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자이너 격 Nov 16. 2022

종교쟁이에 관하여

접수대

2022.11.16. 날씨 맑다


내 양 옆에서 일하는 직원분들은 열성적으로 교회에 다닌다. 인간적인 측면으로만 떼어 놓고 보자면 나쁘지 않은 사람들이다. 어쩌면 사람들의 평균적인 정서 수준에 비교해봤을 때는 좋은 사람들일 수도 있겠다(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둔한 눈치로 인해 의도치 않은 민폐를 지속적으로 끼치지만, 그것 자체를 모르기에 너무도 답답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무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무능하다. 반복되는 업무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져 실수가 빈번하고, 예외적인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떨어져 결국 옆사람이 수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한다(심지어 주어진 업무도 나에 비해서는 많다고 볼 수 없고, 어려운 업무라고 볼 수도 없다는 점을 감안해봤을 때 심각한 수준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양극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이 분들은 자기 기만을 이용한다. 즉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것이다. “직원들끼리 삭막하게 왜 그래?”, “인간은 모두 완벽하지 않은 법이야.” “모든 사람은 실수를 하지. 나만이 아니라 너도 그렇잖아(비록 실수의 중대성과 빈도, 실수의 종류는 은폐할지언정).” ‘우리는 진리를 알지. 너희들이 이기적이어서 모를 뿐(비록 기복신앙에 내포되어 있는 자기의 이기심을 모를지언정. 비록 특정인 또는 특정 대상에 대한 자기의 의존심리에 내포되어 있는 이기심을 모를지언정. 비록 업무 외 일상의 사소한 이기심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살뜰하게 챙길지언정).’사람은 자기보다 탁월한 사람, 성인군자와 같은 사람을 직감적으로 알아보는 법이다. 그러나 그 분들은 전혀 그런 종류의 아우라가 느껴지지 않는다. 더 나아가 업무적으로 나에게 의존하고 있는 상태에서 그 분들의 마인드는 더더욱 와닿지 않는 것이다(더 많은 업무를 감당하며 신입에 가까운 경력임에도 사실상 리더로서 부서를 끌고 가고 있는 나도 잘 청구하지 않는 물품을 빈번하게 청구하려고 시도하는 그 분들의 마인드 역시 와닿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민원 전화를 받지 않는 분께서 새 전화기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사람은 보통 자기 내면 속 결핍을 느낄 때 종교에 의존하는 특성이 있다. 종교란 무엇인가? “종교는 민중의 아편이다.”라는 마르크스의 말은 어느 정도 진실을 담고 있다. 종교는 대중을 안심시켜주고 그 대가를 받는 교환처의 역할을 한다. 정신적 안정과 물질적 자본을 교환하는 거래기구인 것이다(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그러나 종교는 조직의 본질을 은폐하고 이타심을 전면에 내세워 광고한다(그들이 종교의 심리치료 효과를 광고하고 그 대신 수익을 실현하겠다는 점을 내세웠다면 차라리 종교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갔을 것이다). 종교만큼 브랜딩에 능한 집단이 있을까? 종교만큼 마케팅에 능한 집단이 있을까? 종교만큼 상징폭력에 능한 집단이 있을까? 정통적인 종교는 이단을 배척한다. 세뇌당한 이단의 어리석음을 동정한다(내 옆자리에 앉아 있는 두 분도 이단에 대해 성토한다). 그런데 내 관점에서 봤을 때 도토리 키재기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뇌된 듯이 여겨지는 사람이 세뇌된 사람을 동정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이단이란 무엇인가? 종교전쟁에서 도태된 약한 집단일 뿐이다. 종교 역시 생태계의 적자생존의 원칙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역사적으로 살펴봤을 때 종교전쟁으로 인한 참극이 수도 없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물론 나는 개인적으로 각 종교의 교리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 철학서적 중에서도 가장 고차원적인 철학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니까(신기하게도 모든 종교의 교리를 탐구해보면 비슷한 결론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그것을 알아보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종교인 중에서 자기들 종교의 교리에 대해 기복 신앙이 아닌 철학서적으로 접근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들이 과연 교리에 대한 심도 있는 탐구를 한 적이 있을까? 성경은, 코란은, 불경은, 도덕경은, 우파니샤드는 실상 대중들이 알아듣기 쉽도록 이야기를 짜놓은 철학서적의 일종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알까? 신화에 내포되어 있는 지혜로운 자들의 고민을 그들은 알기나 할까? 종교의 교리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를 하는 사람들은 종교인이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종교를 자기의 복을 비는 기복 신앙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은 그저 종교쟁이에 불과하다.

작가의 이전글 행복 천재를 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