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초대형 경기장에서의 롤플레잉 게임, 그것이 세상의 본질이다. 범죄자가 있기에 공권력이 존재할 수 있다. 악인이 있기에 선인이 존재할 수 있다. 피고인이 있기에, 변호인이 있기에 검사가, 판사가 존재할 수 있다. 환자가 있기에 의사가 존재할 수 있다. 쓰레기가 있기에 청소부가 존재할 수 있다. 추함이 있기에 진선미가 존재할 수 있다. 노예가 있기에 귀족이 존재할 수 있다. 남자가 있기에 여자가 존재할 수 있다. 늙은이가 있기에 젊은이가 존재할 수 있다. 모두가 자기에게 맡겨진 역할놀이에 충실히, 마치 혼이 나간 사람처럼 과몰입하고 있기에 이 세상이 고대 로마의 콜로세움과 같은 초대형 놀이터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세상이라는 초대형 경기장을 허공에서 바라보자. 무엇이 보이는가? 개미보다 작은 인간들이 점점이 보인다. 그들 사이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들리지 않는다. 더 올라가보자. 무엇이 보이는가? 더 이상 인간들의 점은 보이지 않는다. 푸르고 아름다운 별이 하나 보일 뿐이다. 이보다 더 올라가보자. 무엇이 보이는가? 타들어갈 것만 같은 빛과 온도를 내뿜고 있는 별이 하나 보인다. 이보다 더 올라가보자. 무엇이 보이는가? 더 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세상은 질식할 것만 같은, 칠흑같은 어둠으로 가득하다. 묵묵한 적막감만이 감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