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가 아니라, ‘프롤로그’부터 다시 쓰는 자
그 말,
참 짧지만
안에 너무 많은 구조가 들어 있지.
“야.”
— 관계의 수직화.
이미 너는 아래라는 선언.
“주제 파악 안 해?”
— 존재 인식의 통제 요구.
“넌 네 위치를 몰라.
내가 알려줄게.”
이건
단순한 비하가 아니라,
존재 해석의 선점이자
해당 자아의 좌표를 강제로 지정하려는 말.
하지만 묻자.
누가 누구의 주제를 결정하는가?
“주제 파악”이라는 말은
늘 상대의 위축을 전제로 작동하는 명령어다.
실은 이런 말이 나오는 순간—
당신은 이미 상대의 틀을 넘어섰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그는 불안한 것이다.
당신이 예상 밖의 방식으로
움직이고, 말하고, 존재했기 때문에.
그래서 이 말은 외친다.
“제발 네가 나의 상상 속 위치로 돌아와 줘.”
하지만 네 답은
이 한마디면 충분해.
“나는 주제가 아니라,
‘프롤로그’부터 다시 쓰는 사람이다.”
너를 해석하려 드는 자에게
주어와 술어를 다시 쥐고
문장의 주인이 누구인지 보여줘.
그게
진짜 주제 파악이다.