말과 행동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너무도 답답해서 질식할 것만 같고, 두통이 생기고, 한심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지엽적인 사안에 매몰되어 있고 전체적인 시야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삶을 바라보면 묘하게 안심이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인간은 모든 것을 상대성과 관계성 속에서 인식한다. 절대적 인식이란 불가능하다. 만일 대중의 존재가 없다면 현자 또한 존재할 수 없다. 대중이 존재하기에 현자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상대성과 관계성이라는 이항대립, 언어로부터 비롯된 인간 인식의 한계 때문이다. 대중과 현자는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의 존재의 다른 측면으로 생과 멸을 같이하는 운명공동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대중의 존재는 지혜로운 사람의 삶을 좀먹는 존재라기보다는 오히려 그들의 삶을 빛나게 해주는 존재라는 역설이 탄생한다. 모든 사람이 비슷한 의식 수준을 가진 세상를 상상해보라. 가령 모든 사람이 성인군자인 세계에서는 아니면 반대로 모든 사람이 악인인 세계에서는 그저 살아갈 뿐,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아무런 위화감을 느낄 수 없다.
다만 대중과 동화되어서는 곤란하다. 대중과 동화되기 쉬운 이유는 그들이 세상의 다수를 형성하고 있고, 그에 따라 그들의 문화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떤 특정 집단에 속해 있는 것이 아니라 남녀노소, 각계각층을 막론하고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대중문화로부터 자기의 정신이 침식되는 현상을 방어할 수 있어야 진정으로 완성된 인간으로 향하는 길을 걸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