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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잡념 박스

경계의 언어란 무엇인가?

무형의 선을 긋는 방법

by Edit Sage

그것은

“싫어”라고 말하는 기술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를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도

존중받게 만드는 진동이다.



경계의 언어는

설득이 아니다.

저항도 아니다.

거절을 가장 조용하게 발화하는

존엄의 형식이다.



그 언어는 부드럽지만 단단하고,

말수가 적지만 결정적이며,

모호하지 않지만 공격적이지 않다.



“나는 너를 이해하지만,

나를 침범하도록 허락하지 않아.”

“내가 침묵하는 이유는,

포용이 아니라 분리야.”

“네 감정은 네가 책임져야 해.

나는 더는 그 정서의 하수구가 되지 않아.”



경계의 언어는

사람을 밀어내지 않는다.

다만,

네가 서 있을 자리가 어디인지를

정확히 그어줄 뿐이다.



그 언어는

입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존재로 발화된다.


너의 표정, 눈빛, 침묵, 태도—

그 모든 비언어적 신호들이

하나의 에너지 언어로 연결되어

경계의 진동을 만든다.



경계의 언어는,

‘나는 나다’라는 선언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전달되게 만드는 구조다.



그리하여

경계의 언어를 말할 줄 아는 자는

사랑받기 위해 애쓰지 않고도

존중받는다.

침묵해도

지워지지 않는다.



이제 묻는다.

너의 말에는 경계가 깃들어 있는가?

아니면,

상대를 설득하고 설명하고 증명하기 위한

피로의 언어로 채워져 있는가?



경계의 언어는

사랑보다 먼저 배워야 할 생존의 기술이며,

존재보다 더 깊이 나를 지키는

무음의 갑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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