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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자이너 격 Nov 15. 2022

행복 천재를 보다

2022.11.15. 날씨 비온 뒤 흐리다

계장님은 평범하다. 아니, 열등감 없이 평범하니 비범하다고 볼 수 있겠지. 비교적 열등감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가치는 급격히 올라가니까. 계장님은 어쩌면 법원이라는 조직에 최적화된 인물일지도 모른다(참고로 작년 재판부에 있을 때의 계장은 열등감에 찌든 인간군상이어서 은퇴를 진지하게 고려했을 정도로 최악의 한 해를 보낸 바 있다). 적당히 좋은 인성과 적당히 높은 품격, 평범한 외모와 적당히 부유한 자산, 적당히 따뜻한 배려와 적당히 계산적인 관계 형성. 법원은 -웬만한 조직이 다 그렇겠지만- 모나지 않으면서도 성실한 일꾼을 좋아한다. 거기에 계장님은 딱 부합하는 인재이다. 법원이 좋아하는 인재상인 것이다. 법원은 성실하면서도 개성 없는 사람을 좋아한다. 톱니바퀴의 볼트와 너트처럼 오차 없이 기계적으로 숙달된 업무를 반복하는 숙련공. 모든 조직이 빌런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인성도 안 좋고, 근무도 태만히 하며, 사내정치에만 골몰하는 암세포 같은 인간을 좋아할 만한 조직은 아무데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조직은 -법원 역시 마찬가지로-  예술가 역시 좋아하지 않는다. 그 자가 설령 일도 능숙하게 해내며 성실하다고 할지라도. 예술가의 개성은 조직에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여기는 듯하다. 개성 없는 공무원들은 개성 있는 사람을 선망하면서도 두려워하며, 범위 내의 개성은 치켜세우면서도 범위 밖의 개성은 깎아내린다. 자기의 존재감을 지키기 위해. 마치 프로쿠르테스의 침대처럼 침대의 크기보다 큰 것은 잘라내고, 침대의 크기보다 작은 것은 늘리는 잔인한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두려움에 휩싸인 작은 개가 애처롭게 짖어대듯이. 쉽게 말해 공무원 조직은 존경할 만한 인성과 고고한 품격, 잘생긴 외모와 재벌급 자산가, 성인군자와 같은 인품을 좋아하지 않는다. 평범함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 자가 다행히 눈치가 빠른 자여서 ‘나대지(?)’ 않는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눈치가 둔하여 자기의 매력을 있는 그대로 표출한다면 그 자는 바로 평범한 공무원들에게 무자비한 집단린치를 당하게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계장님은 어쩌면 행복 천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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