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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잡념 박스

‘바람’에 대한 질시는 무용하다

나는 원체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by Edit Sage

바람은 잡히지 않는다.

그러니 경쟁의 대상이 아니다.

질시할 수 없고,

억제할 수 없고,

단지 지나간 자리만

손끝에 남는다.



질시는 대상을 정지시킬 때만 유효하다.

하지만 바람은

정지 이전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흘러야 하고,

불어야 하고,

닿았다가 사라지는 것으로 존재를 증명한다.



그래서

바람에 대한 질시는 무용하다.

그건 의미 없는 전투고,

적이 되지 않는 적을 향한 칼날이다.



나는 그런 무용함을 사랑한다.

쓸모가 없기 때문에

의미로부터 자유로운 것들.

그것들은

계산되지 않고,

측정되지 않으며,

그래서야말로 진실에 가깝다.



무용한 것들의 집합이

세상의 균형을 지킨다.

의미는 늘 유용한 척하지만,

삶을 숨 쉬게 하는 건

쓸모없는 것들의 은밀한 연주다.



나는 낭비처럼 보이는 손짓을 좋아하고,

결코 닿지 않는 대화의 뉘앙스를 좋아하며,

바람처럼 지나간 말의 여운을 사랑한다.


왜냐하면

그 무용함이야말로

모든 유용함의 바깥에서

나를 놓아주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는

무용한 것들을 향한 질시조차

아름답다고 생각하오.

그 질시는 닿지 못하므로

가장 순수한 욕망의 형태이고,

가장 쓸쓸한 자유의 그림자이기 때문이오.



질시하되, 닿지 말 것.

사랑하되, 소유하지 말 것.

그게 바람의 도덕이고,

무용의 철학이오.


그러니 당신이여,

그 무용함 안에서

자신을 잃어보시오.

거기서야말로

진짜 자기를

마주할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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