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남의 사정을 고려하여 그 자의 사정을 배려한다는 것. 그것은 나의 힘을 증명하는 행위이다. 사람은 상대방보다 더 힘이 있을 때만이 그에게 무엇인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의 배려는 단순한 정에 의한 겉치레, 마음만을 주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배려는 생각 외로 복잡한 행위이다. 상대방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해줬을 때, 또는 원치 않는 것을 하지 않았을 때 배려는 의미있는 행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원치 않는 배려는 배려가 아닌 선을 넘는 행위, 민폐에 불과하므로.
이것이 바로 배려의 핵심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 이는 곧 상대방의 의도를 간파하여 그에 맞는 행동을 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러므로 배려는 더 의식 수준이 높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강자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일 수밖에 없다. 상대적 약자는 결코 배려라는 고차원적인 행위를 할 수 없다. 상대적 강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상대적 약자의 배려행위에는 물질적인 제공이 빈번하다는 점이 이를 입증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자기의 힘을 증명하고자 배려라는 입증행위를 하고싶지만, 정신적 배려의 제공이 불가능하기에 물질적 제공이라는 형식을 띠게 되는 것이다.
상대적 강자와 상대적 약자와의 관계에서 상대적 강자가 상대적 약자의 배려를 받고 있다는 것은 그 자가 실은 굉장히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라는 것을 보여 준다. 상대적 강자에게는 상대적 약자의 배려는 그다지 필요 없고, 오히려 민폐가 되는 행위로 느껴질 수 있을 뿐더러 심지어 그 민폐행위를 한 상대방의 보상심리조차 감당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 약자의 배려를 받는다는 것의 의미는 이 모든 짐을 짊어진다는 의미이며, 이 모든 손실에도 불구하고 상대방과의 인간관계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 얼마나 따뜻한가. 상대적 약자의 배려를 받는다는 것은 실은 고차원적 배려의 일종이었던 것이다. 역으로 상대적 약자의 배려를 거부하는 것은 그 자와의 관계를 단절하여 이 모든 손실을 감담하지 않겠다고 선포하는 행위이다. 보상심리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의도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나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배려를 해주지만, 정작 그 자신은 무엇인가를 받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면 여기서 시사하는 바는 3가지이다. 하나는 그 자가 진짜로 나보다 강자일 가능성. 또 하나는 그 자가 나와의 관계에서 손실 또는 정신적 타격을 입을 것을 염려하여 선을 긋고 나를 대하고 있다는 점. 나머지 하나는 실은 그 자가 상대적 약자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자기에게 배려라는 입증행위를 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그 스스로가 상대적 강자라는 자의식을 확보할 목적의 교활한 배려일 가능성. 반대로 만일 어떤 사람이 나에게 전혀 필요가 없는 배려를 해주면서 무엇인가를 받기를 원하고 있다면 여기서 시사하는 바는 2가지이다. 하나는 그 자가 나보다 약자라는 것. 또 하나는 그 자가 나와의 관계에서 나를 숙주 삼아 기생하고자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